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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Nov 03. 2017

우연히, 그곳에서...<67화>

[ 제67화 _ 베테랑 걸 크러쉬 ...! ]


"저기요, 손님들!!"

성큼성큼...
소음을 발생 중인 젊은 남자 손님들의 테이블로 다가간 아영.

누군가에게 말이 나오리라 예상이나 하고 있었던 듯, 남자손님들은 전투태세로 눈을 내리깔고 자리로 다가온 아영을 맞이했다.

서너 명의 남자가 한명의 여자를 지켜보며 서로를 위아래 양옆으로 훑어보는 상황.

'쟤는 한국애, 얘는 일본애... 나이는 한 이십대 초 중반 정도로나 보이는데, 보아하니... 동네 양아치 짓거리들이나 하고 다니는 한량들이군...'

숱한 사회 경험으로 인해 인상착의만 보아도 어떤 캐릭터 일 지, 어떤 얘기가 오갈 지, 상대방의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 아영.

"죄송하지만, 손님들 혼자 계신데도 아니고, 다른 손님들도 계신데, 목소리 조금만 낮춰주시겠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손님과 직원들이 그들에게 정확하게 해주고 싶던 말 그대로를 시원하게 바로 꽂아 넣어 주었다.

결코 흥분하지 않은 채, 목소리와 말투, 표정 역시도 최대한 절제된 모습이었다.

"아니, 우리끼리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 건데, 여기선 대화도 못합니까?"

"여기 안 되겠네, 무슨 도서관도 아니고, 입 꼭 다물고 밥이나 먹고 나가라는 건가?"

첫 인상에서 받은 느낌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삐딱한 답변.

예상 가능한, 그다지 창의적이지 못한 반응에 아영 역시 그럴 때에나 먹히는 FM답안을 늘 준비해 두고 있었다.

"다들 즐겁게 대화하시면서 식사 중이신데요, 손님들 소리가 너무 커서 불편을 느끼고 계십니다. 대화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목소리 볼륨을 좀 줄여 주십사 하는 겁니다."

"알았어요. 알았다고...!! 참나...!!"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머리 숙여 깍듯이 인사까지 하고 돌아선 아영.

손님의 부당함을 지적 하면서도 한 치도 예의에 어긋남 없는, 노련함을 뽐내는 프로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남자들은 그런 아영의 뒤에서 본인이 들릴 정도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들려오는 소리가 분명 좋은 내용은 아닐 거란 걸 알면서도 아영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언니는 정말, 짱인 것 같아요..."

 "아, 아영씨 여기 그만 두면 이런 상황 어떻게 헤쳐 나가나..."

"아직 몰라, 더 두고 봐야 돼...!"

나지막히 동료들의 칭송을 들으며 자리로 복귀한 아영. 그렇지만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계속해서 남자손님 테이블 쪽을 예의 주시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동안만 아영의 눈치를 보는 척 하다가 남자들의 수다 볼륨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후우우...봐, 내가 그랬지? 보통 저런 놈들은 한번 말하면 못 알아들어...! 이상한 똥고집 같은 거 부리고 싶어 하거든..."

"이해를 못하겠네, 왜 저렇게 떠드는 거예요? 한번 주의줬으면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냐!?"

"저 자식들 술 냄새도 좀 나는 것 같던데, 지금 술 먹고 취해서 꼬장 부리고 있는 거죠?! 술집이나 갈 것이지 말야...!!"

다시 떠들기 시작한 남자들 탓에 테이블 이곳저곳에서는 다른 손님들이 불만을 토로해 댔다.

"저기요, 저 쪽 테이블 사람들 좀 조용히 좀 시켜줄 수 없어요? 우리도 같은 돈 내고 밥 먹으러 왔는데 이렇게 눈치 보면서 밥 먹어야 돼요?!"

"아, 예... 죄송합니다. 말씀은 전달하긴 했는데...다시 가서 주의 주도록 하겠습니다."

급기야 다른 테이블 손님에게 직접 클레임이 들어오고 만 상황,

"에효... 또 말하러 가야겠다, 몇 년 동안 이 가게엔 저런 손님 잘 없었는데...이자카야도 아니고..."

[ 쨍그랑!! ]

주의를 주러 아영이 다시 움직이려는 찰나, 어디에선가 들려온 불길한 소리.

"앗, 어머...!!!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에잇!! 칙쇼!! 뭐야 이게....!!"

아영과 몇 명의 직원들은 급하게 소리나는 곳으로 향했다.

