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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May 17. 2016

<곡성> 에 대한

 스포일러는 뺀 후기

샤머니즘, 호러 미스테리 장르라 불러도 무방할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감상 후.    


관람 전부터 소문은 무성했다.

어마어마한 시나리오, 최고의 영화평론가 이동진에게 별 다섯 개를 받고, 이미 칸에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라는 등등...    

영화는 감독 놀음이라고 했던가.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감독이 희대의 문제작 추격자와 황해를 찍은 나홍진 감독이라는 점이었다.    


단 두 편을 찍었지만 흥행도, 화제도, 소문마저도 무성했던 이 문제적 감독이 메가폰을 잡 하면 이제 반사적으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위치에 오른 듯하다.


거기에 이제까지 늘 어마어마한 수위의, 소위 ‘센’ 영화를 만들어 오던 감독이 도전하는 15세 관람가 등급. 거기에도 여러 가지 추측이 있었다.


어마어마한 컷 수를 자랑하며 배우, 스탭들 모두 질릴 정도의 완벽주의, 개인주의를 추구한다는 이 감독이 드디어 대중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아니냐, 흥행을 염두하다 보니 수위를 낮춘 것이 아니냐, 악덕 감독이라는 소문을 중화 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등.

그렇지만 결론은 15든 18이던 결국엔 21세 이상 정도나 되야 받아들일 수 있는 쉽지 않은 영화.

정말 15세가 볼 수 있는건가...

내용이 되었건, 시간이 되었건, 결국엔 자기 하고 싶은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감독의 욕심은 여전했다.     


추측컨대, 15세로 낮추기 위해 아주 약간의 수위조절과 나름의 개그코드를 집어넣은 듯하다.

근데... 감독 개그감은 좀 떨어져 좀 어색하기까지 하니, 그냥 하던 거 합시다.    


막간의 p.s-

극장에서 별로 웃기지도 않은 장면인데 죽으라고 크게 웃는 놈들아, 그래봤자  옆에 여자가 너 안 좋아해!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영화 감상 좀 하자.       


지방 이름과 ‘곡소리’라는 중의적인 의미의 제목.

곡성이라는 지방에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일본인,

이후 이 조그마한 마을에선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사건을 수사하던 종구는 점점 의문을 더해가는 사건의 전말을 깊이 파헤치다 자신을 목격자라 칭하는 ‘정신 나간 년’의 결정적 힌트로 외지인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된다. 무언가 귀신이 씌인 듯 정신과 신체에 이상증상을 보이다 같은 식으로 죽어나간 사망자들. 어느 날 종구는 자신의 딸에게도 같은 증상이 일어나는 것에 분개해 의심하던 외지인을 확신 범으로 몰아세운다. 귀신이 들렸다는 딸을 구하기 위해 외지에서 온 무당에게 굿을 받기도 하며 그 의심의 고리는 끝도 없이 깊어만 간다...    


영화는 누가 범인일까를 끝까지 파헤쳐가면서 여러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기를 반복한다.

미스테리에 샤머니즘적인 의식까지도 더해진 이 작은 마을에서의 ‘소란’은 흡사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연쇄 살인, 알려지지 않은 범인, 끝없는 의심... 경찰 수사물의 한계이자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이 패턴의 반복은 소재와 배경이 달라진 채 몇 번이고 되풀이 되어 왔다.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의 유입으로 의심을 품고, 기존의 주민들이 담합을 해 이 외지인을 쫓아내려한다는 기본 플롯은 웹툰 원작 영화 ‘이끼’와도 닮아있다.    


이미 컨텐츠 산업은 새로움과의 싸움을 벗어나 익숙한 소재를 누가 더 잘 요리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에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 자연스럽게 관객은 곡성의 주민이 되어야만 했다.

내가 피해자가 될지 옆 주민이 피해자가 될지 영문도 모른 채 점점 조여 오는 공포감.

