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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8.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4)

헛되지 않은 삶 : 에밀리 디킨슨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by Emily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누군가의 상심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산 것이 아닐 겁니다.

어떤 한 생명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 고통을 삭여 줄 수 있다면 

지친 한 마리 새를 

그의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산 것이 아닐 겁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누군가의 상심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으면’)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이 짧은 시를 읽을 때마다 전 가슴이 뛰는 걸 느낍니다. 혹시 인생을 헛되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시를 떠올리죠.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 시는 제게 너무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진답니다. 누군가에게 동정심을 갖고, 배려하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가 겪는 아픔을 치유할 방법은 제게 없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너 자신을 찾는 최선의 방법은 남을 위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전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간디와 같은 성인이나 하실 수 있는 말이겠지요.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의 말 “Non nobis solum nati sumus. (우리는 우리 자신만을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다.)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말인데 가슴에 와 닿질 않습니다. 그러다 이런 글을 읽었어요. 일요일 아침마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민물 거북이를 잡아다가 그 등껍질에 붙은 오물을 닦아주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지나가던 사람이 물었답니다. 어차피 거북은 등에 그걸 달고 살아가야 하는데, 그리고 세상에 얼마나 많은 거북이가 있는데 그렇게 몇 마리 등짝을 닦아줘 봐야 무슨 소용이 있냐고요. 그러자 그 아주머니가 들고 있던 거북이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이 작은 친구에겐 지금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일 거 에요.” 그런 작은 친절을 베푸는 것마저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제 삶이 너무 헛될 것 같네요. 따뜻한 한마디의 말과 작은 행동이 우리의 삶을 헛되지 않게 한다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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