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은희
가지 끝
까치밥으로 남은
붉은 감의 기다림처럼
손톱 끝
조금 남은 빠알간 봉숭아 물
조마조마한 떨림처럼
갑자기 매워진
바람의 손길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맡기고
찬 초저녁
하늘에 그린 듯 걸린
하이얀 초승달!
‘저 달에도 그 바람이 지날 테지......’
그 무렵,
가슴엔 남몰래 간직해둔
선홍빛 사랑 하나가
살며시 미소 띠며
수줍게 고개를 든다.
First Love
Lee, Eun-hee
Like the waiting of a red persimmon
For a magpie to come and eat
At the end a branch,
Like a delicate tremble
Of the dimly-dyed balsam color
At the tip of a fingernail,
Lightly
Giving itself to
The hand of the wind
Suddenly blowing harshly,
The white crescent moon
Hangs over the sky like a picture
At the cold early evening.
‘The wind may pass through that moon.....’
Around that time,
A crimson love
Secretly hidden at heart
Softly smiles
And raises its head shyly.
까치밥으로 남겨진 붉은 감의 기다림, 손가락 끝에 남겨진 봉숭아 물의 떨림,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눈썹 같은 초승달... 첫사랑은 그렇게 기다림과 떨림의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세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그 기억은 언제나 흔들림이 없죠. 쌀쌀한 초저녁, 지나는 바람을 느끼면 가슴속에 여전히 붉게 물든 그 사랑이 떠올라 수줍은 미소를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