서서히 압박해 들어가는 공포감을 영화는 잘 조율해 갔다.    


감독의 의도로는 리얼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CG를 자제하고 보여 지는 그대로를 담으려 했다 한다.  도심과 떨어져, 몇 안되는 마을 주민 밖에 살고 있지 않는 산과 들 동네의 풍경.


이 자연이라는 거대한 벽에 갇혀 있는 주민들은 갑작스레 발발하기 시작한 이 기이한 현상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은 이내 영적인 무당의 소환으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초중반부 부터 시작되는 관객과 감독과의 조이기 한판. 러닝타임 안에서의 안배로서도 정말 줄다리기의 달인이라 할만하다. 15분 정도의 간격으로 풀었다 조였다 를 반복하는 이 관객과의 한판은 특히 무당과 신들린 딸, 그리고 외지인의 알 수 없는 의식을 교차 편집한 굿판 장면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마을 주민의 누군가, 즉 남이 당했다면 그것은 불안감, 공포 정도로 이어지겠지만, 나의 가족 중 한 사람이 당했을 때라면 불안 공포를 넘어서 분노와 복수로 치닫게 되는 감정의 흐름도 매끄러웠다.   


주인공이 물불 안 가리고 외지인에게 들이대러 가는 장면은 그 전에 이 작은 마을에서 아버지와 딸의 교감하는 잠깐의 장면을 배치함으로서 충분한 납득의 폭을 준비해둔다.    


귀신이 들린 딸아이를 위한 복수인지, 그로인해 생긴 자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도구일지는 몰라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반드시 절대 악, ‘가해자’가 있어야만 했다.

마치 영화 부당거래에서 ‘범인’을 만들어 가기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외지인. 언어 문제도 있지만 이 일본인은 자신의 정체를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관객에게 궁금증을 더해 관객 역시도 이 사람을 범인으로 몰기 위한 장치 일 수 있지만, 언의의 장벽을 무작정 낯섬을 표현했다하는 것은 대화의 단절, 나아가서는 소통의 부재가 얼만큼 위험한 일인지를 상징하는 장치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 당사자와의 대화 몇 마디 없이 엉성한 연결고리를 통해 추론한 의심을 확신으로 몰아가는 편협한 처리방식. 그리고 그 의심의 대가. 그것을 풀어나가는 사람들과의 얽히고 얽힌 관계.     


완성도를 떠나 영화를 보고 나온 기분은 더럽기 그지없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나올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찝찝하다 못해 불쾌하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공을 들여 이것저것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는 명작반열 오를 수 있는 작품임 분명하다는 점.     

영화의 결말은 지금까지 나열했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뒤통수를 때릴 수도 있다.  

  

필자 역시도  한 개XX의 스포일러로 원치 않는 에어백을 설치당해 영화에서 받을 쇼킹한 충격을 고스란히 전달 받지 못했다.     


일본인의 정체와 황정민, 천우희는 과연 어떤 존재들일 지...!

(나는 똑같은 놈 되지 않으려 자제하오니 극장에서 즐깁시다.)    


참고로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아역배우의 어마어마한 연기의 성찬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쿠니무라 준이라는 일본 배우의 연기는이제껏 본 일본배우 중 탑이었다.

이제까지의 연기와는 뭔가 색깔자체가 다른 느낌.    

- 조연배우들의 약간 과장된 연극식 연기때문에, 사람에 따라선 눈살을 찌푸릴  있음. -         



http://www.isstime.co.kr/view/?nid=201512211523165539635

(이런 후반이 중요 포인트인 영화를 스포일러 했다간 어떤 꼴 당하는 지 링크 참고) 







좋은 컨텐츠를 나름 해석하며,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고싶어 이야기도 만들어가는 중 입니다. 괜찮으신 분들 방문 부탁 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ttps://brunch.co.kr/magazine/accidentally

http://m.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628943&page=1#volum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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