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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Feb 01. 2016

[ 레버넌트_죽음에서 돌아온 자 ]에 대한...

[죽음에서 돌아온 자, 망령]을 의미한다는, 다소 생경한 영단어의 영화제목.


엄숙한 분위기의 짧은 티저와 함께 이미 개봉 몇 달 전부터 무척이나 기대감을 안겨주었던 작품이다. 영화 전체로 이어졌던 참신한 원 테이크 기법의 촬영과 꼼꼼한 연출로 2014년 시상식을 휩쓸었던 ‘버드맨’의 감독 ‘알렉산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신작이자, 인셉션에 이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하디의 재조합만으로도 기대감은 충만했다.




생계를 위해 미 대륙 내 유럽 이주민과 원주민들의 첨예한 갈등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던 19세기 경, 그야말로 무법천지 속 거친 사내들의 이야기이다. 활과 창, 엽총 등을 이용해 사냥한 짐승의 가죽을 식료품과 생필품으로 교환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이들. 이주민이었던 [휴글래스]는 인디언 여성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함께 이동하는 군대의 길잡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부대 전체가 혹한의 추위 속에서 갖은 생명의 위협을 겪어가며 목적지로 이동해 나가던 중, 휴글래스는 뜻하지 않게 숲 속에서 불곰의 습격을 받는다. 총을 쏘고 온갖 발버둥을 쳐대며 곰과 사투를 벌이지만, 1:1 대결에서 인간은 야생 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일방적으로 패대기쳐 졌다고 할 정도로 온 몸에 심하게 부상을 입어 거동조차 불편한 상태가 된 휴 글래스.


본인들의 전진에 있어 짐이 되는 것은 헌신짝처럼 버려오던 그들이었지만, 무리를 이끄는 대장의 명령으로 일단 들것을 이용해 함께 이동한다. 그러나 혹한과 인디언들의 추격에 멀쩡한 몸으로도 나아가기 힘든 길을 환자를 보살펴 가며 진행하는 것은 기동력이 저해될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얼마 가지 못해, 꼭 구하러 오리라는 약속을 뒤로 한 채, 환자와 그를 돌볼 2명만을 남겨두고 군대는 기지로 향한다.


휴글래스를 돌보겠다며 남기를 자청한 존 피츠제럴드(톰하디). 그는 겉으로는 사명감 가득한 척 했지만 처음부터 눈엣가시였던 휴 글래스를 죽이고 기지로 돌아가 배상금을 받아낼 욕심뿐이었다. 기회를 엿보던 중, 아버지를 살해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저지하려던 휴글래스의 아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아들마저 죽여 버리고 만 존 피츠제럴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목격한 휴 글래스는 분노에 치를 떤다. 당연히 가만 두면 죽어가리라 판단한 존 피츠제럴드는 휴 글래스를 방치한 채 기지로 향하고, 눈앞에서 아들의 살해를 목격했던 휴 글래스는 초인적인 회복 능력으로 살아 돌아와 톰 하디에게 복수를 결행한다.     


  



‘아들의 복수를 위해 초인적인 힘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자연의 온갖 고초를 겪어내며 살아 돌아와 복수를 결행 한다’로 정리되는 이 영화의 스토리는 현대의 복잡다단한 영화들과 비교해 보자면 지극히 단순하고 뻔한 구조이다.


실화를 토대로 한 극화이긴 하다지만 어떤 식으로 구현을 한다 해도 제작투자자 입장에서는 기대하기 쉽지 않은 스토리. 그렇지만 문두에 밝혔든 메가폰을 잡은 것은 무려 아카데미 감독상에 빛나는 이냐리투였다. 캐스팅 과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출연한 명배우들 역시 감독의 연출력에 기대를 안고 선택한 작품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포스터마저 닮은 두 영화.

이 영화는 소재면에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개봉했던 영화 ‘대호’와 비슷한 포지션에 있는 듯한 생각이다. 부당거래의 각본가이자 신세계의 감독으로 주목을 받던  박훈정이 제작하는 지리산 호랑이 이야기. 거기에 주연은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배우 최민식 이었다.


이 영화 역시 개봉 전에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며 거대 자본이 들어간 대작으로, 산 폭파장면을 위해 산을 만들고, 한국 CG기술의 진보를 보여주었다는 호랑이 CG등의 제작기는 뒤로하고, 대중의 공감대 측면에서는 초반부터 많은 우려가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덧 믿고 보는 영화인으로 우뚝 솟아오른 박훈정 감독과 대한민국 최고의 최민식 배우의 조합이라는 후광이 있었기에 영화는 무조건 적 기대작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작품을 임함에 있어 작가주의라는 것이 강해지면 그만큼 대중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이야기의 완성도나 만듦새의 결과로서 감독으로서는 만족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대중영화’의 잣대인 흥행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물론 관객의 흥행이 영화의 완성도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제작초입부터 비슷한 형태로 생각되었던 이 영화.

레버넌트는 감독이 그야말로 자신의 역량을 모두 쏟아 작가주의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본다. 그렇지만 기존의 영화를 보는 잣대에서의 작가주의 와는 무언가 달라 보인다. 현재 역시도 다르지는 않겠지만 좋은 영화란 잘 써진 시나리오, 충실한 미장센으로 구현된 세계관, 스토리를 잘 녹여내는 배우들의 연기 등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관객을 초대하는 형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어느 것에 매력을 느꼈던, 얼마만큼의 몰입력을 전달했는가 하는 것.  촬영기술 및 기기의 발달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심리마저도 변화를 준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최근의 영화들에는 그 잣대가 한 가지 더 생겨난 듯하다. 그것은 현장감. 즉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할 만큼의 압도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류의 계보로서 알폰소쿠아론의 ‘그래비티’부터 리들리스콧의 ‘마션’, 드니빌뇌브 의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등에서 경향의 흐름이 이어져 왔다고 본다.


