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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Mar 06. 2017

울버린을 떠난 로건, 로건을 떠난 휴잭맨

약간의 스포

마블 코믹스 내, 캐릭터 군단이라고도 얘기할 법한 엑스맨 시리즈는 20세기폭스에서 판권을 가지고 줄곧 영화로 제작되어지고 있다.


이 시리즈의 인물들을 히어로로 분류해야 할지, 장애를 가진 아웃사이더들로 분류 할지...


엑스맨 속 캐릭터들은 대부분 특출난 능력으로 그들의 주변을, 넓게는 지구를 지켜 존경받는 '영웅'이 아니라 '남들과 다름'으로 인해 차별받고 소외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조금 다르지만, 그걸 이해해 줄 수 없겠니'


라며, 일상으로 들어오려 해도 일반인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인 이 '돌연변이'들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인, 친구, 동료, 그 어떤 형태로도.



그런 세상의 대우에 맞서 갈라진 양 진영의 다툼.


그런 설정의 독특함에서 였을까,

엑스맨 시리즈는 특히 차별, 소외받고 있는 현실의

어느 특정 집단을 대변하듯 연결지어져 비유, 상징의 아이콘이 되어 왔다.


무수히 많은 히어로 영화들이 있지만 특히 엑스맨 시리즈는 흥미롭게도 특출한 능력을 지닌 '다른'이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차별 가득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


혹은 힘을 가진 이가 지녀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인가


등의 교육이 이루어지며 그들의 성장과 대립의 각종 에피소드들이 이야기의 주류를 이루어 왔다.

   

창과 방패.

흥미로운 건 특정한 한가지 능력으로 상징되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서로 상성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강함이 더 강함을 이긴다의 개념이 아닌,

자신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능력으로 절대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능력치의 캐릭터들이 협력하고 대립하며 파벌이 나뉜다는 점.


관객들은 당연히 '캐릭터 쇼'를 구경하듯 그들이 가진 다양한 능력이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는가를 우선적으로 확인하려 했고,


수익을 생각하는 제작사 역시도 그 부분에 더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울버린'은 그런 의미에서 악에 받친 돌연변이들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는 듯 보인다.


태생이 차별받는 돌연변이로, 후에는 그 특이점을 이용하려는 과학적 실험 대상으로, 

철저히 소외되고 이용되어져, 고독함이 익숙한 오로지 분노만이 가득한 캐릭터.


그래서 일까, 엑스맨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메인 캐릭터로서 스핀 오프작 만 세편이 만들어진

이 울버린 시리즈.


특히 이번은 17년간 이나 이어져왔다던 휴잭맨의 울버린 마지막편이란 화제성에 더더욱 흥미를 끌었다.


'휴잭맨이 연기하는 마지막 울버린'


물론 캐릭터의 힘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한 명의 영화 배우가 이십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리고 퇴장에 앞서도 이렇게 아쉬워하는 관객들이 많을 정도로 인물 그 자체였던 캐릭터를,

이제 놓아주어야 하는 본인은 어떤 심정일까.


자기 인생의 커다란 한 부분이 빠져나가는 기분?

그러나 영화는 유난히도 강조하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엄밀히 이 영화는 이제까지의 엑스맨 영화들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아니, 엑스맨 뿐 아니라, 아예 히어로물이 아니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정통 서부극을 표방한다.


현역에서 은퇴해 조용히 살고 있는 왕년에 잘나갔던 주인공에게, 과거의 행적들이 발목을 잡혀 다시 시비가 붙게 되고, 그들에 맞서 새롭게 유입된 신흥 세력의 성장을 조용히 서포트하며 아름답게 물러난다.


...는 이야기 구조.

극 중, 대놓고 '셰인'이라는 고전 서부영화를 오마주하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내용으로 보면 비슷하게 떠올려 질 만한 영화들로 수두룩하다.


용서받지 못한 자, 그랜토리노, 레슬러, 록키...


모두 어떤 방면의 노쇠한 스페셜리스트의 마지막 꺼지기 전 활활 타오르는 촛불 빛을 감상적으로 그리는 듯한 내용이지만,


이 영화의 특이점은 그것에 히어로물의 외피를 입혔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다루고자 하는 면은 다르지만 히어로의 옷을 입혀 삶의 어떤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다크나이트와도 비슷한 만듦새로 보여진다.

(무려 다크나이트와...!)


영화는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특징

정도만 알고 간다면 다른 사전 정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설마 히어로 무비를 보고 이런 감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코믹스 '올드맨 로건'을 기본으로 변형 구성되었다는 영화의 배경은 모든 돌연변이들이 사라진 근 미래의 시점이다.


이제 늙고 쇠약해져 콜택시의 기사로 근근히 먹고 살아가는 로건.


