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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Mar 27. 2017

 덧칠된 추억[미녀와 야수] 에 대한 후기...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는 정설 아래, 지금의 무수한 컨텐츠들 역시도 ‘고전’의 재해석, 발전, 변주 등을 통해 제작되어 지고 있다.

어차피 이야기라는 것은 무수한 세기를 거쳐 오며 살아온 인간들의 삶의 형태.

그 가운데 ‘즐거움을 추구’하는 본성과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은’ 욕망은 독자와 작가의 형태로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무수한 이야기를 생산해 냈다.

그렇게 패턴으로 나뉘어 원형과도 같은 형태가 되어 있는 장르들을 우리는 ‘고전’이라 일컫는다.

처해진 환경과 문화에 차이는 있어도 사람들의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은 그러한 컨텐츠 제작의 원천이 되어왔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은 자신 외의 이야기,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남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교훈이라는 것을 얻어가곤 했던 것.

디즈니의 강점은 그 무너지지 않을 고전 콘텐츠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그림형제의 백설공주 등의 전래 동화 이야기들을 재해석 해 심지어는 원작을 헷갈릴 정도의 파급력을 만들어내던 디즈니는

이야기의 재해석은 물론, 라이온킹처럼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에도 높은 퀄리티를 뽑아내며 믿고 보는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루카스 필름의 역대급 프랜차이즈 [스타워즈] 시리즈, [픽사]와 [마블]까지도 소유하게 된 지상 최고의 컨텐츠 레이블 [디즈니].


새로움과 익숙함 속에서 기가 막힌 물 타기를 해오던 이곳에서는 무한대의 조합으로 이제까지 만들어 놓은 다양한 이야기들의 변주로서 새로운 기획을 시작했다고 한다.


무려 클래식 이야기들의 실사화 프로젝트.

신데렐라, 말리피센트, 정글북에 이은 다음 주자는 미녀와 야수 였다.
(이 후 알라딘, 라이온 킹의 실사화도 확정되어 있다 한다.)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처음 보는 이미지로, 애니메이션을 거쳐 갔던 옛 세대에게는 이 전의 것과 비교하는 재미로서 관객을 극장으끌어들이려는 전략.

속이 들여다보이지만, 꽤나 유효할 이 전략에 끊임없이 돈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본 영화에 관한 이야기로, 언급했다시피 이 작품은 1991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던 작품의 실사 판 리메이크이다.

프랑스 지방의 전래동화였던 원작의 재해석과 동시에 미국 뮤지컬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고전 중에 고전.

100만장이상의 스케치와 600여명 이상의 기술자들을 동원, 최초의 컴퓨터 합성기법을 이용한 애니메이팅 기술은 물론이요,


뮤지컬 영화답게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OST 덕에 영화사의 한 역사로 쓰여 진 이 영화의 실사화에는 많은 부담과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녀와 야수 이야기의 실사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님에도 더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던 것은 20여 년 전,

지금의 20, 30, 40대가 된 세대들의 기억 속의 애니메이션 속 일러스트로서 각인되어 있는 이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다시 리부팅 시켜놓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이미 어마어마하게 발전해 버린 컴퓨터 그래픽에, 실사로 재현 될 배경이나 사물 등의 퀄리티는 미리부터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었지만,

많은 이들의 우려는 실제로 연기가 들어가야 할 역할의 캐스팅이었다.

고전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늘 강조하던, ‘능동적인’ 여성캐릭터의 대명사 여 주인공 [벨].

행운의 주인공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엠마왓슨이었다.

‘미녀’라는 타이틀에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았고, 인지도나 연기 면에서도 납득이 갈만한 캐스팅이지만,

더 적합한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점은 그녀가 UN에서 여성의 인권을 위해 강연한 적도 있는, 널리 알려진 페미니스트라는 점이다.

독서광에,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이곳저곳에서 강연을 하며 ‘강한 여성상’ 보이기를 서슴지 않던 그녀의 행보는 분명, 이야기 속, 시대를 초월한 강인한 여성 ‘벨’로 선발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엠마왓슨은 21세기에 다시 만들어지는 이야기 속 '벨'을 시대에 맞는 더 강인한 여성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고전인 만큼 널리 알려져 있는 스토리의 요약은 생략하고 바로 감상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추가되는 인물이나 에피소드가 있기는 하나,
구조며 전개 등은 예전의 애니메이션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작화만을 쫓으며 꿈과 희망적인 교훈을 따라가기를 강요받았지만,
이제 와 다시 본 이야기 속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메세지들이 보여 지는 듯 했다.

