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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Feb 04. 2017

컨텍트(contact)에 대한 스포감상

전문가들의 잔치

몇 년 전,
낯선 감독의 어마어마한 작품이라는 소문을 듣고 뒤늦게 찾아본 작품 [프리즈너스].

엄청난 몰입감이었다.


휴잭맨, 제이크질렌할 이라는 배우의 명성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었던 이 영화는
이제까지는 보기 힘들었던 연출로 영화의 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명작이었다.

그리고 몇 년후 같은 감독의 연출작 [시카리오]를 접하고 나서 필자는 확신했다.

‘이 감독, 타짜다.’

3D, 4D, 아이맥스 등, 한창 관객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물리 현장감을 만들려 애를 쓰고 있는 영화 시장.

그러나 이 감독은 화려한 외부 장치 없이도 뛰어난 시나리오와 독특한 연출로서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관객을 빨아들인다.

말하자면 전통적인 영상 제작 방식으로 특유의 ‘현장감’을 살려내고 있는 셈.

프리즈너스에서는 납치당한 아이를 찾아 애타고, 분노 가득한 부모로 심정으로,

시카리오에서는 갑갑한 전장에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한명의 요원으로,

관객들을 이입시키며, 사건의 과정을 같이 파헤쳐 들어가는 주인공의 일원으로 초대하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무수한 떡밥을 투척하되, 후반부에는 남김없이 모조리 거두어들이는 세심함과 뒤통수를 강타하는 반전은 늘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그 궁금증을 풀어가며, 지적 유희를 선사하는 연출기법은 어떤 인장처럼 감독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스타일에 있어서도 확실히 이 감독만의 특징이 존재한다.

들릴 듯 말 듯, 있는 듯 없는 듯한, 음산한 분위기의 BGM, 움직이는 듯 아닌 듯, 서서히 패닝과 줌 인의 움직임을 보이는 카메라 앵글.

기록적인 롱 테이크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적으로 하나의 테이크를 길게 가져가, 몰입해 들어가는 감정 선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해 들어간다.

그것은 마치 글로 표현된 시나리오를 연기자가 연기로 옮기듯, 카메라 역시 시나리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관객은 촬 분위기에 맞추어 정서를 따라간다.

개인적으로관객에게 일부 역할을 남겨놓음으, 여운을 남 채 끝을 맺는 영화를

자체적인 ‘완성도’면에서 좀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어떤 가상의 인물이, 가상의 사건을 헤쳐 나가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인데, 그 이야기에 ‘끝’을 드러낸다는 것은 어딘지 조금 촌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감독에 대한 칭찬일색으로 시작해
이 영화까지 그 흐름이 이어졌으면 좋았으련만.

결과적으로 본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은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에너미, 시카리오...

어마어마했던 충격의 전작들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흥행여부를 떠나 어떤 부분이건 충격적인 완성도를 들고 나왔던 감독이었기에, 새로운 작품에는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뭔가 다른 영화들이 나아가지 않은 방향을 택 밀어 붙이기는 했으나 그 다른 문법이 새로움보다는 이질감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어느 날 요상한 형태를 하고 일본, 베네수엘라, 중국, 미국 등 12개국의 어느 장소에 ‘도착’한
셸 이라 지칭하는 외계의 비행선들.

그러나 이들이 왜 지정된 12군데의 장소에만 자리를 잡게 된 것인지, 어떤 목적으로 지구에 오게 된 것인지, 알 길이 없는 지구인들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들의 방문 목적을 알아내려 한다.

침략의 목적이라면 전쟁으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함이라면 협상의 방법으로 대응을 준비하면서도 일단 ‘소통’이 필요하다고 느낀 미 연방부에서는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 특히 언어학자와 물리학자를 대동해 이 비행선 안의 외계인들과의 접선을 시도한다.


그들도 접선을 원했던 듯, 일정한 시간마다 입구를 개방하는 외계인들의 스케쥴에 맞추어 혹시나 모를 방사능 노출 등에 대비, 방어복접선 장치 등을 준비해 소통을 시도하는 지구인들.

