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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Jan 05. 2017

세밀하게 구현해 낸 그들의 환타지 [너의 이름은.]

그야말로 거센 열풍이다.

이미 일본 내 1500만 관객이 환호했다는 애니메이션 작품. 이례적으로 한국과 중국에서도 현재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등을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와 함께,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 등의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를 이을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들보로 떠오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에도 장르를 나누지만, 신카이 마코토는 순수한 감정의 섬세함으로 표현되는 일상 환타지를 기가 막히게 요리하는 감독이다.


다소 가벼워 보이는 캐릭터들의 연기로 관객들을 방심하게 만든 후, 단순해 보이지만 탄탄한 이야기 구조, 상징물과의 연관성, 높은 비주얼 완성도로 만족감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애니메이션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본격적으로 환타지적인 요소가 삽입된 듯 하다.        


가장 먼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작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어느 한 컷을 아무렇게나 멈추고 보아도 화보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완성도.

감독 특유의  빛 가득히, 넉넉한 기분이 들게하는 작화스타일은 보고만 있어도 흐믓할 정도이다.


작화 한 컷, 한 컷을 위해서 소비했을 시간과 노력을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기가 막힐 정도이다.

 

한 때 애니메이션 전공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발을 담구어 본 적이 있는 필자로선 그

[개고생]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무심히 인물들을 뒷받침 해주고 있는 수채화풍의 배경묘사.  

이보다 더 디테일 할 수가 있을까.

매컷마다 공을 들이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


무수한 컷수와 카메라 앵글마저도 다양한 화면 구성에서 판단할 때, 어마어마한 작화 수가 쓰였음에 틀림없다.


그림으로서 표현하는 디테일과 3D그래픽으로 구현해 내는 디테일에는 정서적으로 차이가 있다.     


현재는 기술의 진보로 2D에서의 입체표현이나 움직임에서의 자연스러움이 더해지긴 했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3D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3D 그래픽과 같은 경우 얼마나 실사에 가깝게 '진짜 같이' 구현됐는가가 평가의 기준이 되는 반면,


'그림'이란 현실에 기반 하되, 작가의 2차 해석을 통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몇 번의 과정을 더 거치게  정서적인 감정선이 개입되어지는 만큼 평가는 달라진다.   

하늘, 구름, 물, 나무, 빛... 특히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섬세한 자연물의 묘사가 두드러진다.


강박증이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애니메이션 속의 풍경.  도무지 빈 구석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자연물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고 납득되는 순간부터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여기 떡하니 멋진 세계 만들어 놨으니 안심하고 이야기에 집중하셔도 됩니다...!’ 하는

관객을 향한 ‘배려’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배경 작화에 놀라고 인물들의 사랑스러움에  빠져드니 다음은 이야기의 매력에 취할 차례.




이야기의 골격은 두 가지 완전히 다른 현실 속에서 사는 남과 여의 영혼의 뒤바뀜으로 인해프닝에서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불규칙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두 사람의 영혼.


꿈이라고 생각했던 그 해프닝의 반복으로 각자 낯설기만 했던 환경은 점차 익숙함으로 바뀌고, 두 가지 환경속에서 살아가던 다른 영혼은 바뀐 신체 안에서 각자 적응해간다. 


서로의 몸이 바뀌었을 때에 지켜야할 수칙 등,

나름 재미난 규칙들을 정해 생활을 공유하기로 하는 두 주인공.          


시골이 따분한 여자 고등학생 미츠하.

현실이 고달픈 도시의 남자 고등학생 타키.     

정반대의 환경 속에서 변화를 갈구하던 두 사람은 이 기이한 이 현상에 한동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토모리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신사의 전통을 지켜가는 가족의 두 손녀 미츠하와 요츠하는  ‘미야미즈 신사의 중요한 사명’을 강조하며 대대로 내려온 무녀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할머니의 의지를 따르는 중이었다.   

  

도시의 화려한 생활을 꿈꾸며 가족의 일에도, 자신의 일상에도 불만을 품던 미츠하는 어느 날 아침, 또래의 도시 남학생의 몸으로 깨어나 도시의 다른 일상을 맞이한다.            


도시의 남학생 타키.

일본에서 가장 큰 도시 도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 모습이 당연시 되는 환경 속에서 지내기에, 시골 사람들이 그리는 화려한 생활은 불가능했다.     


그저 학업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무수히도 마주치는 전차 안의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을 강요받는 권태에 빠져있을 뿐이다.     


그런 두 사람에게 찾아온 꿈같은 변화의 시작. 그러나 재미있는 그 현상은 호기심으로 이어져 결국 “왜? / ”어떻게?“ 를 따지고 들어가며 이야기는 미스터리 환타지로 변모해간다.          


불규칙적으로 몸이 바뀌어오던 그 현상은 어느 날을 기점으로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과연 내 몸 안에 들락날락하던 미츠하라는 여자아이는 누구였을까, 왜 더 이상 바뀌지 않는 것일까, 만나고 싶다' 


그렇게 이어진 탐험은 3년 전에 있던 혜성 운석 충돌로 온 마을 주민이 사망한 사건과 마주한다.          


바로, 자신과 신체를 공유하던 미츠하라는 여자가 살던 마을.     