이번 레버넌트의 감독 역시 표현에 있어서의 본인만의 작가주의를 우선해 제작했음에 틀림없다. 즉, 이 영화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어떻게 표현했는가에 주목해달라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짜임새만으로 따지자면 허점이 많다. 아무리 만들어 낸 이야기 일지라도, 그 세계관 안에서의 현실감은 유지되어야만 할 것을, 그것에 위반하는 항목들이 무수하다. 그렇지만 감독은 ‘ 나도 아니까 그냥 일단 끝까지 보기나 해! ’ 라고 외친다.     

‘알렉산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감독. 멕시코 인이다. 알려진 전작은 ‘바벨’, ‘21g', '비우티풀’, ‘버드맨’등. 어느 하나 호락호락한 작품이 없다. 인생의 무게와 자신의 삶의 자세를 작품 전반에 드러낸, 복잡하고 어두운 예술영화에 가까운 세계관만을 고수해 온 감독.  


이미 명감독의 반열에 올라 있는 그는 초창기 렵부터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헬보이’, ‘퍼시픽림’의 길예르모델토르 감독과 더불어 ‘멕시코3아미고’라 불리우며 주목을 받아왔다 한다.  미국영화로 분류되지만 미국을 기준해서 외국인 감독에게 제작되었기에 헐리우드의 뻔한 문법이 아닌 신선한 시각이 반영되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있다.


영화는 초반의 로우 앵글의 롱 테이크 기법으로 보다 현장감이 더해진다. 90프로 이상이 자연광이었다는 점 역시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배짱이 아니다.


물론 시대에 맞추어 코스튬한 의상이나 소품 역시도 꼼꼼히 배치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두 배우 뿐 아니라 ‘자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추위가 그대로 전달되는 듯한 겨울 나뭇가지들과 어두운 하늘이 교차되어진 모습. 눈 덮인 넓은 광야에 홀로 말을 타고 달리는 전경. 계곡의 흐르는 강한 물살.

영화 전체의 이미지를 한 장면으로 표현하자면

‘웅대한 자연의 모습 안에서 아주 조그마한 점과도 같이 보이는 한 인간이 살아남으려 낑낑대는 모습’  

이라 말할 수 있다. 실화를 기본으로 한 영화라고 하기는 하지만 이 장면을 처음 생각하고 이야기를 구상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힘을 주어 만들어낸 씬 임에 분명하다.

그 큰 자연 안에서 ‘낑낑댐’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감독과 촬영 등 많은 부분이 매체에 오르내릴 때 빼놓지 않고 이야기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를 찍은 배우의 오스카상 수상여부였다.


꽃 미남으로 시작해 이제는 선 굵은 대표적 연기파 배우로 우뚝 솟아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무수한 작품성 있는 영화 안의 주연으로서 우수한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오스카 상 만큼은 한 번도 수상한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스타’와 ‘호연’을 반비례해서 생각한다는 오스카의 꼰대근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다.

그만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 안에서 말도 안 되는, 그야말로 갖은 ‘개고생’을 다 한다. 혹한의 추위 속에 계곡에 빠져 물살에 휩쓸리고, 말과 함께 벼랑에서 떨어지고, 땅에 묻히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 소간을 먹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표현이 딱 일 만큼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역시나 존재감 넘치는 톰 하디 배우가 악역을 맡기는 했으나 무시무시한 생존 분투기에 밀려 상대적으로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을 정도랄까. 이것은 온전히 디카프리오의 영화로 봐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역시 누군가는 이 영화를 디카프리오 오스카상 수상을 위한 독무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연기가 좋기는 하지만 워낙에 그 혼자 ‘고생해대는’ 씬 들이 너무 길게 자주 이어져 있어 약간은 과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곰과의 격투씬만큼은 정말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만듦새가 어마어마한 엄청난 영화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법이 기존 영화들하고 다른, 나름 실험적으로 제작된 영화인만큼 호불호가 명확히 나뉠 만 하다. 보여주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옮겨낸 월등한 촬영, 편집, 연기라는 것은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조절을 좀 더 했으면 싶기도 했다. 영화 내에서 들끓는 에너지가 너무 과해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버거웠다.


글 중반에 언급했던 ‘체험하는 듯한’ 감정에 빠지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졸작으로 치부되어버릴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상영시간. 그러나 자칫 그 세계에 빠지지 못하고 ‘저거 뭐하는 거야?’ 라는 질문이 나와 버리는 순간부터 그 관객에게 이 영화는 더 없이 지루하고 괴로운 시간을 선사할 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조의 익숙함을 기대한 관객들 역시도 실망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저게 말이 되냐? 라는 질문이 반복되고 몸이 베베 꼬이기 시작하면서...

영상이나 연기 등 요소요소를 파헤쳐,  그것의 난이도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매니아들은 환호하겠지만, 분명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영화는 아니다.      

‘레버넌트’라는 새로 나온 유원지 놀이기구에 앉아 ‘신선한 체험기’라는 안전장치를 탑재하고 있지 않으면 놀이기구 시작과 동시에 튕겨져 날아가 버릴 수밖에 없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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