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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31.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41)

약속하지 마세요.

Promises like Pie crust  

                    by Christina Rossetti    

Promise me no promises,

So will I not promise you;

Keep we both our liberties,

Never false and never true:

Let us hold the die uncast,

Free to come as free to go;

For I cannot know your past,

And of mine what can you know?

You, so warm, may once have been

Warmer towards another one;

I, so cold, may once have seen

Sunlight, once have felt the sun:    


Who shall show us if it was

Thus indeed in time of old?

Fades the image from the glass

And the fortune is not told.

If you promised, you might grieve

For lost liberty again;

If I promised, I believe

I should fret to break the chain:

Let us be the friends we were,

Nothing more but nothing less;

Many thrive on frugal fare

Who would perish of excess.    


제게 어떤 약속도 하지 마세요.

그러면 저도 당신께 약속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두 사람 자유를 지켜요.

거짓도 진실도 아닌. 

주사위를 던지지는 말아요. 

자유롭게 오고, 자유롭게 가는 거죠;

저는 당신의 과거를 알 수 없어요.

당신도 제 과거를 어찌 알겠어요.

당신은 그렇듯 따뜻하지만 

한 때는 다른 이에게 더 따뜻했겠죠. 

이렇듯 차가운 저도 

한 때는 햇빛도 보고, 햇볕도 느꼈을 겁니다.     


누가 말할 수 있겠어요.

예전에는 진심이었다고. 

거울 속의 모습은 사라지고

운명은 알 수 없는 것.

당신께서 약속하신다면 그것 때문에 

또다시 자유를 잃고 슬퍼하시겠지요.  

저 또한 약속을 드리면, 

그 사슬을 끊지 못해 애태우겠죠. 

그러니 예전처럼 친구가 되어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많은 이들이 적은 대가로 행복하지만 

지나치면 결국 몰락하겠지요.  (크리스티나 로세티, ‘파이 껍질 같은 약속’)    

  

  사랑의 맹세는 덧없다고 했던가요? 그 많은 약속들이 파이 조각처럼 쉽게 부스러지기도 하니까요. 사랑은 약속이 아니라 실천인 것 같아요. 연인들의 사랑만은 아니죠. 가까운 많은 사람들, 내가 사랑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우리는 너무 많은 약속의 말들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시인은 약속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냥 자유로워지자고 합니다. 그 자유가 마음속에서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말만으로 끝나는 그런 약속보다는 나을 것이라 믿는 거죠. 사랑을 헛된 약속으로 망치느니, 작은 희망과 기쁨이라도 느낄 수 있게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하네요. 놓치고 싶지 않은 그 인연의 끈을 잡으려 합니다. 그렇게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 많은 사랑의 약속들, 그것으로 인해 기쁨과 기대로 가득 찬 사람들, 그들을 위해 이젠 약속을 접으세요. 그리고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 그 손을 잡아주면 어떨까요. 내 속의 작고 이기적인 사랑이라도 한 번은 실천으로 보여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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