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too Nov 24. 2017

우연히, 그곳에서...<73화>

[ 제73화 _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


자신이 가졌던 의혹을 확신으로 바꾸고자 기자들에게 제보를 했던 그.

그는 다름아닌 기태였다

세현과의 친분을 이용한 세세한 정보까지도 알고 있어서 였을 까, 기자들은 제보자인 기태를 꽤나 신뢰하는 듯 했다.



그저 기자들에게 자신의 확신가득한 의견을 전달했다고 여긴 그 다음날. 기태는 달라질 판도를 확인하려 인터넷을 켰다.

포털 사이트와 뉴스, 신문, 잡지... 

어느 정도의 잡음은 예상했지만, 그저 수상취소 정도를 기대했던 기태의 생각과는 달리 그가 제기했던 [의혹]은 2차, 3차 의혹으로 만들어지며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TV 뉴스에서도 지금 [그들만의 세상] 출판사에 관련된 소식이 보도 중이었다.

수십여명의 기자들이 진을 치는 통에 출입로까지 봉쇄할 지경. 

기자들은 출판사 주변을 가로 막고는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날 때마다 앞 다투어 질문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임형우 씨의 아드님한테 주어졌다는 특혜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형우 작가 덕에 올라선 출판사라 뒤늦은 은혜 갚기라는 말이 있던데, 사정을 말씀해주시죠.”

“당사자는 왜 신분을 숨기고 수상을 했던 거죠? 애초부터 뭔가 감추려 했던 것 아닙니까?”

“수상자인 임형우씨 아드님은 지금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 가 있다고 하던데, 의혹이 잠잠해 질 때까지 도피를 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공모전 기획과는 다르게 아드님의 작품은 다른 나라의 출판사에서 직접 심사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명백히 특혜인데요?!”

“당초 100명으로 예정되어 있던 수상인원이 왜 120명으로 늘어났던 거죠? 본상까지 아니더라도 아드님을 끼워 넣기 위한 꼼수로 생각하는 시선이 많습니다만...!!”

“한 말씀 해주시죠!!”

출판사로서도 도전과 같았던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모전. 

그곳에 만일 작은 흠결이라도 있음이 발각된다면 그 파장 역시 어마어마한 피해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지,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으며 끊임없이 부풀어만 갔다.

TV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기태는 자신의 몇 마디의 말로 시작해, 이제는 자신이 감당할 수도 없을 정도로 커져가는 상황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열띤 취재경쟁에서 뒤늦게 출판사측 입장표명을 위해 기자들 앞에 선 누군가.

바로 공모전의 기획자라고 밝힌 바 있던 소현이었다.

이곳저곳에서 터지기 시작한 무수한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한 곳으로 모아지는 녹음기 마이크들.

소현은 이 바라지 않던 주목이 영 불편했던 지, 발표 내내 무거운 인상으로 일변했다.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앞에서 두서없이 외쳐대는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일단 저희 출판사 측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기되었던 의혹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저희로선 당황스러울 뿐이고요. 아시다시피 전 세계가 주목을 할 만큼, 긴 시간동안 공들여 기획된 공모전입니다. 

물론 그것 역시 임형우 작가님의 [ 그들만의 세상 ]의 기반이 있었기에 실시될 수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가족 분에게 특혜를 드렸다거나 그런 것은 전혀 사실 무근입니다. 모든 분들께 공평했습니다. 응모자 분들 응모 시에 본인의 신분 공개는 자유항목 이었습니다. 본명을 밝히신 분들도, 특정한 사정 때문에 본명을 밝히지 않으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렇게 신분이 중요치 않은 상황에서 작품들은 각자 전 세계로 보내어 졌고 받은 나라에서 전적으로 작품만으로 평가되어 진 겁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전혀 사실 무근입니다. 저희는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수상자로 밝혀진 임형우 씨의 아드님이 지금 왜 해외에 나가있는 겁니까? 전부터 나가있었다고 해도 수상을 위해서는 들어왔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들은 더욱 더 날카롭게 공격을 퍼부어댔다.

“수상하신 [ 해세 ] 필명의 작가님께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원래부터 외국에 체재중이셨고, 공모전 응모를 하실 때에도 지금 계신 나라였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수상을 숨기기 위해 도피를 했다거나 하는 말들은 모두 낭설입니다.”

