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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Jan 01. 2018

[신과 함께] 고퀄리티로 기획된 눈물

스포는 없습니다

연재 당시 대한민국 웹툰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던 동명의 웹툰 [신과 함께].

작가인 주호민은 십년이 다 되어가는 이 웹툰의 명성 외적으로도 무한도전 출연이나 다른 sns등에서 비추어진 [파괴의 왕] 이란 별명과 동글동글, 모나지 않은 외모와 함께 왜인지 친근한 이미지로 알려진 인물이다.

모든 것들이 표현가능한 만화라는 장르. 

그러나 대중들이 원하고 찾으며 열하는 몇가지의 장르는 명백하게 정해져 있기에 대중의 인기를 얻고자 하는 작가들이라면 좋든 싫든 그 장르의 문법을 따르게 마련이다.

덕분에 온갖 클리셰적인 장르물들이 판을 치고 있는 웹툰시장에서 독보적인 장르를 개척한, 어찌보면 두번은 시도할 수 없는 최초의 가치에 도전해 성공의 역사를 써낸 행운아.

본디 생활 웹툰이나 현대 사회를 풍자, 비판하는 만평과도 같은 가벼운 느낌의 웹툰을 제작해오던 주호민 작가는 한국의 종교와 신화, 각 지역의 설화등의 철저한 조사를 거쳐 [신과 함께]라는 웹툰을 연재하였고,

그것은 일반적으로 타겟이 명확한 장르물의 인기를 뛰어넘어, 성별과 연령을 뛰어넘은 희대의 명작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방대하면서도 진지한,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신과 함께 웹툰은 비록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 되었지만, 공적인 교육자료로도 쓰일 수 있을 만큼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필자가 느끼기에  [먼나라 이웃나라] 라는 올타임 넘버원 학습만화에 견줄만한 센스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몹시도 인지도 있는, 방대한 세계관을 토대로 한 이 웹툰의 영화 제작이야기가 나온 것은 꽤 오래 전부터 였지만, 누구도 선뜻 맡으려 하지 못했다 한다.

강풀이나 윤태호 원작의 웹툰들이 그러했듯,  원작의 아우라가 너무도 큰 작품들의 경우, 그것이
2차 창작으로 이어진다 한들, 감독의 공보다도 원작과의 비교가 먼저 이어지다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니, 감독으로서의 망설임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렇게 돌고돌던 스토리는 [김용화]라는, 한국 상업 영화계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던 감독에게로 넘어갔다.

다채로운 시도와 현재 한국형 컴퓨터 그래픽의 수준을 몇 단계나 올려 놓았다 평할만한 그래픽 스튜디오의 수장이기도 한 그.


실제로 그런 김용화 감독 역시 한번 고사했다가 다시 맡게되었다 하는 이 작품은 그렇게 어마어마한 부담감을 가지고 제작에 들어갔다.

하정우, 주지훈, 차태현...  
요즘 제작되는 대작 영화들 톱스타의 다중 캐스팅이라는 역할 분담으로 흥행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려는 경향이 크지만, 초입에 밝혔듯, 이 작품은 배우의 아우라보다도 원작과의 싱크로율, 분위기가 먼저 비교되는 단계를 거쳐야만 했다.

믿고보는 하정우와 차태현이라는 두 축에서 시작된  배우진들 역시도 차츰 베일을 벗어갈수록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만큼 어마어마했다.

캐스팅, 원작 내의 저승 세계의 시각적 구현과 더불어 원작의 팬들이 가장 궁금증을 가졌던 것은 이 긴 에피소드의 웹툰 호흡을 어떻게 두 시간 남짓의 영화로서 압축하는 것인가 였다.

결과적으로 원작의 설정과 일부 에피소드들을 섞어 하나의 작품으로 녹여내는 데에 성공한 영화 신과 함께.



화재현장에서 건물에 갇힌 소녀를 구해주다 자신은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김자홍.

