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too Jan 24. 2018

[코코_coco] 당신에게 가족이란...?

디테일에 디테일, 그 위의 디테일

기발함으로 칭찬받고 기술력으로 인정받으며, 꾸준함으로 찬사를 받아마지 않던 디즈니 픽사에서 다시금 애니메이션 작품을 내놓았다.

애니메이션은 단지 표현의 도구일 뿐, 늘 깊이있는 이야기로 영화사에 남을 만한 명작들을 만들어 오던 픽사는 이제 새 작품이 나오면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인정 받고있다.

영화라는 매체의 완성도에 있어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다고 거론되는 요소 중 1, 2 위는 흔히 감독이나 배우일 것인데, 디즈니 픽사의 작품은 조금 결이 다르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 역시 엄연히 영화 전반을 디렉팅 하는 감독이 존재하고 성우로서 배우들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이곳에서 영화를 만들었을 때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튜디오, 즉 제작사 그 자체였다.

토이스토리, 벅스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카, 월E, up, 인사이드 아웃...

어떤 상상력으로, 어떤 표현력을 통해 어떤 감동을 선사해줄 지, 하나부터 열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하는 작업이기에 어쩌면 픽사라고 하는 거대한 스튜디오 내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동등한 하나처럼 느껴져서 인지 모르겠다.

럼에도, 다수의 작품 안에서 거대한 제작사에 가려져 필자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던 감독의 자리에는 차곡차곡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오며 명감독 반열에 올라있는 이 사람이 있었다.

[ 리 언크리치 ]

영상 편집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이 감독은 토이스토리2,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토이스토리 3등의 주요 작품의 공동감독, 혹은 단독 감독직을 맡으며 무수한 제작팀을 이끌어 왔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그가 감독을 맡아 제작된 이번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

이미 북미, 중미를 포함 월드와이드로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이번 작품은 한마디로 이제껏 나온 영화 중 가장 화려하고 장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관객을 현혹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멕시코의 한 시골 마을에서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소년 미구엘.

평범해 보이는 이 소년은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과으로 뮤지션으로 성장해 가고픈 열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음악의 길만을 추구하다 가족을 내팽개쳤던 미구엘의 고조 할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미구엘의 집안에서는 절대로 음악과 관련된 쪽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억압한다.

고조 할아버지의 방치로 어려운 생활고 끝에 제화 공장으로 일어선 미구엘의 가족은 대대손손 신발공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런 가족의 반대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감추지 못하던 미구엘은 몰래 마을에서 열리는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하려다 그 사실을 들키고 말아 분노에 찬 할머니는 미구엘의 기타를 부수어 놓기에 이른다.


악기를 잃었음에도 경연을 포기할 수 없던 미구엘은 여러 정황상 자신의 고조 할아버지일 것임을 확신하는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쿠르즈]의 기념관에 전시 되어있는 기타를 잠시 리려 몰래 손을 대었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이라는 공간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는 망자의 물건을 이승의 사람이 함부로 손대면 망자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저주가 존재했던 것.

그리하여 영이 아닌, 산 사람의 신분으로 강제 이동하게 된 "죽은 자들의 세".

이곳은 이승에서 죽은 망자의 영혼들이 생활하는, 어마어마하고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한 장소였다.

미구엘은 이 장소에서 가족들에게 늘 말로만 전해듣던 선조들의 영혼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로 부터 가족에 의해 축복을 받는 의식이 행해져야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듣지만,

기왕이면 고조 할아버지이자 최고의 뮤지션으로 추앙받는 델라쿠르즈의 영혼에게 인정받고 축복을 받고자 하는 욕심에 그를 찾아 나선다.


저승세계에서 조차 슈퍼스타로서 아무나 만나볼 수 없을 정도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델라크루즈를 만나기 위한 여정 중 만나게 된 의문의 남자 헥터. 미구엘은 그와 함께 하던 중 숨겨졌던 진실과 여러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조로만 놓고 보자면 크게 새로운 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느낌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어린이의 미지 탐방 어드벤처. 즉,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가 타인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떨어져 우여곡절 끝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 크게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

[코코] 역시 그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를 씌워 비슷한 교훈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세상의 많은 일들을 순수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 그 대척점에는 이미 나이가 들어 즐거움, 호기심을 잊은 채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어른들이 존재하곤 한다.

그리고 그 대책없어 보이지만, 악의 없는 순수한 어린이의 시선에 감화되어 어른들 역시도 예전의 순수함을 되새기게 된다는 전형적인 구조. 무수히도 반복되어 왔던 이 같은 형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주 쓰여오곤 했다.

심지어 교훈 역시도 그저 현실에 안주해 버린 어른들을 향한 경종, 혹은 언제까지고 꿈과 희망을 버리지 말고 살아가라고 얘기하는 꽤나 캐캐묵은 개념일 수도 있다.

