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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Apr 03. 2017

우여곡절 성공신화 [히든 피겨스]

스포조금 감상 후기 입니다.

    

[옥타비아 스펜서].

극중 도로시 역할을 한 이 여배우.


필자에게 있어 이 영화의 이미지는 오로지 이 배우로 결정이 났다.    


푸근하면서 밝은, 억울하고 황당한 사건을 당하는 순간에도 늘 장난기와 웃음을 머금은 듯한,


선한 인상으로 남겨진 2011년의 영화 [헬프]가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아있어서 인지 모르겠다.        

인종차별에 심했던 미시시피주의 백인가정 가정부로 일하며 인종차별에 대해 맞서는 어두운 소재의 이야기지만,


영화 [헬프]는 이 배우 덕에 밝은 분위기, 유쾌한 톤의 통쾌한 결말을 맞이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같은 배우가 나오는 이 영화는 [헬프]와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천부적 수학적 재능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캐서린.

영화는 잠깐 그녀의 어린 시절의 재능을 암시 한 뒤, 현재로 뜀을 뛴다.    


인종차별이 횡행했던 60년대, 한 분야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며 거친 길을 헤쳐나가 백인들이 대부분인 이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동료들, 캐서린, 도로시, 그리고 메리.    


그녀들이 일하는 곳은 무려 천재 수학자, 물리학자들이 모여 있다는 미 항공우주국 NASA 였다.


미지의 우주에 인간을 보내는 대전제를 위해 알아내어야만 하는 지구의 궤적 등, 물리학적 수치가 계산되어야만 하는 부분.


그 과정에서 조금은 단순하다고 말할 수 있계산업무를 해 줄 전산원들이 필요해, 그 방면으로 능력을 갖춘 흑인들을 한 장소에 모아 잔업 등을 시켜오던 NASA.    


그러던 중 백인들만 근무하는 메인 오피스에 (심지어는 거리마저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뛰어난 전산능력과 해결능력을 갖춘 캐서린을 섭외해 역시나 편견과 선입견으로 차별을 일삼아가며 과중한 전산 업무를 맡기게 된다.


천대를 참아가며, 결국에는 천재적인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러시아와의 경쟁으로 혈안이 되어있는 항공 우주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키 메이커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실화 바탕의 영화.   



      

우리나 역시도 계급이 존재했던 시대를 다룬 사극, 시대극 안에서 불평등이나 편견을 극복해 영웅으로 칭해지는 인물의 이야기가 자주 다루어지듯,         


미국 역시 현재까지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사회문제인 ‘인종 차별’에 관련한 영화는 끊임없이 만들어 지고 있다.     


초입에 밝힌 바 있던 [헬프] 역시도 한국 내에서는 당시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의 인지도에 밀려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내며 어마어마한 흥행 수익을 거두었다.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도 큰 몫 한 바이겠으나, 우리 국민으로서는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는 '인종차별'이라는 문제가 그곳에서는 당면과제로 받아들여 큰 관심을 끌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비슷한 형태로 너무도 많이 다루어져 온 이 소재의 문법대로라면,  여타의 작품들과 별다를 것 없다고 생각해서 였을 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는 하나, 인종차별이 메인테마라는 이 영화,


처음부터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다.    


컨텐츠가 홍수처럼 밀려드는 지금, 자극에 길들여졌기 때문인지


필자 역시도 무언가 큰 화제성이 있거나 재미를 담보로 한 컨텐츠가 아니면 선 손이 가게 되지 않는 습관이 생겨버린 건 지 도 모르겠다.    


이 각도 저 각도로 영화를 분석해보는 것이 취미가 된 필자가 느끼기에 이 영화는 크게 충격적으로 다가오거나 하는 새로운 시도는 없었다.     


전체적으로 촬영도 편집도 그저 무심하게, 무난하게 진행되어지는 느낌.    


영화는 의도적으로 전반적인 요소들을 무난하게 풀어가 그것들의 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인물들이 풀어가는 드라마에 집중해 보아야 할 순서이다.    


인물들의 성공 스토리가 실화인 이야기라면,

굳이 스포라 말할 필요도 없이, 풀어가는 감독이 어떠한 시선으로 그 인물을 바라보았는지에 우선적으로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그것은 곧 영화의 톤을 좌우하기 마련일 테니.    

부당한 대우를 견디어 가며, 그래도 자신의 신념으로 밀고나가 편견을 극복하고 기득권의 자리까지 당당하게 입성하는 흑인여성 전산원의 이야기.     

 

그 부당한 억울함을 전달하는 어두운 분위기로 풀어 갈 것이냐, 아니면 상황을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주인공의 긍정적인 자세를 강조할 것이냐...    


영화는 명백하게 후자 쪽이다.    


1960년대.

백인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 것에 ‘왜’를 따질 이유도 없이, 당연한 사회 분위기가 되어있던 시기였다.


흑인이자 여성인 그녀들로서는 그나마 백인들과 같은 현장에서 중요한 업무에 일원이 될 수 있던 것만으로도 감사해야만 했다.    