“임형우씨 아드님이 한 때 일본에 체재하셨던 걸로 밝혀졌는데요, 그 분 작품의 심사가 일본에서 이루어졌다는 건 우연의 일치입니까? 뭔가 다른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까?”

공모전의 특성까지도 연관 지어, 끼워 맞추듯 철저하게 질의를 준비해온 기자들.

세현의 작품이 심사된 국가는 우연치 않게 일본으로, 전혀 다른 이유로 1년 여간 일본에 있었던 세현의 체재기록을 들이밀며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출판사의 입장을 대변하러 나온 소현은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입장을 발표하였다.

“공모전 수상이 의심된다고 그 분의 이 전의 신상까지 너무 파고 들어가시면 곤란합니다. 그 분이 이 전에 일본에 계셨건 어디에 계셨건... 그건 공모전 응모 이전의 일일 뿐이고 전혀 연관관계는 없는 점 거듭 말씀드립니다.”  

“그렇다면 본인의 입장을 바로 들어볼 수 있도록 해 주시죠!”

엄청난 위압감을 발산해대며 주고받는 질문 공세들에 소현은 힘겹게 한 명 한 명 질문을 상대해 주고 있었다.


‘이...이렇게까지 기자들이 지독하게 굴 줄은... 몰랐다고...’

곤혹을 치르고 있는 듯한 TV 속 소현의 모습에 미안한 감정이 들기 시작한 기태. 

그렇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세현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가로막고 싶은 감정이 우선했을 까.

기태는 애써 TV를 외면했다.

[ 부르르르르... ]

갑작스럽게 울리는 핸드폰 진동에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 마냥 깜짝 놀라 자빠질 뻔한 기태. 

놀란 마음에 누군지 확인도 하지도 못하고 황급히 통화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여보세요. 야. 너 지금 TV 보고 있냐?”

“아...뭐야, 만식이냐...왜...또...!!”

“왜긴 왜야...! 지금 네놈 친구 얘기 때문에 세상이 들썩이고 있는데...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 소현이가 아주...곤혹을 치르고 있는데...”

“알아... 임마!!”

소현이 나오고 있는 그 채널을 동시에 보고 있었던지, 기태에게 전화를 한 만식.

“[해세]라는 수상자가 세현씨였다는 거 아냐... 그 작품... 당연히 보긴 했는데 말야... 확실히 뭔가 신선하다는 느낌은 받았단 말야... 너 봤냐?”

“당연히 봤지...!”
 
“그 때 내가 그랬지? 세현씨도 아마 이 공모전 참가할 거라고... 누구랑 같이 했는지는 몰라도 일러스트도 그렇고... 느낌 괜찮은데... 근데 왜 이렇게 받으면 안 될 사람이 받았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지?”

“괜찮긴 뭐가 괜찮아?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그런 구태의연한 소재가 먹힐 것 같아? 그게 다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경험이...!”

“또 열등감 폭발이다! 놀고 있네...!! 그럼 네놈은 얼마나 신선 하길래...! 뭐, 자기랑 다르면 다 별로래? 글 쓰는데 어디 정답 정해져 있다데? 결과적으로 구태의연하다는 저 소재가 먹힌 셈이잖아? 

자기 친구가 이렇게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는데, 친구 편에 좀 서 줘야 하는 거 아냐? 불만 가질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너무 기자들 편인데? 혹시나 사정 좀 알까 해서 연락해 봤더니만...”

제보했던 자신조차도 감당하지도 못할 방향으로 뻗어가는 불안을 애써 외면하던 차에 걸려온 약 올리는 전화라니. 

기태는 분노가 폭발했다.

“에이 씨...!! 열등감은 무슨 열등감이야!! 생 초짜한테...!! 그리고 내가 알긴 뭘 알아?! 사이 안 좋다고 몇 번 얘기했냐!! 야 끊어! 지금 얘기할 기분 아니다..!!”

역정을 내며 거칠게 전화를 정리해 버린 기태.
애써 외면하려던 사태들이 다시 복잡하게 머릿속을 떠돌기 시작했다.

결국엔 의도치 않게 소현을, 심지어 그 남자친구라는 사람까지 이용했는데...

기태는 핸드폰을 꺼버리고 당분간 TV며, 다른 매체들을 아예 보지 않기로 했다.

