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플랫폼 (8)

이오네스코와 코엘료

by 최용훈

하나

모든 사람들이 코뿔소로 변해가는 도시에 나만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프랑스의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가 ‘코뿔소’라는 희곡에서 그려낸 세상이다. 마지막까지 인간이기를 고집하는 주인공 베랑제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인간성을 옹호해 줄 동료가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자신만의 의지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자유로웠다.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었지만 난 자유로웠다. 암울한 젊은 시절도, 사회를 알아가는 순간에도,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순간에도 자유로웠다. 하지만 난 한 번도 자유롭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인생의 후반을 살면서도 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가 코뿔소로 변하는 세상에서 난 언제나 눈치껏 코뿔소로 변해왔고, 그것이 자유로움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왔을 뿐이었다. 자유는 용기가 필요한 것임을 애써 부정해왔던 것이다.

나는 없고 타인만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개체는 없고 관계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타인을 지옥이라 불렀는지 모른다. 자유롭고 싶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을 존중하며 살 수 있을까? 파스칼의 말처럼 나는 우주보다 더 귀한 존재일 수 있을까? 삶의 편린들이 조금씩 더 쌓여가면서 더 두렵고 망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언덕에 진주 이슬이 빛나고, 하늘엔 종달새가 날고, 달팽이가 가시나무 위를 기어가는’ 한가로움과 여유는 살만한 세상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각박한 현실을 살아야 하지만 코뿔소들의 세상에서 사람으로 살만큼 어리석고 싶다. 그래서 단 하루라도 에라스뮈스처럼 나도 ‘우신愚神’을 예찬하고 싶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으며 내 삶의 목적을 생각한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세 인부에게 던진 질문.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죠?” 한 인부가 대답했다. “보면 모르쇼? 돌을 치우고 있잖아요.” 두 번째 인부. “보면 몰라요? 돈을 벌고 있잖소.” 마지막 세 번째 인부는 남자의 같은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모르시겠어요? 교회를 다시 짓고 있잖아요.”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돌을 치우는 일일까? 돈을 버는 것? 교회를 짓는 일? 나는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삶의 목적이 내가 해왔던, 앞으로 내가 할 일의 내용을 규정한다는 것을 이제 조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높은 목표의식을 갖고 살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내 인생에 나의 시간과 정성을 들일 가치 있는 목표가 없다면 내 삶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당장의 일과 그 일의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삶의 방향과 가치를 정하고 눈앞의 결과나 일에 연연하지 말자.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추구해야 할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옳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무엇이 옳은지를 아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난 교회를 세우는 인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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