전편에서 울버린을 포함, 엑스맨 전체를 이끌었던 정신적 지주 찰스 자비에 교수는 어느덧 늙고 병들어 치매에 시달리고 있고 로건은 국경의 한 외딴 시골로 도피해 한 때 자신을 이끌어 준 아버지와도 같은 찰스의 수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갑작스레 나타난 소녀.그 소녀를 잡으려는 집단으로부터 도피를 도우며 국경에서 국경사이를 이동해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





코믹스나 다른 시리즈의 연장선으로서

극중 인물들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지만,


영화에서는 소녀를 제외하곤 다소 불친절할 정도로 전사를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은 채, 지금의 현상에 집중한다.


강조하고 싶은 주제에 자신이 있던 건지,

이 전의 이야기를 과감히 생략한 선택에는 충분히 납득이 갈 수 있었다.


늘 다음 세대와의 이어짐으로 엑스맨 세계관 속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곤 했던 스토리는


이 영화에서 3대에 걸친 유사 가족의 구성으로 정점을 찍는다.

영화가 여러모로 엑스맨스럽지 않다는 이유는 그 점이다. 이 영화의 주된 테마는 다름아닌 '가족'이다.


큰 일을 치르며 사회에 공헌(?)을 해오던 아버지가 이제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병든 부모를 수발하고 자식들의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


이제까지의 엑스맨이 어떤 특정집단을 대표하는 모습이었다면 이번만은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현대의 가정을 대변하는 모습.


마치 싸이의 노래 '아버지'에서 연상되는 가장의 무게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묘한 기분이다.


결이 다르다고는 언급했지만, 현란한 액션과 코스튬으로 화려하게 스크린을 수 놓았던 히어로 중 히어로가 다리를 절룩이며 일반인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있는 모습.


그것은 다름아닌 한 가정을 꾸려가려는 가장의 모습이었다.


자신을 짐승에서 한 사람의 히어로로 이끌어 주었지만, 이제는 초라하게 늙어 병든 아버지와도 같은 스승 찰스를 돌보며,


계기야 어떻게 되었건 지켜주어야 할 자신의 딸과도 같은 로라가 살아 갈, 새로운 시대를 위한 숭고한 희생.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이가 히어로, 그것도 17년을 '울버린' 캐릭터를 연기한 휴잭맨이라는 것에서 왜인지 모르게 짠하게 올라오는 감동이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늘 아쉬움과 여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만큼

'깔끔한 정리'의 느낌으로 강력한 적과 화려한 액션으로 장식되리라 기대한 관객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히어로 영화에서는 늘 악역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악역은 비중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편이다.


주요 악당은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x-24.


개인적으로,

마지막으로 물리쳐야 할 악당이 정식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한 캐릭터 였다는 점은 더할 것 없는 멋진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로건에서 울버린으로 명명되며 잊혀졌던 자신의 과거 짐승과도 같았던 모습, x-24는 분명 감정없이 살상을 일삼던 과거의 자신 모습 그대로였다.


미래를 위해, 현실을 희생해 과거의 자신을 물리치는 듯한 심오한 끝맺음이랄까.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한 악당을, 미래를 이끌어 갈 자신의 딸과도 같은 존재와 협력해 해치운다는 점은, 뭔가 많은 의미를 상징했음에 분명하다.


어두운 배경, 어두운 캐릭터, 어두운 내용...


영화는 히어로 영화 특유의 뻥과 과장, 그리고 각종 이펙트로 포장되어지는 표면 대신,


보다 현장감어린 액션과 처절함을 담았다.

청불인만큼 어마어마한 잔혹함으로 표현되지만,

그것 또한 처절한 주인공의 모습을 서포트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로건의 몸에 남겨진 끔찍한 상흔들,

4D영화로 본다면 피로감까지 그대로 전달 되어질 듯한 로건의 찡그린 얼굴...


'울버린'이 아닌 '로건'이라는 제목을 택했던 시리즈의 타이틀 만큼, 울버린이었던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로건.


'울버린'으로서 벌어졌던 과거에서 자신의 원래의 모습, '로건'으로 돌아오기 위한 그의 사투는 고단하고 안쓰럽게까지 비추어졌다.

그리고 이제 영화 속에서 과거의 자신을 해치우던 로건의 모습처럼 관객 역시도 로건에서 휴잭맨을 놓아 주어야 할 시기인 모양이다.


원래부터 울버린 역 캐스팅의 1순위는 아니었다던 휴잭맨.


그렇지만, 자신의 연기 인생의 반이 넘는 기간을 울버린으로, 남은 인생 역시도 울버린이라는 잔상과 함께 살아갈 운명을 맞이했다.


아마도 휴잭맨은,

자신의 분신인 울버린의 마지막을

이렇듯 장중하고 회자 될 만한 명작으로 만들어 준 감독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았을 까.








좋은 컨텐츠를 나름 해석하며,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고싶어 이야기도 만들어가는 중 입니다. 괜찮으신 분들 방문 부탁 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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