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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06. 2022

의미도 사랑도 없는

권일송 : 반딧불

반딧불

         권일송


단순히 사랑만을 노래하기엔

하늘은 너무나 깊고 푸르렀다


끝 모를 無名의 들판에

훨훨 나는 새의 모습으로

영원의 모서리에 닿는다


땅 위에 영그는 작은 열매들은

저마다 평화로운 식탁 둘레에

노동의 새벽을 열어 주나니


하늘에게 가는 목숨이야

어디 날개 달린 새뿐이랴


모시 수건으로 정갈히 닦아낸

쟁반 위의 밤하늘엔

반딧불로 어지러운

떠돌이의 고향이 보인다.


The Glows of Fireflies

               Kwon, Il-song


The sky was too deep and blue

To simply sing a song of love.


In the vast of a nameless field,

I arrive at the edge of eternity

In the shape of a soaring bird.


The little fruits ripening on earth

Break the dawn of labor

Around each peaceful table,


No life but a winged bird

Can fly to the sky?


On a plate washed clean by a grass cloth

Is seen the home of a drifter

Where the glows of fireflies dizzily dance.


깊고 푸른 하늘, 광활한 들판 끝으로 새처럼 날아가 앉는다. 마치 영원 속을 가로지르는 검은 심연을 향한 비행. 돌아와 그 작은 초가집 마당에 닿으면 펼쳐놓은 밥상에 끝없는 단맛의 사랑이 흐른다. 나라고 새처럼 날지 못할 소냐. 온 천지 이리저리 휘돌아 쳐도 결국 부딪히는 것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 오늘 밤도 그곳에는 반딧불 어지러이 날겠지만 무거운 이 발걸음 언제나 그곳에 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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