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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29.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40)

늙은 몸, 젊은 마음

I Look into My Glass    

                 By Thomas Hardy    


I look into my glass, 

And view my wasting skin,

And say, "Would God it came to pass

My heart had shrunk as thin!"     


For then, I, undistrest

By hearts grown cold to me,

Could lonely wait my endless rest

With equanimity.     


But Time, to make me grieve,

Part steals, lets part abide;

And shakes this fragile frame at eve

With throbbings of noontide.    


거울을 들여다본다.

쭈그러든 내 살갗을 발견하고

말한다. “제발, 내 마음도 

그것만큼 늙어 쭈그러들기를. “    


그러면 차가워진 마음으로

여유로워져 

평화롭게 

홀로 영원한 휴식을 기다릴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세월은 슬프게도

하나는 훔치고 다른 하나는 그대로 두어

한낮의 힘찬 고동으로 

밤을 맞은 이 연약한 육신을 흔든다.  (토마스 하디, ‘거울을 들여다본다’)    


  사람은 누구나 늙습니다. 그리고 늙음은 육체의 변화로 실감하죠. 예전처럼 밤을 새워 책을 읽기도, 헐떡이지 않고 언덕을 오르기도 힘들어집니다. 그렇게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됩니다. 위의 시는 소설 ‘테스’를 쓴 토머스 하디가 60세가 된 어느 날, 거울을 보며 늙음을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문득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생각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아름다운 초상화를 바라보며 영원한 젊음을 갈구하죠. 그것이 실현되자 그는 언제나 젊은 모습을 지니게 되고 대신 초상화 속의 그가 늙어갑니다. 이후 그는 소모되지 않는 젊음을 타락과 방종으로 보냅니다. 그럴수록 초상화의 그는 더욱 추한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에 분노한 도리언이 그 초상화를 찢어버리자 그림 속의 그는 예전의 젊은 모습으로 변하고 현실 속의 그는 그림 속 그 추한 모습으로 바뀌어 죽어갑니다. 그게 순리인 거죠. 엔트로피의 법칙이라고 하나요. 모든 것은 소멸되는 겁니다. 그런데 왜 마음은 여전히 젊을까요? 왜 마음만은 늙지 않아서 무기력해진 육체를 원망하는 걸까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젊은 마음을 가져야 여전히 변치 않고 아름다운 세상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젊은 마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조금 여유로움만 더한다면 빈티지 같은 육체도 더욱 멋져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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