무수한 유사작들 중에서도 가장 비슷하게 느껴지는 작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특정 국가의 디테일한 묘사가 들어갔다는 점에서도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이 느껴지는데, 이 영화 역시 일본인들이라면 어렸을 적부터 많이 들어왔던 설화나 잡신들의 모습을 비주얼로 표현하여 그 캐릭터나 관련 상품만으로도 아직까지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의 가치, 기억, 그리고 이름의 의미 등 다방면으로 해석해 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꽤나 오래 전 작품임에도 세계인들의 올타임 베스트 애니메이션 목록에 들어가 있을 만큼의 명작으로 기록되어 있다.


구조는 비슷하되, 코코는 어떤 소재를 채택해 이 구조를 풀어갔을까.

홍보 과정에서 널리 알려진 바대로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실존하는 “망자의 밤"이라는 의식을 소재로서 “가족의 가치, 전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은 이후의 세상'이라는 정답없는 개념은 현재 여러 종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설명되고, 실제로 사후세계를 경험해 본 자의 경험담을 들을 방도는 없으니 우리는 그저 각자 믿고있는 사상, 종교의 내세관을 따를 뿐이다.

그리고 정답이 없다는 그 매력적인 개념은 무수한 매체에서 상상력으로 구현되는 소재채택되어왔다.

최근 저승의 세계를 다룬 한국 영화 [신과 함께] 역시도 불교에 기반해 살아 생전에 죄를 심판하는 재판과 환생 등의 소재를 택해 매력적인 비주얼의 작품으로 만들어 진 바 있다.  

사후세계의 표현.
종교의 어느 쪽 편을 들어준다기 보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현실의 부정할 수 없는 실체로서 힌트를 찾아가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자식이며 우리의 부모 역시도 누군가의 자식으로, 윗대에 그 윗대를 거슬러 올라가 그 뿌리를 생각해 보는 것으로서.

종교에서 이야기하듯, 인류를 있게 한 절대자의 은혜로서 다른 짐승들과는 다른 이성을 지닌 인간이 탄생될 수 있던 건 지, 진화론에서 기반한 생태계 내의 한 진화한 종에 지나지 않는 존재인지.

특정 국가의 내세관에 근간을 두고 시작한 이 애니메이션은 유독 한국의 그것과 꽤나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어, 보다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돌아가신 선조들의 영혼이 이승의 후손들에게 방문하는 것이 허락된다는 "망자의 날" (혹은 기간). 그 기간동안 후손들은 잠시나마 방문할 선조들을 맞이하려 사진을 걸어두고 생존에 좋아하던 음식들을 준비한다.

종교관의 차이 등으로 현재는 다소 간소화되어 있거나 다른 의식으로 대체되어 지기도 하지만, 유교 전통의 제사 문화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꽤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개념이다.

멕시코의 원주민인 아즈텍인들이 동양에서 넘어왔다고 하는 설에서 비추어 볼 때 이같이 동양과 유사한 내세 관념은 한국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야기의 코어를 이루고 있는 해당 의식 뿐 아니라 외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멕시코의 배경, 소품 등 3년여의 자료 뒷조사가 있었다고 하는 이 애니메이션 속 세계관 구현은 놀랄만한 디테일을 자랑하며 완벽한 모습으로 재탄생 한다.

가족의 축복을 위해 사용되는 멕시코에서만 핀다고 하는 꽃잎의 활용, 그리고 사이드킥처럼 주인공을 돕는 털없는 개 역시도 멕시코를 대표하는 종이라 하며, 실제 멕시코의 어느 구역을 모델로 해 더 화려하게 발전시켰다고 하는 저승세계의 구현 역시 환상적이기 이를 데가 없다.


우주, 장난감, 심해 등 인간이 잘 닿을 수 없는 공간을 무대로 하던 픽사이긴 하지만 이번 만큼은 그야말로 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환상 장면의 구현을 위해서인지, 이 작품은 역대 픽사의 모든 작품들 중 가장 화려한 색감과 질감으로 표현되었다.

미구엘 가족의 역사 설명을 위해 압축된 그림카드의 나열과 같은 기발한 연출, 거리 곳곳의 풍경, 분위기, 의상, 음악... 특히 이 작품과 같은 경우 인물이 애니메이션 체로 만들어진 것만 제외하면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표현으로 어마어마한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그럼에도 배경과 인물간의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마코코의 얼굴 주름 표현은 소름이 돋을 정도

영화에서 설정한 내세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안내조의 대화가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다소 설명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집안 어른이 철 모르는 어린이에게 옛 전통에 대해 설명해주는 듯한 따뜻한 분위기로 관객들로 하여금 거부감 없이 납득시킬 수 있게 해 준다.

친절한 배경 설명이 끝나고 시작되는 인물들의 이야기.

가족이 아픔을 겪게 된 원흉을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윗대의 고집때문에 재능을 썩인 채, 가업을 강요받는 미구엘. 가족에게는 반항으로 보여질 자신의 선택을 하다 알수 없는 모험에 휩싸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과 오해들.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증조 할머니 마마코코에게까지 소통을 가능하게 한 음악의 힘. 그리고 화해.