때문에, 사소하게 당하는 일상의 억울함이 수면 위로 올라 폭발해 버리기 전까지 그들은 그저

‘이제까지도 계속 그래왔으니까’ 라며 불만 없이 수용했다.     


자신들에겐 처음부터 ‘사회적 약자’라는 딱지가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부당함을 참아가며 그저 업무에만 몰두해오던 그녀들.     

이들을 고용하기는 했지만 NASA의 백인들은 사소한 시대의 편견 때문에 그들을 [임시직]이라 못 박으며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편입시키지 않으려 했다.    


러나 다른 것에 불만을 가지게 할 새도 없이,

그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 환경 덕분일지,


그녀들의 눈에 그렇게 잘났다던 백인들이 풀어가는 업무적인 능력에 대한 불만들이 점차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용감한 흑인 여성 트리오는 각자의 분야에서 백인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의 해결점을 찾아가지만, 업무와는 상관없는 그저 인종차별적인 선입견으로 내놓는 의견은 쉬이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아마도 이 때의 인종차별이라 함은 어떤 ‘장애’로 인식되어질 만큼 본인들에게는 [열등감]으로, 기득권층에서는 [멸시]로까지 작용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다른 측면에서 이 이야기를 되짚어 보자면, 인종과 성별을 넘어선 시대의 영웅, 천재를 알아보고 서서히 이들에게 감화되어, 동화되어 가는 스토리.    


인종차별이라는 개념이 들어가 더 극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사실상 영화는 한 분야 천재의 탄생에 대한 신화 이야기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더 납득하기 쉬울 수도 있다.    


천재로 태어난, 어마어마한 능력을 보유한 한 인물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어가며 결국엔 다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 가는 과정.     

말하자면 여기서 ‘약소인종’이라는 측면은 성장과정에의 한 시련이지, 메인이 되는 적이 아니다.    


캐서린, 메리, 도로시는 결국 ‘흑인이자 여성’ 이라는 당시의 신분과 계급을 초월해 각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로 성장해, 앞으로도 이어 질 중대한 프로젝트에 ‘당연스럽게’ 투입되기에 이른다.    


이야기는 인종차별 반대운동 등으로 약한 세력의 무리가 힘을 합해 권리를 되찾거나 기득권의 세력을 쟁취한 사례는 아니다.     


말하자면, 천재인데 아쉽게도 인종을 잘못 타고나 인정받지 못하던 인물들이 그나마 진취적인 입장을 취하던 기득권의 리더에게 발탁되어 동등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았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인종차별의 해소이야기’로 접근해 들어간 관객이라면,


'별다른 능력이 없는 그저 평범한 흑인은 결국 계속해서 무시 받으며, 천대 당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 '밖으로는 달라진 것이 없지 않으냐'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인종차별 극복 스토리보다는 영웅의 성공신화 쪽으로 무게가 실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수학적인 천재가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낸 다는 측면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영화[이미테이션 게임] 과도 닮아 있다.        

억압과 시련에도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가정과 일을 지켜가는 이 세 흑인 아주머니들.    


특히 캐서린역의 타라지 P 헨슨 배우의 멍한 듯하면서도 확고부동한 표정연기와

도로시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 배우의 미소 머금은 여유있는 연기는 흔한 이야기에 탄력을 불어넣는 큰 요소가 되어 주었다.    

 

물론,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던 꾿꾿한 자넬 모네의 연기 또한 좋았다.    


주연급인 캐빈 코스트너나 커스틴 던스트가 이 세 흑인여성 주연을 뒷받침해주려 조연으로서 완급조절을 해 주고 있다는 점 역시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극의 분위기를 결정 지어 준 또 한명의 주연. 그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밝은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어깨춤이 날 정도로 신이 난다. 음악의 분위기는 영화의 편집점을 이끌어낼 정도로 이야기의 호흡을 좌우했다.


씬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음악을 접목시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새로운 감정을 살려내는, 영화는 거의 뮤직비디오라도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곡들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뭔가 통통 튀는 듯한 익숙한 OST.

음악감독을 맡은 이는 무려 퍼렐 윌리엄스와 현대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라고 한다.     


이 외에도 앨리샤 키스, 레이찰스, 심지어는 배우보다 가수로 더 유명하다고 하는 극중의 메리역 [자넬 모네] 역시도 ost 작업에 참여했다.    


결말을 알고 보는 전기영화에, 동양에서는 미국인들만큼 감정이입이 어려운 인종차별의 문제에 관한 영화였지만


좋은 음악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자연스러운 연출이 어우러져 그 어떤 영화보다도 유쾌하게 엔딩을 맞이할 수 있는 즐거운 영화.    


영화의 제목은 ‘숨겨진 숫자’에서 ‘숨겨진 영웅’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함축한다고 한다.


히어로 영화, 각종 블록버스터들이 시선을 끌어대는 이 자극 가득한 영화판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숨겨진 명화’ 반열에 올려도 좋지 않을까 한다.         








 컨텐츠를 나름 해석하며,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고싶어 이야기도 만들어가는 중 입니다. 괜찮으신 분들 방문 부탁 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ttp://m.me.co.kr/?mode=cdetail&itemNo=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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