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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23. 2022

어차피 잠들 수밖에 없지만

딜런 토머스 : 쉬이 잠들지 마세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by Dylan Thomas.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쉬이 잠들지 마세요

            딜런 토머스


쉬이 잠들지 마세요.

노인이라 해도 저무는 날에 분개하고 소리치세요.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마지막에 이른 현자(賢者)들은 어둠이 어김없이 찾아옴을 알지만

그들의 말들이 그 어떤 빛을 던진 적 없었으니

그들도 쉬이 잠들지 못합니다.


선한 자들도 마지막 파도를 만나면 그들의 보잘것없는 행동으로도

‘녹색의 만’에서는 얼마나 빛나게 춤출 수 있었을지 애석해하며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지요.


하늘을 나는 태양을 붙잡아 노래했던 용맹한 사람들도

늦게라도 깨달아 그것이 사라져 감을 서러워하며

쉬이 잠들지 못합니다.


죽음을 앞둔 위중한 사람들은 희미한 시야 속에서도 분명하게

멀어버린 눈들이 유성처럼 힘차게 빛날 수 있음을 알고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지요.


그리고 당신, 나의 아버지, 슬픔의 절정에서

원컨대, 당신의 거친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세요.

쉬이 잠들지 마세요.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죽음을 앞둔 아버지 앞에서 삶에 대한 의지를 잃지 말라고 소리치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진 시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음을 모르지는 않지만 아들은 현명한 사람, 선한 사람, 용맹한 사람, 병든 사람들의 예를 들어가며 쉬이 눈 감지 말라고, 꺼져가는 빛에 분노하고 죽음을 거부하라고 외칩니다. 심지어 마지막 연에서는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저주하고 또 축복해달라고 절규합니다.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인륜에 끌린 이별의 슬픔이 강한 시적 갈등과 긴장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웨일스 출신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아버지는 시골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딜런은 늘 아버지가 읽어주는 성경 구절과 시들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다고 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이 시가 출판된 다음 해 1952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딜런 토머스는 그의 네 번째 미국 여행 중에 폐렴으로 인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1953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합니다. 위의 시는 20세기 가장 유명한 영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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