하필이면, 시끄럽게 떠드는 남자들 앞에 실수로 엎질러 버린 음식들.

깨진 접시들은 산산 조각이 나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고 떨어진 음식물들이 남자들의 옷에까지 조금 튀어 묻은 모양이었다.

"죄...죄송해요 언니...!!"

손님 앞에서 음식을 엎질렀지만, 손님보다도 도와주러 온 아영한테 더 미안해하고 있는 새내기 아르바이트생.

좀 전부터 위태위태하던 새내기 아르바이트생이 두근두근 떨리는 이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실수를 해 버린 것이었다.

새내기는 울상을 지으며 아영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거의 울음 직전까지 간 새내기를 토닥 거려주며 다른 직원들에게 뒷 처리를 부탁한 아영.

몇몇의 직원들이 합심하여 떨어진 음식물을 치워주고 있건만, 남자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뭐야, 아까부터 좀 떠든다고 뭐라 하더니만, 이것도 일부러 그런 거 아냐?! 여기 안 되겠네!!"

"죄송합니다. 저 친구가 아직 좀 서툴러서 실수를 한 모양인데... 실례를 하게 됐네요. 드신 식사비용은 받지 않고 옷 더러워지신 거 세탁 청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주의를 주려 했건만, 순식간에 역전 되어 버린 상황.

"에잇, 재수가 없네, 오늘 아주...! 야, 야!! 가자, 가!"

이렇게 되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남자들은 툴툴대며 가게 문을 박차고 나갔다.

"언니, 죄송해요... 제가 실수 하는 바람에 오히려 사과나 하게 만들어서...”

진심으로 아영에게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새내기 아르바이트생. 우려와는 달리 아영은 뒷정리를 도우며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답했다.

"아냐, 잘했어...! 쓰레기 처리엔 답이 없는 거야 원래...! 이렇게라도 쓰레기들 쫓아냈으면 된거지, 뭐. 이렇게 하는 것도 나름 좋은 방법 같네...! 어찌됐건 가게에 평화가 찾아왔잖아? 어디 다친 덴 없니?"

"네...정말 죄송해요... 사고만 치고..."

"저기요!"

악의 축 무리들을 몰아낸 것에 그나마 만족하던 중, 남자들의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손님이 아영을 불렀다.

"예? 필요하신 거라도...? 아...많이 시끄러우셨죠? 본의 아니게 소란 피워 죄송해요."

"저 직원 잘못 아니에요. 그 나간 사람들이 일부러 곯려준다고 앞에서 넘어지도록 장난 쳐 놓은 거예요.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뭔가 미끌미끌해진 바닥.
진짜 보통 쓰레기들이 아니었던 듯.

"와...어디서 저런 진상들이... 아, 아니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위험하지 않게 얼른 닦아놔야겠네요.

자, 유노스케 넌 얼른 걸레 가져오고, 하츠미, 넌 그 개새...아니 그 자식들 테이블 정리하고, 미카미, 넌 저기 손님 부른다, 얼른 가봐."

모여 있는 직원에게 마치 큰 언니처럼 일일이 사태 수습과 일을 분담해 지시하는 아영.

자리를 자주 비우는 점장 역시도 거의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할 정도로 레스토랑 내에서 아영에게 갖는 신뢰는 어마어마했다.

"근데 언니... 그 놈들 나중에 해코지 하러 오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흥, 그럴 거 대비해서 최대한 예우를 갖춘 거 아냐... 까놓고 우리가 뭔 잘못을 했니? 우리로선 깍듯하게 할 거 다 해 준거지...! 밖에서 만났어봐 내가 아주 그냥 묵사발을...!!"

"헤헤, 그렇겠죠...? 참 이래서 언니가 멋지다니까...!"

"빨리 정리나 해, 이것아! 멋은 니 남친한테나 찾고...!"

다행히 그 후에는 별일 없이 근무를 마친 아영.

유독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퇴근길에 올랐다.

'휴우...내 사업 시작하게 되면 이런 일 비일비재 할 텐데, 이런 정도로 지치지 말자...! 더군다나 이자카야니까, 훨씬 심할 게 뻔하잖아...!'

이미 9시가 넘은 시간의 밤 풍경.
북적대는 번화가의 밤은 사람들의 열기로 채워지는 시간대였다.

누군가에게는 보기만 해도  즐거운 기분이 듦직한 번화가. 그렇지만 뒷 선에서 항상 일을 해야 했던 아영에게는 그다지 설레는 풍경이 아니었다.