최근 유난히도 여러 영화에서도 언급되었던, 양립하기에 버거운 "꿈과 현실에의 갈등"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기도 하면서 결국은 가족의 화합으로 이어지는 [가화만사성] 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게 가족으로 시작해 가족으로 끝나는 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보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를 가족애로 상정한 듯 하다.

가족을 버리고 꿈을 찾아 떠났다는 고조할아버지에 대한 평가가 그러했고 가업을 잇지 않고 음악에의 열정만을 불태우려는 미구엘을 저지하려는 가족 전체의 폭력성이 그런 점들을 보여준다.

명확하게 극중 시대상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전반에 풍기고 있는 이 가족 중심주의는 누군가에게는 꽤나 억압적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나의 중심을 잡아 그것에만 집중한 작품의 완성도는 칭찬해 마지 않지만, 꿈과 가족이라는, 이 역시도 정답이 명확치 않는 논란으로 굳이 들어가보자면 마치 이것이 정답이라는 식의 강요처럼 느껴지는 바도 없지 않다.

물론 영화에서는 가족도 음악도 모두 지킬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약간은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리지만, 다시 미구엘이 자신의 고조 할아버지의 인생 스토리로 반복되어질 요소는 충분해 보인다.

결국 선조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가족이 경멸하던 음악을 다시 연주할 수 있게 있게 되었다는 것으로 모든 갈등이 해소된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것은 마치 '왕자와 공주가 만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Happy everlasting' 이라는, 이제와 조금은 씁쓸한 결말처럼 와닿기도 한다.
(굳이, 굳이~~ 하나 문제를 삼자면...)



픽사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강점은 유머러스한 디테일과 그것을 납득시키는 추진력이라고 본다.

망자들의 영혼들이 망자의 날에 이승으로 방문하기 위해 마치 공항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듯 엑스레이 사진과 후손들이 걸어놓은 사진을 대조해보는 장치,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더 이상 돌아가신 선조들을 신경쓰지 않아 영정사진을 걸어두지 않기에 내려갈 수 없게 된 사람들끼리 어울려 사는 부락,

그리고 영영 후손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을 때에 그 망자들의 세상에서조차 자취를 감추게 되어버린다는 설정,

그리고 이승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이 많은 슈퍼스타의 영혼은 저승의 세계에게서도 부와 권력을 누리면서 지낼 수 있다는 부익부 빈익빈으로서의 세계관 등...

처음에 설명한 세계관을 받아들였을 때에 파생될 수 있는 디테일한 설정들을 절대 놓치고 가지 않는다.  무릎을 치게 할만큼 기발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놓은 것을 확인했을 때의 쾌감이란 뭔가 작품의 소장가치를 한껏 올린 듯한 기분이랄까.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기는 하나 위에서 언급했던 부분과 이어지는 한가지 개인적인  우려스러운 점은 존재했다.

픽사와 디즈니가 합병하기 전, 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간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었다.

기본적으로 설화나 구전 동화 등의 구현에 힘을 쏟아 가족주의 중심의 밝은 이야기만을 만들었던 디즈니. 그리고 오리지널 스토리에 다양한 소재로서 꽤 소품에 가까운 감정의 증폭 등을 기발한 따스함으로 담아내는 정서를 무기로 삼았던 픽사.

개인적으로는 픽사의 작품에 훨씬 더 큰 점수를 주어왔었는데, 픽사, 마블, 20세기폭스 까지 인수해버려 어느덧 문화 권력자로 성장해가는 디즈니의 영향력으로 인해 점점 픽사가 뭔가 하고싶은 말에 제한이 생기게 된 것이 아니냐는, 특유의 기발함보다 왜인지 상위 디즈니의 압박인지 타협인지 모를 무언의 변화가 우려되었다.

언급한 바 대로 겉으로는 따스하고 밝게 끝을 맺는 이 작품의 뒷편으로 언뜻 보이는 픽사스럽지 않은 디즈니의 감동코드를 끼워넣은 듯한 기분이랄까.

이 작품 역시도 여운이 남기는 하지만, UP이나 토이스토리, 인사이드 아웃 등을 관람한 후에 느껴지는 진한 깊이까지는 가지 않음에 아쉬웠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말이 필요없다. 픽사의 작품은 필견.

명실공히 이제 픽사 애니메이션은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장르로 발돋음했음이 분명하다.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을 억지로 부정하려다 명작 상영 타이밍을 놓치고 마는 일은 없기를...



P.S

언제부터인가 픽사 애니에서는 본편 시작 전 단편 애니로 에피타이저를 제공하는 것이 법칙이 되어있는 모양이나, 이번은 꽤 실망스러웠음.

무려 20분이 넘는 시간. 새롭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겨울왕국 동창회에 참석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진이 빠질 수 있으므로 본편만의 즐거움을 느끼기 원하는 분은 이십분 정도 후에 입장 하는 것 추천.








매거진의 이전글 [1987] 묘한 평행이론 속... 명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