마치 그의 죽음을 기다리기나 한듯 저승에서는 영혼이 빠져나온 자홍을 데리러 저승 3차사라 불리우는 사자들이 마중을 나와있다.


죽은 영혼로 하여금 다시 이승으로의 환생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49일 동안 벌어지는 7번의 재판. 나태, 배신, 거짓 등, 망자들의 영혼은 저승의 여러 장소를 돌며 인간으로 살던 동안에 저지른 죄의 내용과 무게를 확인해가해당 심판관에 의해 처벌이냐, 통과냐를 판정 받는다.

타인의 목숨을 구하다 죽음에 이르러 저승 입성과 동시에 '귀인'이라는 어드벤티지를 받게 된 자홍.
그는 무시무시한 심판관들부터 자신을 변호, 경호하며 단계를 진행시키는 3차사들과 함께 수월하게 몇개의 재판을 통과해 나간다.

끝까지 쉽게 통과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망자의 친족들 중 누군가가 원한을 가진 채 죽게 되었을 때에 나타난다는 원귀들이 출몰하여 이들의 행보를 방해한다. 그리고 귀인인 줄만 알았던 자홍에게서 드러나는 몰랐던 악행들, 그리고 그것에 파생하여 발생했던 주변의 사건들...

과연 자홍은 끝까지 귀인 대접을 받으며 환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인지.



영화를 한마디로 평하자면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편을 동시에 작업했으니 각 편마다 성공여부는 다를 테고, 그 절반에 해당하는 이번 편에서 거두어낼 성과가 크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컨텐츠 간의 '이식'만으로 따져보아도 꽤나 완성도 높게 표현된 영화로 보여진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거듭 밝혔듯, 원작이 있는 작품이 영화로서 제작되었을 때에 원작과의 싱크로율만을 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소모적인 행위이다.

얼마나 그럴 듯한 실사화로 표현했는가를 따지며 그 잣대만으로 결과의 성패를 따지려 들자면 결국, 무수한 명작애니들의 무분별한 실사화로 전세계 애니 팬들에게 신나게 욕을 먹고 있는 일본영화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산업이 된 영화계에서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도 일본애니들은 명작의 아우라를 이겨내지 못한 채, 그저 실사 구현에만 치중하며 욕을 먹고 있다.

컨텐츠의 특성에 맞는 각색과 변화. 다른 형태의 컨텐츠를 만들어 갈 때에는 그 문법에 맞게 다시 재구성되어야 함이 옳다.

원작의 에피소드를 적절하게 섞어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로 재탄생 시킨 이야기 구성.


그럼에도 영화에서 얘기되는 두번째 테마는 산재해 있는 '신파'코드이다.

[한국영화 흥행의 대표 코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제까지의 통계가 설명해주고 있는 자료는 부정할 수 없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 큰 흥행을 기대해야 하는 영화들의 경우, 그 통계자료에 근거하여 많은 관객을 동원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코드 근거한 [가족신파] 이용되어지곤 한다.

바로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하되 감동과 눈물로 마무리 해야만 보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부분.

실제로 영화 관람에 가장 큰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 20, 30대의 관객들을 넘어서 장년층까지도 움직여 주어야 큰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다는 통계는 꽤 유명하다.

이 영화 역시도 다르지 않았던 건지, 원작에서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김자홍 캐릭터를 [소방관]으로 바꾼 것과 [효]를 메인 테마로 풀어갔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치트키 중복 사용이라고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열악한 장비, 부족한 인력 등, 힘든 직업 환경 속에서 일면식도 없지만 위험에 빠진 시민을 구하는 의로운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관에게 아직까지 국가적으로 합당한 처우를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정설이다.

부모 자식 간의 감동 코드에 현실 소방관의 안타까운 직업적 배경까지 차용했다?

얼핏 생각할때, 저승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은 이승의 누군가와의 이별 상황을 암시할 것이고, 그 이별 사이에 힘들기 그지없는 소방관으로서의 삶이 도구로 이용된다면 일단 울음을 담보로 하고 시작한다 해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

흔하디 흔한 신파코드를 메인테마로 시작한 영화.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렇다면 다른 부분에의 만듦새는 어떠했는가.