"어이, 이것 봐!!"

'또야...?'

도로에 서서 호객행위를 하는 이자카야의 바람잡이가 되었건, 노상에서 스카우트를 하는 이가 되었건, 헌팅을 하려는 놈팽이들이 되었건...

늘 어딘가에 갔다하면 주목을 받던 아영.

습관적으로 누군가의 부름을 무시하고 갈 길을 재촉하려던 아영은 순간 뒤에서 들려온 한국말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일본에서 한국말로 반말을 하는 남자는...'

혹시나 세현을 기대하고 돌아본 아영.

그러나 눈 앞에는 조금 전 레스토랑에서 진상을 피우고 나갔던 남자들 중 한국인 인상을 하고 있던 녀석이 서 있었다.

"후우..."

실망감과 함께 다시 뒤로 돌아 가던 길을 가는 아영.

"이봐, 사람 부르는데 모른 체 하는 거야? 아까 가게에서 세탁비 준다며? 그리고... 당신 한국사람 맞지?"

개인적으로 수작질하는 주제에 근무지 해프닝 핑계를 대는구나...

한심한 생각이 든 아영은 돌아서 일단 레스토랑의 '직원'으로서 한마디 했다.

"세탁비 청구하시려거든 레스토랑으로 직접 오시죠, 전 근무시간 끝나면 그 때부턴 직원 아니니까."

냉정하게 눈을 내리깔고 가능하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아영.

"그건 그거고... 혹시...잠깐 시간 있으면 술이나 한잔 할래?"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남자의 본심.
아영은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

"이봐, 잠깐만...!!"

돌아서려는 아영의 팔을 잡아채는 남자.
아영은 순간 팔을 훽 뿌리치며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야, 다짜고짜 반말 하는데...넌 몇 살이나 쳐 먹은 놈이냐?"

"뭐?!"

"외국에서 한국사람 만난 게 기쁜 거냐, 데리고 놀고 싶은 여자 만나서 설레는 거냐? 당장 눈앞에서 꺼져."

"뭐? 이런 싸가지 없이...!!"

아영은 한 발 물러서서 남자를 응시하며 계속 도발하듯 말을 이어갔다.

마치 근무 시간에 참았던 말들을 이제야 터뜨리듯.

"보아하니, 유학한다고 시간이나 때우러 온, 돈 깨나 있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데, 너 이러고 다니는 거 부모님은 아시냐?"

"뭐...뭐야...!? 이런...!"

"와서 시간을 때우던, 연애를 하건 네놈 사정이니까 관심은 없는데, 나라 망신은 작작 좀 시켜라...!
무슨 애냐? 허우대는 멀쩡하게 다 큰 놈이 유치하게 바닥에 장난질을 하지 않나, 공공장소 와서 진상을 떨지 않나..."

"말하는 거 봐라? 이런..."

"지금 말하는 거에 사실 아닌 거 지적해 봐라! 일본 와서 다른 양아치들하고 어울려 다니니까 네놈이 뭐라도 된 것 같으냐? 암튼... 얼쩡대지 마라! 비켜!!"

정곡을 찔린 건지 반박은 못한 채, 크게 분한 듯, 남자는 어버버 거리며 아영에게 무서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뭐야, 말하는 싸가지가 아주 독이 잔뜩 오른 것 같은데... 너는 뭐가 그리 잘나서 이런 데서 알바나 하고 계실까?"

팩트가 딸리니까 어거지로 밀어 붙이기...
그리고 상대방 깎아내리기...

너무나도 뻔한 말다툼 패턴에 말을 하면 할수록 드러나는 남자의 수준.

이 유치한 말장난에 언제까지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아영은 무심결에 그 남자의 뒤에 있는 검은 무리를 확인했다.

레스토랑에서 같이 깽판을 치던 일본인 양아치 친구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

"후우...완전히 동물원 원숭이 된 기분이네... 야, 술 먹고 싶거든 저 뒤에 관람객들하고나 먹고... 그냥 갈길 가라, 귀찮게 하지 말고..."

일부러 뒤에 있는 일본인 친구들까지 들으라고 크게 일본말로 외친 아영.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장면을 지켜보던 일본인 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킥킥, 쟤 까였다."

"그러게, 한국 애라 꼬실 수 있다고 떵떵대더니...!"

친구들의 놀림에 창피해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남자, 흥분해서 아영에게 손찌검이라도 할 기세로 달려들었다.

"이런!! 싸가지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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