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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oo Apr 09. 2017

묵직한 여운 [분노_怒り]

오해였음이 틀림없다.

일본과 인연이 있던 필자는 원작을 알건 모르건 일본 영화 신작이 나오면 늘 관심을 갖고 찾아보곤 했었다.

특히 뛰어난 사소설  장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소박한 이야기, 조용한 분위기로 소소한 주제를 이끌어 내는 형식의 일본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인데,


한국에는 많이 소개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물론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영화가 전부 우리나라에 소개 될 리 없고, 배급사며, 수익적인 부분을 고려하기 마련일 테니, 화제성이 될 만한 작품들 위주로 개봉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유명 만화 원작 영화 [ 바람의 검심 ]

그렇기 때문일까, 최근 주로 한국으로 넘어오는 일본 영화들은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원작의 실사이나, 일부 알려진 소수의 유명 감독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인종 언어, 문화권 자체가 다른 미국이나 타국의 영화들을 때에 같은 인간으로서 느끼는 공감대나 감동이 전해지면 좋은 작품으로 분류되곤 하는데,

비슷한 동양 문화권의 일본 영화 만큼은 유독 연기나 연출법이 독특하달까.

그것이 문화의 차이라 이해하고 보아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은 늘 존재했었다.

특히 연기에 있어서 아쉬운 점은 어떤 상징과도 같이 일본 영화의 한 전형이 되어 있었다.

특히 최근에 느껴지는 일본 영화 연기의 대부분은

~ 예쁘장한 남녀 배우들이 등장해 복닥복닥 뭔가 연기하려 ‘애를 쓰고 있는’ 모습 ~ 이랄까.

왜 저렇게 어색하지? 저 나라에선 저게 잘하는 연기인가? 감독이 오케이를 했다는 건 저런 연기가 상업적으로 먹힌다는 소린데...

물론 연출자 입장에서라면 타겟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저 나라의 국민들이 좋아하는 영화의 스타일 자체가 조금은 다른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연기도, 연출도, 영상도 뭔가 한국, 미국과는 다름에, 필자가 알지 못하는 일본만의 어떤 영화 문법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고.

뛰어난 원작을 무수히 보유하고 있는 스토리 강국답게 영상화를 통한 가능성도 무궁무진 할 것을.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확신했다.

이제까지의 일본 영화에서 한국인인 필자가 어색함을 느끼던 부분은, 일본인 관객들 역시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라고.

일본식 과장 연기, 어색한 몸짓으로 보는 이들마저 화끈거리게 만드는 서툰 연기를 선보이던 배우들.

부디 이 영화 참고해서 갈고 닦길 바란다.

일본 배우의 연기를 보고 감동을 받아본 것이 워 오래간 만이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반적으로 모두 좋았지만 특히 미야자키 아오이와 히로세 스즈 배우의 연기는 정말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와타나베 켄, 미야자키 아오이, 모리야마 미라이, 마츠야마 켄이치, 아야노 고, 히로세 스즈, 츠마부키 사토시...

공인된 연기 귀신들이라는 연기파 일본 배우들이 총출동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연기, 연출, 구성, 편집, 그리고 파생되는 긴장감이 어마어마하다.

무려 14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 속,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힘을 전달한다.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한 사건을 놓고 그 사건과 관련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캐릭터.' 

...들이 하나의 결말로 이끌어가는, 옴니버스 구성의 전개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 유명세를 타진 못했지만, 어마어마했던 한국영화 「주먹이 운다」같은...)

선와 악의 경계를 명확하게 지어두고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 보다, 각자의 사정으로 악의 편, 선의 편으로 갈라 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 누구에게라도 감정이입이 가능한 이야기.





영화는 한 부부의 잔혹한 살인사건 이후, 범인을 잡아가는 과정으로 용의자 선상에 오른 세 명의 젊은이의 각각 스토리로 전개된다.

도쿄의 게이 바에서 샐러리맨과 가족 이상의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 나오토.


치바의 항구에서 뭔가 과거를 숨기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타시로, 역시 알려지지 않은 과거로 오키나와의 작은 섬에서 도피하며 살아가는 타나카.