 

사실을 파헤쳐 가면 갈수록 드러나는 놀라운 현상들.

          

그 간의 영혼의 교류(?)로 생긴 친근감 때문인지, 이미 감정이 생겨버린 두 사람은 서로가 공존하는 현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일련의 사건들과 마주하는데...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스토리 구조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법한 이 애니메이션.


보통 명확하고 단순한 주제를 다양한 방향으로 표현하는 애니메이션의 성향에서 보아도 결코 만만치 않은 구조를 하고 있다.


영혼의 뒤바뀜, 시간여행이라는 이제는 다소 식상해져버린 소재를 메인으로 하지만, 그것은 단지 수단에 불과할 뿐.


도시와 시골간의 괴리, 전통을 지키려는 가족, 붕괴된 가족의 형태, 학생들의 풋풋한 감정교류, 불안정한 청년들의 미래 걱정 등,


다양한 소재들과 함께 엮이어 현실의 모습 그 어느 하나도 가볍게 표현된 것이 없기에, 아무런 저항 없이 메인 주제를 뒷받침 해 준다. 

작가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일본을 기준으로 외국인인 필자의 시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 애니메이션은 그대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여 진다.         


일본 시골의 신사, 무녀와 같은 전통적인 의식을 치르는 모습과 현대 도시인의 풍경이 그대로 보여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냥 이 영화의 표현법 자체만으로 어렴풋이 알고있던 일본, 일본인의 모습 자체를 축소해놓은 듯한 느낌이다.


[조근조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뒤에는 엄청난 디테일을 감춰두고 있는...]


그리고,  후반부에 벌어지는 '마을의 재난'은 일본인이라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동일본 대지진 참사 때의 어마어마한 피해자들과


당시 국가의 멸망으로 까지 얘기되었던 참담한 그 때의 모습이 연상되 소재라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전통 가족의 형태나 현대 젊은이들의 모습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일본 그대로를 옮겨놓은 모습,

그리고 큰 재앙이었던 그때 를 떠올리게까지 하는 사건의 구성.


‘자신들의 모습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환타지’

라는 현실감이란 측면으로도 느껴질 수 있을테니,

일본 내의 역대급 흥행은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부분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언어의 정원’의 이야기 구조가 '꿈을 좇는 학생과 권태에 빠진 여교사의 사랑’이야기라는 다소 어렵지 않은 소재를 아름다운 배경으로 묘사해 감정의 동화를 이끌어 낸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인정받은 ‘표현’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이야기를 구축해 내어 덧입힌, 두 가지 다 놓치지 않은 몇 단계 더 진일보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전작에서도 인물들의 주변 상징물 떡밥을 던져놓곤 했던 감독이 이번에 준비한 상징 떡밥은

結び[무스비] (묶음, 매듭) 이다.     

실체적으로, 전통을 따르는 미츠하의 가족 만들어내는 실매듭으로 엮인 ‘끈목’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엮이어 만들어지는 그 끈목을

'시간의 흐름' 그 자체로 비유하거나, 생명이 이어지는 탯줄의 형태, 운석이 떨어질 때의

잔상 등으로 형상화 , 상징하는 바 역시 크게 신경을 쓴 듯하다.

         

현실적으로 만날 수 없던 두 사람의 ‘인연’이 꿈과도 같이 엮이는 매개이기도 하고, 만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는 전통에 입각한 의미 역시 담겨있음이 분명하다.


일본 전통에서 '붉은 실'이라는 매체가 인연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에 ‘이름’의미.

인연이 이어 만나고,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가는 가장 첫 번째의 단계는 상대 이름의 식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름을 머릿속 어딘 가에 ‘기억’하는 것으로 서로에게는 어떤 의미가 완성되어 지는 것.           


전혀 몰랐던 두 사람이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인식해가는 과정. 그 가장 처음은 상대의 이름을 알아가는데 있었다.


이미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가고 있던 시점,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속을 오가며 어떤 현상 때문에 잊혀져가는 이름을 애타게 기억해 내려 하는 장면에서는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로서 기억되고픈 두 남녀의 절실함이 전달되어졌다.                 


애니메이션이니까...라는 선입견 따위 없이,

두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동안 작가가 공들여 만들어 놓은 '순수의 바다'라는 환타지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상징과 표현하려는 바가 한 편으로 끝내버리기엔

과하다며, 드라마나 연작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각 소재에의 분할이 적절했다고 생각하며 한 작품으로 끝내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애니메이션 만큼이나 화제가 되고 있는 ost.

일본의 한 밴드에 의해 불리어진 노래라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로, 노래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영화 중간에 가사까지 너무 선명하게 들리는 뮤직비디오 형식은 뭔가 몰입을 약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전반적으로 식상할 수 있는 소재와 다른 요소들과의 무한대 조합을 통해, 새로운 뛰어난 창작물로 재탄생 되어 질 수 있다는 것이 다시 증명된 듯한 느낌이다.      













좋은 컨텐츠를 나름 해석하며,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고싶어 이야기도 만들어가는 중 입니다. 괜찮으신 분들 방문 부탁 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ttps://brunch.co.kr/magazine/accidentally

http://m.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628943&page=1#volum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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