마블의 작품들 역시도 그러했듯, 이 전에 만들어진 컨텐츠를 수십 년에 지난 후 다시 접했을 때에는 지금의 시대상과 연관되어 해석될 수밖에 없다.
                                                                                                               

고정관념 가득한, 고리타분하게도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진 삶의 형태가 있어 그것을 탈피하면 큰일이 난다고 여기는 마을 사람들.

시대상을 감안해, 이를 현실을 빗댄 모습이라 한다면 마을 사람들의 집단적인 의식은 분명 '다름'과 '틀림'을 잘 구분하지 않으려는 현실 군중과도 닮아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과는 다른' 벨을 이상하게 여긴다.
늘 새로움을 꿈꾸며, 지루한 일상을 넘어선 책 속 이야기에 빠져 환타지를 꿈꾸는 그녀를.

동화가 만들어지던 시절도 별반 다를 것은 없던 건 지, 현실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비슷해 보인다.

사회생활을 시작해 지루한 일상을 맞이한 현대인들은 영화, 뮤지컬, 여행 등의 매체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잠시 동안 현실을 벗어나기를 꿈꾼다.

자신은 '남들과 같지 않은 삶'일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은연 중에 그 재미난 세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당연히 이 이야기 안에서는 그 희망을 극대화 해 '잠시 동안'이 아니라 완전히 그 세계로 들어가 버리는 구조로 막을 내리지만,

호기심 가득한 주인공 벨의 성격으로 짐작해 보면, 맞이한 ‘새로움’은 곧 ‘익숙함’을 지나 ‘지루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지루한 성 안 생활의 무료함에 밖으로 나가려는 [알라딘]에서의 쟈스민 공주나 [라푼젤]로 이어 질 지도...

[미녀와 야수].
다소 원초적인, 떠올려지는 이미지만으로 지어진 제목일 수도 있지만, 유추해 볼 수 있는 점은 ‘외모’에 관한 일반적인 편견에서 비롯되었다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동화 이야기에서 ‘공주'나 '왕자' 는 예쁘고 멋진 모습으로 그려왔다.

‘미녀’니까 그 옆에는 ‘미남’, 혹은 ‘훈남’이 있어야 ‘완성된 그림’ 같아 보일 텐데, 야수, 혹은 야수 같이 못생긴 추남이 옆에 있다는 언밸런스에서 호기심을 이끌어 낸다.

애초부터 마을에서 가장 예쁘다는 벨의 '미모'는 그녀의 여러 가지 편견들을 어느 정도 잠재워 주곤 했다.                                                                                                       

'쟤는 얼굴도 멀쩡한 애가 왜 저래? '
'이상해도 예쁘니까 최고 미남자가 쫓아다니잖아.'

‘예쁘고 조신한, 순종적이며 착한 이미지’는 동화에서 추구하는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이고, 독자들은 그것을 은연중에 수긍해 왔다.

그리고 그 요소들을 하나 둘 전복시켜가는 캐릭터의 [기행]에서
‘이 저런 애들이 이런 생각이나 행동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의외성으로 재미를 찾아간다.

반대로, 벌로 받게 된 야수 모습 이전의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살펴보면,

젊고 잘생겨 매력 있으며, 심지어 높은 지위에 어마어마한 성의 주인인 왕자의 모습.

변해버려 외면받게 된 왕자를 그저 모험심 가득한 작은 마을의 평범한(하지만 예쁜...) 어느 소녀의 사랑으로 보듬어 비로소 진리를 깨달으니,
‘두 남녀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맺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오면,
조건은 좋은데 성격이 더럽고 이기적이라 까칠하던 남성이, 외모와는 다르게 당돌한 성격의 여성으로 인해 서서히 길들여져 간다는, 이제는 흔해 빠진 드라마 재벌 상속남류의 원조라고 해도 무방하다.
              

고전에서의 이러한 성별 구조는 현실에서 여성의 외모지상주의와 남성의 물질 만능주의를 부추기는 데에 크게 일조를 해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주로 권선징악적인 단편적 동화 원작의 작품들이 많아서 일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명백하다.

사회분위기를 포함해 점점 더 사회문제가 되어 지고 있는 이 감각들은 어린 시절 은연중에 강제로 학습되었던 이런 이야기들이 일조를 했을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한다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벌로서 망가진 외모를 가지게 된 야수가, 외모를 넘어선 '진정한 사랑'을 찾아 용서받게 된다

구성.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 속 배경에서 외모지상주의를 드러내고 있는 사람은 왕자 만이 아니다.