언어학자인 에이미 에덤스는 거대한 꼴뚜기 형상을 한 외계인들과 각자의 언어로서 대화를 이끌어 내려 하지만, 다른 언어에서 오는 불통은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참아왔다고 생각하는 각 나라의 수뇌부들은 결과가 생각하던 대로 나오지 않자 해석 중이던 그들의 언어중 일부 해석한 [무기]라는 표현에 발끈하며 '침략’쪽으로 결론 지어 총공격을 준비한다.

계속해서 외계인과의 접선에서 선두에 서 있던 언어학자는 교감과 함께 그들의 메시지를 점점 해석해 나가는데...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SF장르.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것에는 어떠한 문법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그 속에 외계인의 지구방문, 지구침공의 이야기 역시도, 꽤나 자주 다루어 져 오던 소재이기에 소재면으로 보자면 그다지 새롭지는 않을 수 있다.


1. 외계인이 어떤 목적을 갖고 지구에 나타난다
2. 처음 보는 외계인에 어리둥절하는 지구인들
3. 외계인은 지구 침략 공격이 시작한
4. 영웅이 나타나 외계인들의 공격을 막는다

일반적인 비슷한 류의 대규모 지구침공 외계인 영화가 이 정도의 단계로 나뉜다고 했을 때,

이 영화는 2번과 3번 사이,

보통은 그리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 서로 목적을 알아보는 ‘접촉’의 단계를 극대화시킨 측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인간들 사이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소통의 중요성라는 측면을 다루었다는 점은 영리하게 보여 지기도 한다.

이제까지 외계인의 지구침공영화들은 너무도 손쉬운 방법으로 소통을 해결해 왔었다.


소통이고 뭐고 무작정 침범해 들어오는 외계인, 혹은 목적을 밝히고 침략을 정당화시키는 외계인 등.


언어의 다름으로 인한 의사소통 과정을 제로 다루었던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영화적 허용이는 측면으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가상의 설정 안에서도 짚고 넘어갔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살아온 문화권과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이 있다면, 소통이 얼마나 이루어 질 수 있을까.

표정으로 알 수 있고, 바디 랭귀지로 통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짐에도, 원활한 의사소통에 난항을 겪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하물며, 영화 속 상대는 감정 표현의 문법이 전혀 다른 외계의 생명체이다.

마치 동물과 소통하는 것과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 장시간동안 교감해오던 애완펫의 느낌보다 생전 처음 보는 맹수와의 만남이라고 보는 편이 나을 법하다.


게다가 문명을 가진, 완전히 다른 문명에서 살아오던 다른 두 생물의 만남.


'무지'에서 오는 본능적인 적대 의식이 아니라
[ 소통을 위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는 설정을 택한 것은 나름 신선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다름의 차이를 느껴 어려움을 겪다가 서로 교감을 통해 친구가 되는 외계인?

 

떠오르는 무수한 영화들이 있지만 필자는 특히 고전 영화 E.T가 떠올랐다.


비록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E.T와 같은 경우, 그것을 어린이의 순수함은 맞닿아 있다는, 본능적인 이끌림 부분에서 착안했다고 볼 수 있다.


이해하고 친구가 되려는 주인공 무리들과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고 강경하게 대하려는 주변인들,


그리고 호전적 성향이 아니었기에, 이내 자신들의 별로 돌아가는 외계인들.


두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많이 닮아 있다.


E.T의 [분석학적 성인 버전 ] 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언어학자로 분한 에이미 에덤스와 물리학자

제레미 레너가 차차 외계인들의 문자 패턴을 분석해 실타래를 풀어가며 외계인과 소통이 가까워져 갈 무렵,

같이 협업을 해야만 할 인간들과는 오히려 소통이 되지 않아 트러블이 생겨난다...


그리고 결국에는
[외계인과의 소통에 성공한 인도주의적인 언어학자에 의해 전쟁으로까지 이어졌을 법한 외계 침공이 저지 되었다] 라고 하는 이야기.


감독의 의도는 잘 알겠고, 풀어나가려 하는 소재도 나름 신선했지만, 이 감독답지 않게 너무 의도가 드러나 보이는 연출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무언가 숨긴 채 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약간은 지루한 전개라도 주인공의 시점에서 참아가며 사건을 따라갈 수 있을 텐데,

언어학자와 물리학자를 콜라보시켜 그들의 언어를 파악하고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외계인들과 개인적인 유대감이 쌓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소통이 진행되어가는데, 수뇌부의 성급한 결정 때문에 일 그르치고, 그걸로 갈등 생기겠구나'


를 예측하게 해 버린다.

