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공연 연습
1227 서머싯몸
새로운 연출로 시작하는 첫 연습. 교회를 떠나서 선규의 병원에서 리딩을 하기로 했다. 은하는 조금 늦는다고 했기 때문에 연출과 나머지 셋이 리딩을 시작했다. 나는 형사를 읽고 성복이 조련사를 낙근이 의사를 읽는다. 내내 별 대사가 없던 조련사를 하다가 대사가 많은 형사를 하니 리딩이 조금 재밌어진다.
“조련사 정도의 사회성을 가진 사람을 채용한다는 게 가능할까?” 선규가 말한다.
“멀쩡한 조련사가 아니니까 그리고 이상한 조련사니까 연극이 되는 거고 사람들을 보게 만드는 거 아닐까요.” 성복이 대답한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 경찰서로 의사를 부르는 건 조금 비현실적이지 않냐?” 선규가 묻는다.
“형, 이 연극은 하나의 우화예요. 현실성을 지나치게 따지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낙근이 대답한다.
우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지점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러기를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조금 늦게 은하가 도착한다. 조련사와 어머니가 나오는 장면을 읽기 시작한다. 내가 느끼기에는 여태껏 은하가 읽은 리딩 중에서 가장 좋았다. 역시 상대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성복과 낙근이 조련사를 번갈아 읽어보고 나는 의사를 읽는다. 리딩이 모두 끝나고 난 뒤 근처 닭갈비집에서 오늘의 메인 이벤트인 본격적인 시파티를 한다. 선규가 제시한 식당 중에서 굳이 닭갈비 집으로 가길 원했던 건 내 무의식 속에 남아 있던 학생 시절 연극 연습 중간에 선배들이 와서 사줬던 춘천닭갈비집의 영향 때문인 걸까. 숯불 위에 고기 철망을 올리고 초벌이 된 닭갈비를 올린다. 고기는 지글대고 맥주와 소주가 섞이고 우린 이런저런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연습과 수다와 술. 삼십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주름과 흰머리가 늘었지만 우리가 연극을 시작하고 끝내는 방식은 여전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이 연극에서 제일 중요한 건 조련사인데, 누가 읽어도 조련사는 존재감이 부족해.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화가 나 있고.” 소맥이 몇 잔 돌았을 때 낙근이 말한다.
예전에 낙근이 말했던 것처럼 이 연극은 한바탕의 소동처럼 보여야 한다. 미스터리로 궁금하게 만들고 티키타카로 웃음을 유발하고 현실 속에서 이룰 수 없는 환상으로 마무리되는 코끼리 탈출 소동극.
“나는 이 작품이 맘에 안 든다고 한 게 아니라 우리 같은 진지충들이 코미디 연기를 하는 게 어렵다는 거야. 일단 몸이 가벼워야 하는데. 몸이 안 되잖아.” 선규가 말한다. 나는 신입생 때 선규가 연기지도를 하면서 보여줬던 숭구리당당 스텝을 잠깐 떠올린다.
결국 중요한 건 웃음이다. 상상해 보라. 만약 이 연극이 코미디가 아니라면…… 우쉬! 끔찍하다. 어쨌거나 오늘 연극의 3요소 중 중요한 하나를 완수했다. 3요소? 시파티, 엠티, 쫑파티. 내일 보러 갈 코미디 <마트로시카>에 나오는 대사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