마을의 다른 많은 사람들 역시도 그 외모 지상주의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커뮤니티로 묘사된다.

                                                                                                           

마치 돈 많고 권력 있는 위치에 있는 자에게 더 엄중한 처벌을 강요하는 현실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듯도 하다.

돈 많고 잘나가는 젊고 예쁜 연예인들에게 겸손과 예의범절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훨씬 엄한 잣대로 관심에서 내팽개쳐 지는 사례들처럼.


고전의 리메이크는 사람들의 기대치만큼이나 인정받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호기롭게도 이번에 시도한 작품은 많은 이들의 인생 고전 ‘미녀와 야수.’

연기, 표현, 원작과의 변형을 통한 새로운 메시지 전달 등... 전체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싱크로율이나 미장센, OST의 연출 등 비교적 잘 만들어졌다는 칭찬보다도

드러나는 약간의 아쉬운 점들이 더 많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고전 리메이크의 운명일 지도 모르겠다.


그 어느 때보다 컴퓨터 cg기술이 발전해 있는 시대에, 이 같은 엄청난 프로젝트에 자본 부족 문제일 리는 없을 텐데, 개인적으로 표현상에 아쉬운 부분은 몇 가지 존재했다.

먼저 카메라의 포커싱.


원작에서도 주인공 벨이 처음 야수의 성에서 새로운 방, 어마어마한 규모의 도서관을 보고 놀라움을 드러내는 장면은 꽤나 중요한 포인트이다.                                                                                                               

영화에서는 잘 구현해놓은 각각의 장소를 카메라로 훑어 보여주지만, 카메라 워킹 탓인지, 포커싱이 너무 흐려 또렷하게 보여 지지 않는다.

이동 때문에 흐릿하던 화면이 멈추고 나면 포커싱이 맞추어 져 명확하게 보여 지겠지 생각했지만, 그저 그렇다는 것만으로 느낌만 남긴 채, 어영부영 다른 컷으로 넘기는 느낌이다.

중요한 장면인 것을 알고 있는 만큼, 그래픽이든 실제 세트이건 대충 만들어 놓은 배경 미장셴은 아닐 텐데, 그 불친절한 카메라 워킹의 의도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는 캐릭터의 외부묘사.


주조연이라도 봐도 무방할 촛대 뤼미에와 주전자 미세스 팟.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실망 스러웠다.
사실상 극 전개의 주축이기도 하며, 메인 OST 곡을 불러주기도 하는 이 중요한 캐릭터들은 그 비중만큼이나 보다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표현되어야만 했다.

이완 맥 그리거가 연기한 촛대 뤼미에는 귀여움과 넉살좋은 인상의 얼굴 표정이 보다 잘 드러났으면 훨씬 더 좋았을 듯 했다. 특히나 동작이 이어질 때에 촛대의 형태에서 완전한 인간 피규어의 형상으로 변하는 것은 다소 이질감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동과도 같은 재질로 표현되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표정이며 동작 자체가 그리 귀엽게 보여 지지 않았다.

엠마 톰슨이 연기한 미세스 팟 역시도 비록 주전자이긴 해도 푸근한 이목구비가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캐릭터였으면 조금 더 감정을 살리기에 좋았을 듯하다.

주전자의 옆면에 그냥 대충 낙서한 선으로만 그려진 듯한 미세스 팟의 이목구비는 정말 제작비를 의심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정도였다.    

디즈니는 굿즈를 중시하니 굿즈의 판매수익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보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 판매를 위해서라도 조금은 더 소장가치 있는 귀염성을 강조해도 좋았을 텐데,                

전체적으로 성안의 소품들 모두 그로테스크 환타지의 대명사 ‘판의 미로’의 소품들을 연상시킬 정도의 지나친 리얼리티가 추구된 듯한 기분이었다.

세 번째는 톤.


물론 벨이 사는 마을과 야수가 사는 성의 대비를 위해 의도한 바는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게 표현된 성의 묘사에 답답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아쉬운 점들에 대해 논하기는 했지만, 기록을 체크하고 지나간다는 기분으로,

성장과 함께했던 필수고전 중 하나

[미녀와 야수]의 21세기 버전인 이 영화는 충분한 관람 가치가 있어보인다.








좋은 컨텐츠를 나름 해석하며,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고싶어 이야기도 만들어가는 중 입니다. 괜찮으신 분들 방문 부탁 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ttp://m.me.co.kr/?mode=cdetail&itemNo=206

http://m.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628943&page=1#volum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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