이런 식 예대로 흘러갈 스토리였다면
이 감독의 특징인 진득한 연출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토리에 몰 되면 쭉 따라갈 수 있겠지만, 일단 기대를 따라가지 못한 전개에 예상이 되는 순간부터는 약간의 조소가 흘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

과학적 사실, 물리적 사실에 근거는 하되, 어느 정도의 과장과 소위 [뻥]으로 덮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현재의 SF 장르이다.

명작으로 불리우는 인터스텔라도, 그래비티도 사실관계를 따지고 들어가 전문가가 본다면
“말도 안돼!”가 나올 수 있지만 ‘극적허용’으로 설정해 놓은 이야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이 영화는 애초부터 과학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갖가지의 현상들을 설정해 놓고,

야, 이거 정말로 있을 수도 있는 얘기야!!’ 

하면서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풀어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통이 중요하니 우린 서로의 언어를 이해해야만 해!'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약간의 유머도, 쉬어갈 수 있는 부분도 영화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중한 소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  

소위 페이크 다큐라 불리우는...

사실이 아닌 것을 알고 있는데, 전문 용어 써가며 너무 사실이라고 보채는 것 같아 좀 피하고 싶달까...

그리고 후에 밝혀지는 여자의 초능력 비슷한 예지력.


영화의 전체 이미지가 그려지고 나서부터는 솔직히 그다지 놀랍지도, 반전의 뒤통수의 강도가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마치 전 세계의 권력을 모두 손에 쥐고 있어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날 것처럼 묘사하중국이 나라의 존재는 불편하게까지 느껴졌다.


트랜스포머 4편처럼 중국 자본을 들여 만들었기에 극 중 중국의 비중을 늘렸다던가,

아니면 현 미국정권의 기조대로 중국에 적대적인 방향을 영화로 표현해내려 했다던가 하는 뒷 배경까지는 알 수 없으나,

지도자와 닮은꼴의 중국 정상까지도 출연시켜
‘큰 일 날 뻔했는데 너 덕분에 살았다’는 식마무리는 정말...



글 초반에 ‘여운’이 남는 영화를 선호한다고 작성한바 있는데,


끝으로 갈수록 이 영화는 여운은 커녕, 초반부에 좋은 설정을 흐지부지하게 얼버무리는 느낌이다.

전작들처럼 보고 난 후에 느껴지는 여운은 없었다.

독창성과 대중성, 거기에 연출력까지 더해져 큰 기대주였던 감독은 믿고 맡기는 연출자가 되어 자신의 하고 싶은 얘기를 너무 제약 없이 풀어버린 느낌이다.


미리부터 짐작 가능한 다소 뻔한 결말로 마무리 된  다른 의미로 너무 놀랐다.

보통 하이라이트로 들어가게 되는 후반부의 CG와 이야기가 해소되는 장면들.

분명히 이런 연출에는 의도가 있을 거야...하며
다소 조악해 보이는 CG로 표현 된, 새로울 것 없는 꼴뚜기 디자인 외계인과의 조우를 지켜보았다.

감독을 믿고, 필사적으로 이해해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왜 영화를 보면서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 지 다시 반문했다.

감독의 작품성을 인정하는 필자가 느끼기에도 이번 작품은 대중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스펙타클한 전개까지는 원하지 않더라도 잠시라도 길을 잃으면 영화의 끝까지 따라가기는 지루하다.


몇년 전,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감독이 저주받은 과거 걸작 ‘블레이드 러너’ 리메이크 판의 메가폰을 잡았다는 소문에 기대하는 중이었고,


그 사이에 나온 이 영화 '컨텍트'의 경우,

필자는 전해 듣지 못한 연출작이었다.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움과 대중성의 경계선,


이제까지 늘 그 균형감각을 잘 지켜오던 감독은 이번 만큼은 자신의 새로운 시각을 관객에게 주입시키는 데에 더 공을 들인 것처럼 보였다.


부디 이 영화는 다른 의미의 성장을 위한 감독의 자기계발 프로젝트로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며,


라라랜드에서 피아노를 치던 라이언 고슬링 버전의 ‘블레이드 러너’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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