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에는 다양한 인간관계가 묘사된다. 사랑과 증오, 헌신과 배신, 믿음과 의심, 집착과 무관심... 수많은 감정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문학 작품들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것이 근친상간의 테마이다.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 형제자매들, 삼촌과 조카, 숙모와 조카, 조부와 손녀,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등 금기시되어온 패륜의 관계가 많은 작품들 속에 때론 직접적으로 때론 은밀하게 묘사되어왔던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아동에 대한 학대의 문제 가운데 드물지 않게 지적되는 것이 바로 왜곡된 성적 관계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서양의 문학 평론가들은 근친상간의 문제를 다루면서 자주 성서 속의 ‘아담과 이브’를 언급하기도 한다. 인류의 조상이 된 두 남녀를 염두에 둔 논란 많은 관계를 제시한 것이다. 사실 근친상간의 문제는 고대의 여러 작품에서 드러나고 있다. 자주 회자되는 것이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 ‘오이디푸스 왕’(Oedipus Rex)이다. 오이디푸스는 비록 모르고 저지른 일이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취한 비극적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는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에 의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라는 용어를 탄생시킨다. 어린 남자아이가 어머니를 이성으로 인식해 아버지를 적대시하는 무의식적 심리를 가리킨다. 프로이트는 한 때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햄릿이 아버지의 복수를 미루는 것은 어머니 조카스터에 대한 오이디푸스적 잠재의식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리스를 승계한 기원전 1세기 로마에서도 근친상간의 주제는 흔히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오비드(Ovid)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에는 아버지에 대한 욕정에 사로잡힌 ‘미르’(Myrrh)라는 여인의 변태적 심리와 비극적 결말이 묘사되고 있다.
17세기 초에 나온 셰익스피어의 작품 ‘페리클레스’에는 자신의 딸과 부도덕한 성적 관계를 맺고있던 안티오크 왕국의 왕 안티오쿠스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딸에게 구혼하는 젊은 남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풀지 못할 수수께끼를 던진다. 그리고 그것에 답하지 못하는 자들을 가차 없이 처단한다. 주인공 페리클레스는 그 답을 찾아내지만 그것이 아버지와 딸 사이의 불륜을 의미하는 것임을 깨닫고 달아난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에도 오랜 문학의 테마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18세기 영국 소설가 다니엘 디포(Daniel Defoe)의 ‘몰 플랜더스’(Moll Flanders)에서는 자유롭고 방탕한 여인 몰 플랜더스가 여행 중 한 젊은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지만 그가 자신의 난잡한 성관계로 태어난 여러 자식들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에 경악하지도 절망하지도 않는다. 놀라우리만치 자유로운 영혼의 18세기 여성상이다.
‘롤리타’(Lolita)로 잘 알려진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소설 ‘아다’(Ada)는 사촌끼리 사랑에 빠졌던 두 남녀가 사실은 한 아버지의 자식임이 밝혀지는 이야기이다. ‘롤리타’에서도 문학 강사 험버트는 어린 소녀 롤리타에 대한 정염으로 그녀의 어머니와 결혼한다. 결국 그는 롤리타의 새아버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추악한 본능의 결말은 모두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흑인 여성 작가 앨리스 워커(Alice Walker)가 쓴 ‘컬러 퍼플’(The Color Purple)에서는 아버지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해온 14세 소녀 셀리(Celie)가 하나님에게 그 고통에 관해 편지를 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자신을 강간한 아버지가 실제는 그녀의 새아버지임이 밝혀진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셀리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그의 재산까지 상속하게 된다. 친부와 계부의 차이가 단지 생물학적 측면을 넘어 왜곡된 성관계의 도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 논란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20세기 영국 소설가 이언 매큐언(Ian McEwan)의 소설 ‘시멘트 정원’(The Cement Garden)에서는 십 대의 소년 잭(Jack)이 자신의 특이한 가족 이야기를 서술한다. 아버지가 죽고 난 얼마 후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와 다른 자식들은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어머니의 시신을 시멘트로 덮는다. 그리고 무더운 런던의 여름을 환락 속에 보낸다. 잭과 그의 여동생 줄리(Julie)는 부모의 죽음을 자신들의 성 관계에 대한 구실로 삼는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격세유전처럼 반복되어온 문학 속 근친상간의 관계는 인물들의 몰락을 초래하는 비도덕적이고 패륜적인 것으로 그려지기도 하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금기에 대한 도전과 파괴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한 집안의 고독한 몰락을 그린 콜롬비아의 노벨상 수상자 가르시아 마르케즈(Gabriel Garcia Marquez)의 ‘백 년의 고독’(One hundred years of solitude)에 묘사된 근친상간과 그로 인해 태어난 ‘돼지 꼬리를 단 아이’의 저주쯤은 사랑과 쾌락 앞에서는 힘을 잃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