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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Dec 02. 2022

외로움이라는 병

외로움은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이지만 각 개인에 따라 복잡하고 독특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한 가지 이유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므로 그것에 의해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소외당한 아이와 배우자를 잃은 어른은 같은 외로움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외로움’이란 무엇일까? 그 다양한 원인과 건강에 끼치는 영향, 증상과 그 치유책 등은 과연 무엇일까? 외로움의 일반적인 정의는 홀로 있는 고독의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마음의 상태이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허무감, 고립감 그리고 자신이 필요치 않은 존재라는 불인정의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외로운 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갈망하지만 그들이 처한 마음의 상태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외로움은 혼자 있다는 느낌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학에 갓 들어간 신입생은 주변에 친구들과 룸메이트로 둘러싸여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군 생활을 시작한 병사가 해외로 파견이 되었을 때 수많은 전우들과 함께 있는 속에서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외로움이나 고립감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홀로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은 동일하지 않다. 사실 고독(홀로 있음)은 집중력이나 재충전을 포함해 정신 건강에 유익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 ‘외로움’이란 사회적 연결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타인에 의한 원치 않는 분리, 거부, 유기되었다는 느낌인 것이다. 반면 고독은 자발적이다. 혼자서만 시간을 보내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 그 관계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이들과 더불어 보내는 시간과 홀로 있는 시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외로움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원하면서도 홀로 있다는 느낌과 관련된 마음의 상태이다. 사람은 홀로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거나, 사람들과 접촉을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고립감을 경험하기도 다. 외로움의 원인은 많지만 그 첫 번째는 물리적인 고립감이다. 낯 선 곳으로 옮겨가거나 이혼 또는 자신의 인생에 중요했던 누군가의 죽음처럼 물리적인 분리와 고립이 외로움을 초래한다. 둘째는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불안 증세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우울증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위축감을 들게 해 고립감을 초래한다. 역으로 외로움이 우울증의 증세를 높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셋째로 외로움은 낮은 자존감 등 내적 요소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나 존중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고립감이나 만성적인 외로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넷째로 성격적 요인도 외로움을 높인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사람들은 사회적 유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적으므로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느낄 소지가 큰 것이다. 외로움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다음과 같은 광범위한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


1. 알코올 및 약물 중독

2. 뇌기능의 변용

3.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4. 반사회적 행위

5.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

6. 기억력과 학습능력의 감퇴

7. 우울증 및 자살 충동

8. 스트레스 상승

9. 결정 능력의 하락   


외로움에 따르는 문제점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운동을 적게 하고 식단에 고지방이 포함되며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낮 동안 피로를 느끼기 쉽다. 또한 외로움은 신체 내부의 세포 활동에 대한 조절 기능을 약화시켜 노화를 촉진시킨다. 외로움을 덜 느끼는 사람은 오히려 배우자를 만나기가 수월하고 소득이나 교육 수준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외로움이 깊으면 건강상 부정적인 증상이 많으며 독신으로 살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네트워크나 사교의 범위도 좁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통계이기는 하지만 젊은 세대 안에서도 외로움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18세부터 27 사이 연령층의 25%가 친한 친구가 없으며 22%는 아예 친구가 없다고 응답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인터넷과 SNS의 확대에 기인하고 있기도 하다.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은 사회적 소통의 양(量)이 아니라 질(質)이기 때문이다. 몇 명의 친한 친구들을 갖기만 해도 외로움을 막기에 충분하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안정감을 크게 강화시킨다고 한다. 반면 외로움은 전염될 수도 있다. 외로워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극복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에 전문가들의 몇 가지 제안을 제시한다.


1. 봉사활동이나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라. 이는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우정과 친교의 기회를 갖게 한다.

2. 최상의 것을 기대하라. 외로운 사람들은 종종 거부당할 것을 예측한다.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에 집중하라.

3. 질적인 관계를 추구하라. 비슷한 태도, 관심, 가치관을 갖는 사람과 친교 하라.

4. 외로움은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하나의 신호임을 명심하라. 하루아침에 변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차분히 변화를 향해 나아가라.

5. 외로움이 당신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라. 외로움에는 육체적 정신적 반향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조짐을 느낀다면 그것에 대처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6. 집단과 함께 하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모임을 만들어도 좋고, 교육기관의 수업에 참여하거나 독서모임, 운동모임 등에도 참여하라.

7. 현재의 관계를 강화하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관계를 더욱 증진하는 것이 외로움 극복의 관건이다.

8. 잠시 시간을 내어 친구나 가족에게 전화하라.

9.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와 대화하라. 누군가에게 다가가 당신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도 좋고 상담받는 의사나 치료사와의 대화도 유익하다.


당신의 외로움을 실존적 불안이나 외로움만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단기적인 마음의 상태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감기처럼 외로움에 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감기가 언젠간 낫듯이 외로움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철학이 아니라 현실에 기초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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