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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변화 Oct 17. 2022

괴담(2)

1부 쓰기 전 

괴담


“야! 환자만 후송하면 다야. 우린 여기서 걸어가라는 거야, 뭐야.” 

충전상태가 간당간당했던 휴대폰이 얼마 있다가 꺼져버렸다. 숙직이었던 의정장교 박 중위가 쩔쩔매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인천 항구로 돌아왔을 때 헬기는 떠나고 없었다. 백 대위 말 그대로였다. 헬기가 가버린 게 박 중위 탓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공군에 전화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앰뷸런스 운전사는 우리를 태우고 항구 주변을 몇 바퀴 돌았으나 헬기는 없었다. 결국 앨뷸런스도 돌려 보내고 나와 권상욱만 남았다. 

십일 월이었고 인천항의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나는 하얀 랩가운을 한 손에 들고 병원에서 받아 온 호종의 짐을 넣은 검정 비닐봉투를 반대쪽 손에 들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나마 지갑이라도 챙겨온 게 다행이었다. 


“차편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앞으로 세 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말입니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나온 상욱의 표정은 밝았다. 하긴 상욱 입장에서는 주말에 부대에 처박혀 있는 것보다는 바깥 바람 좀 쐬다가 들어가는 게 나쁠 건 전혀 없었다.

“좋냐?”

“아니지 말입니다. 근데 최 대위님, 여기서 저녁 먹습니까? 부대 도착하면 아홉 시 넘을 건데 말입니다.”

어차피 세 시간 동안 딱히 할 일도 없었고 연락을 받으려면 핸드폰 충전을 해야 했다. 근처 횟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수조가 깨끗해 보이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 방어회가 제철이라고 해서 방어회와 소주를 시켰다. 

“저는 술 마시면 안 되지 말입니다.”

“어차피 한 병 가지고 나눠 마실 거야. 병원 도착할 때 쯤 다 깬다.” 

딱 두 잔을 마셨을 뿐인데 상욱이 얼굴이 빨개졌다.  

“차라리 헬기가 가버린 게 나았지 말입니다.” 

“왜, 짬밥 대신 회랑 소주 먹으니까?” 

“추락하는 일도 많고 위험하지 말입니다. 오늘은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상욱이 한숨을 크게 쉬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참 그깟 헬기 탄 것 가지고. 가슴 철렁할 일도 참 많다. 


상욱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새삼 신병들이 무서워졌다면서 예전에 있던 부대에서 있던 일을 얘기해 줬다. 

“저희 내무반에 귀신을 보는 신병이 들어 왔지 말입니다.  저한테 자신이 귀신을 본다고 하길래 제발 그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말라고 그랬지 말입니다. 일단 헛소리 같았고 어차피 간부들에게 그런 얘기 해봤자 관심 사병으로 찍혀서 완전 골치 아파지지 말입니다. 

어느 날 저희 부대가 옆 부대로 가서 사격 훈련하는 날이 있었지 말입니다. 점심 먹고 신병이랑 같이 화장실에 갔는데 걔가 가운데 칸 양변기 화장실 문을 물끄러미 보면서 줄이 보인다고 하지 말입니다. 무슨 얘기냐고 했더니 그냥 줄이 보인다고만 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칸만 이상하게 서늘하다고 했지 말입니다. 이 새끼 또 시작이구나 싶어서 개소리하지 말고 다른 칸 가서 똥 싸고 빨리 복귀하라고 했지 말입니다.”

상욱이 서비스로 준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다. 

“근데 말입니다. 제가 그날 이후에 혹시나 해서 행보관에게 그 부대 화장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 말입니다. 행보관이 깜짝 놀라면서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하더라 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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