초입에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 언급했던 대로 필자에게 신파를 제외한 한국적 저승 판타지의 구현이라는 신세계는 나쁘지 않게 보였다.

주인공 일행들이 각 지옥을 돌며 살아 생전의 자신의 잘못들을 심판받는 장면들.

웹툰에는 자세하게 표현되지 않았던 지옥 전체의 시각적 스케일 구현 등은 꽤나 흥미로웠다.

관객들은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완벽한 cg에 익숙해져 있으니 조금의 흠결이라도 발견되면 '미숙하다'는 식으로 평할 지 모르지만,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장족의 발전이라 생각한다.

역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평에서도 언급했듯, 상상의 배경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선봉장은 다름아닌 연기자들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에도 액션과 리액션의 조화가 잘 어우러 질때 비로소 원한 소통이 잘 이루어 지듯, 잘 만들어진 배경이라는 '액션'에 반응하는 연기자들이 '리액션'이 많이 어색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인식 그들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다.

다만, 이야기의 깊이 면에서는 다소 지적 하고 싶은 부분들이 눈에 띤다.

이승에서 죽음을 맞이해, 사는 동안의 업을 심판 받아 내세의 거취가 결정된다는 불교적 세계관.

자세히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인들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법한 이 내세관을 웹툰은 시각적으로 풀어놓았었다.

그리고 그 원작을 토대로 추가적인 을 개입, 캐릭터들에게 숨을 불어 넣것이 영화라고 했을 때, 그저 웹툰의 설정 이미지만을 이식한듯, 영화 속 캐릭터들은 너무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그려져 있다.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도 결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착한 심성만을 보여주어 어찌보면 바보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자홍 캐릭터.

각 재판을 담당하는 심판관들 역시도 명색이 재판인데, 너무 단편적인 정보와 증언만으로 몇 십 몇 백년을 받아야 할 형벌을 가볍게 결정해 버린다.
비주얼라이즈된 외모에 비해 무게감이 전혀 없다라고 할 지...

마치 그 자리에 앉아 주인공이 찾아오면 정해진 결정을 내는 역할을 받고 가만히 대기하던 사람들 처럼...

(이 또한 공무원의 나태를 비꼬기 위한 설정이었다면 나름 의미는 있겠지만...)

그렇기에 원래는 서브 캐릭터 격인 극중 억울한 죽음을 맞는 수홍 캐릭터의 역할이 오히려 입체적으로 느껴져 더 인상적으다가온다.(워낙에 뛰어난 연기이기도 하지만...)

웹툰에서 활약하는 진기한 변호사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관객들이 많은 모양인데, 그 점에 있어 필자는 오히려 영화가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보여진다.

원래 자홍과 수홍의 이야기는 전혀 연관성 없이 이름도 다른 각자의 에피소드로, 김자홍을 주로 담당하는 진기한 변호사측과 원귀를 담당하는 3차사의 역할이 나뉘어 교차 편집처럼 진행되었었으나

영화에서 두 에피소드의 연관성을 붙여 새로이 설정을 만든 만큼, 두 상황으로 갈라놓으면 집중도면에서 분산될 수 있을거라는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이미 영화는 엄청난 흥행세로 천만을 목표로 무섭게 돌진하는 중으로, 우리나라 영화사 최초로 두편을 동시 제작해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쏟아부었다고 말하는 제작사는 슬슬 웃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디테일 하게 여러가지 면에서 아쉬운 점을 꼬집긴 했지만, 시각적으로, 연기로, 또 전설의 웹툰의 퀄리티있는 영상화만으로도 볼만한 가치는 충분한 영화 [신과 함께].

신파인걸 알면서도 조건반사처럼 쏟아지는 눈물은 제어할 수 없을 지도 모르니, 관람 형태나 함께 관람할 누군가의 앞에서 이미지 관리는 각자 알아서 준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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