매스컴에서 용의자의 얼굴이라 공개된 사진과 다른 듯 닮은 인상의 세 사람은, 서로 엮이는 일 없이 다만 각자의 스토리 안에서 범인으로 의심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진범을 찾아가려는 경찰의 수사, 친분으로 신뢰관계를 형성하게 된 세 사람 각각의 주변인들과 의심 사이에서 취하게 되는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로서 벌어지는 사건들.



영화는 묻는다.
‘과거’가 명확하지 않은 누군가와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느냐고.

그리고 '믿음’과 ‘의심’이라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을 극대화 해 이야기를 극한으로 밀어 붙인다.

친분이 생기고 이제부터 내가 믿기로 한 사람이라면, 과거에 어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아무런 조건 없이 ‘신뢰’를 내어 줄 수 있을까.

「나에게만 온다면,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당신의 어떤 과오도 나는 신경쓰지 않을 거야」라고,

서로가 좋은 시기에는 가볍게 이야기 한다.

부모와 자식, 친구, 형제, 부부, 연인...
그렇지만 타인과 맺게 되는 그 어떤 관계에서도 「항상」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렵고,

좋지 않을 때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은 애써 부정한다. 늘 아름다운 모습이어야만 한다는 억지 의지로써.

영화에서 이 부분은, 모두 다른 에피소드의 인물들이지만, 비슷한 열등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점에서 드러난다.

'타시로'의 이야기 중에서는
유흥가에서 일하던 과거를 가진 딸이 아무리 개과천선 했어도,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행복은 맞이할 수 없을 거라는 편견으로 나타낸다.

이 편견은 아버지는 물론이요, 본인 역시도 은연 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역시 불운한 과거 때문에 피하는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타시로'라면, 자신의 아픈 과거를 문제 삼지 않고 이해해 줄 수 있을 테니,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강력범죄의 용의자로 몰리는 순간부터, 그 믿음은 금이가기 시작해 이내 의심으로 바뀌어 버린다.

'나오토'의 이야기에서도 비슷하다.

어느날 우연히 게이바에서 만난 낯선 남자,

설명할 수 없는 끌림과 외로움의 동반자가 되어주던 그와 관계를 맺으며, 같은 무덤에 들어가자고 까지 말할 정도의 신뢰를 보이지만,

사소한 집착에 의심이 시작되어 자신도 모르게 추궁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관계는 깨어진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했다.
자신 외의 누군가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들이고자 한다면 먼저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

결정의 기준, 그 모든 것의 기준은 자신이다.

인간 개개인은 몹시도 이기적이다.

티끌만큼 사소한 일에서도 본인에게 상황이 불리해 보이기 시작하면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본능이요,

자연스레 먼저 자신이 아닌, 타인의 과실을 따지려 게 되, 의심이 시작된 상황이라면,

누가 상대방의 이전에 덮어두기로 했던 오가 떠올려지지 않을 수 있을까.

'편견'과 '선입견'은 아마 그 사람의 이미지를 호락호락 놔두지 못할 것이다.

유사 범죄 전과가 있는 자는 동일 범죄가 일어났을 때에 가장 먼저 의심을 받게 되고, 사건이 해결 될 때까지도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아무리 결백해도 이전의 경력이 꼬리표를 달고 인생을 쫓아다니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는 용의자 세 명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각각 풀어서 전개된다.

사건이 진행되며 생긴 오해와 그 오해가 초래한 인물의 결말들까지.

그러나 영화는 여느 범죄 스릴러처럼, 최종적으로 범인이 누군지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는다. 주변인들이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의 반성, 후회를 보여줌으로

분명 유사한 경험을 간직했을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그것도 꽤나 묵직하게.

자극적인 소재를 자극적으로 다루기는 했지만, 뛰어난 연출의 힘으로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감상까지도 자극으로 남지는 않는다.

아마 필자의 감상과 비슷하다고 느낀 관객이라면, 자신을 한번 뒤돌아 볼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진 영화임에 분명하다.

워낙에 대작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어 극장 성적이 그렇게 까지 좋을 수는 없어보이지만, 꼭 추천하고 싶은 명작이다.









 컨텐츠를 나름 해석하며,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고싶어 이야기도 만들어가는 중 입니다. 괜찮으신 분들 방문 부탁 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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