어떤 소음들이 이어지건 기태로선 결국 자신이 의도 했던대로 ‘혜택을 받아 수상한 작가의 아들’이라는 명목으로 세현의 수상이 취소되기만 하면 그 뿐이었으니.




***




“이...게 뭐야...”

기태와 같은 시각, 번져가는 의혹들로 점점 커져가는 사태를 매체로 마주한 세현.

아영에게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간단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다지도 커져버린 상황에 이곳저곳에서 자신이 거론되어질 줄이야.

“여기요, 주문 안 받아요?!”

“예? 아, 예...! 갑니다...!!”

여전히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이런저런 잡생각에 사색이 된 채 멍을 잡고 있는 세현. 

주인아저씨는 뒤에서 세현을 예의주시하다 문득 어떤 결심이라도 한 듯 세현을 불렀다.

“세현아, 잠깐 이리 와봐,..!”

“예? 아... 왜 그러세요?”

아저씨는 무심하게 세현이 두르고 있는 앞치마를 풀어주며 이야기 했다.

“너... 지금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으니까... 지금 가든지, 아니면 조금 쉬었다 이따가 가든지, 아무튼 오늘 출판사로 찾아가 봐.”

“예? 출판사로요...?”

“그래...! 뭐 찔릴 일 없으니 걱정 말라고는 했지만, 한국인들 근성에 당사자가 가만히 있는다고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구나. 가서 출판사 사람들하고 어떻게 할지 상의를 좀 해봐.”

“음... 그래야 겠죠...? 아무래도...”

세현은 다른 말없이 아저씨의 말을 따랐다.
차를 빌려 아비뇽에 있는 출판사로 향하기 직전, 한창 작업 중일 해인이 떠올랐다.

‘해인이는 아직 소식 못들은 것 같던데...연락을 해야 하나... 이 정도까지 떠들썩한데 이미 알고는 있겠지...그럼... 해인이하고도 관련이 있는 일이니까 말은 해둬야 겠지...?'

바로 전날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집에 들여보내던 해인을 떠올리며 어떤 분위기를 연출하며 연락을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던 세현.

계속해서 보낼 문자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문장의 분위기를 정하지 못했다.

“아...”

차 안에서 잠시 눈을 감고 좌석에 머리를 기대어 이 사소한 문제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

[ 똑똑똑...! ]

“응?”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뜬 세현. 바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해인이 서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자세 가만히 해인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꼼짝 않는 세현.

해인은 피식 웃으며 조수석 문을 열고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해인이...? 여...여긴 어떻게...??”

“왜? 남자친구 바람났다는 소문 돌아 잡으러 왔다...!! 왜? 불만 있어?”

“으...응?”

“다... 알아 나도...!! 좀 늦게 확인하긴 했지만... 지금 출판사 간다며? 걱정돼서 가게 들렀다 아저씨한테 들었어. 하마터면 놓칠 뻔 했네...”

해인은 무심한 듯 툭 내뱉으며 세현의 손에 든 핸드폰을 뺏어 자신에게 쓰려다 만 문자의 문장을 확인하였다.

[해인아, 작업 중이야? 나 지금 볼일이 좀 생겨서 아비뇽 출판사 좀 다녀...]

“흐음...”

세현이 자신에게 쓰려다 만 문자를 가만히 지켜보다 스스로 문장을 마저 완성해 전송 버튼을 누른 해인.

[ ...올게. 같이 가줄래? ]

당연히 바로 해인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고 해인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어 바로 답장을 했다. 세현의 휴대폰으로 다시 돌아온 해인의 문자.

[ 그래, 가자 지금 옆에 와 있으니까 바로 출발해! ]

황당한 얼굴로 해인을 바라보는 세현. 
해인 역시 쑥스러운 지 세현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다그쳤다.

“옆에 있다고 바로 가자고 하잖아...!! 얼른 출발해!!”

“너...”

“빨리 가자고!!”

“아, 알았어...!!”

해인의 다그침에 세현은 차를 출발시켜 서서히 아를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의 심각한 고민과는 전혀 상반되게 잔잔하기 그지없는 아를의 모습. 

아무도 그들의 상황을 신경 쓰고 있지 않은, 무심하게까지 보일 정도의 조용한 풍경이었다.





http://m.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628943&page=1#volume1


http://m.me.co.kr/?mode=cdetail&itemNo=206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히, 그곳에서...<72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