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의 주요 구절들(1)
1. 그것은 최고의 시대였고 최악의 시대였다. 지혜의 시대이며 어리석음의 시대였고, 믿음의 시기였으며 의심의 시기였다. 또한 빛의 계절이고 어둠의 계절이었으며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Charles Dickens, 'A Tale of Two Cities')
19세기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첫 구절이다. 프랑스혁명 시기에 런던과 파리의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일종의 역사 소설이다. 그 격동의 시대를 몇 줄로 요약한 이 구절을 볼 때마다 어찌 우리가 사는 오늘의 시대가 그려지는 것일까? 인류의 역사는 영원히 이 모순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덜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Robert Frost, 'The Road Not Taken')
로버트 프로스트는 미국의 뉴잉글랜드 지역 자연을 노래한 농부 시인이었다. 월트 휘트만 이래로 가장 미국적인 시인이었던 그는 우리의 삶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선택의 순간을 숲 속의 두 갈래 길로 상징화한다. 선택은 언제나 하나이다. 두 가지를 함께 선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영원히 선택하지 않는 다른 하나를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3.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진실; 많은 재산을 소유한 독신 남성은 분명 아내를 필요로 할 것이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Jane Austen, 'Pride and Prejudice')
19세기 초 영국. 당시의 법으로 누군가의 재산은 반드시 장자에게만 상속되어야 했다. 딸만 다섯인 베넷 집안에서는 누구도 유산을 받을 수가 없게 되었고 어머니와 딸들의 유일한 희망은 누군가 부자 남편과 결혼해 식구들을 부양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유일한 관심은 결혼 그리고 남자. 여성 독자가 압도적이던 시대의 여성취향적인 소설이지만 전 세계에 걸쳐 2,000만 부 이상이 팔린 가장 유명한 영국 소설 가운데 하나.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을까 망설여진다면 일독을 권함.
4. 내가 죽음을 위해 멈출 수 없었기에
친절하게도 그가 나를 위해 멈춰 섰다.
마차는 단지 우리 자신들과
불멸을 싣고 있었다.
(에밀리 디킨슨, '내가 죽음을 위해 멈출 수 없었기에(479)', Emily Dickinson, 'Because I could not stop for Death – (479)' )
살아있는 동안 죽음은 저만치서 나를 기다려준다. 우리는 미친 듯이 삶을 살아내고 그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죽음은 없다. 누구든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의 한 방법이며 살아있다는 것의 한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죽음은 결코 그의 기다림 또한 멈추지 않는다.
5. 결코 누구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말라. 만일 그리하면 모든 이들을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J.D. Salinger, 'The Catcher in the Rye')
이야기하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일. 누구와도 마음을 오롯이 나누지는 말기를! 그래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배신과 수치, 실망과 증오를 어찌하려는가. 누군가를 만나고 그와 눈을 맞추고 그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동안 우리는 그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내재화한다. 그리고 그와 헤어지는 그 순간 접어두었던 그 모든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거늘. 굳이 말하려 하지 마세요. 마음을 주지 마세요.
6. "... 그리고 내가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내게 다시 그래요를 요구하겠느냐고 그러자 그는 내게 물었다 내가 그래요라고 말하겠는가 하고 그래요 나의 야산의 꽃이여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그의 목을 팔로 껴안고 그를 나에게 끌어당겼다 향기를 풍기는 나의 젖가슴을 그가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요 그러자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래서 나는 그래요 하고 말했다 그렇게 하겠어요 그래요."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James Joyce, 'Ulysses')
섹스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다. 억제할수록 터져 나오는 욕망은 오로지 절정만을 향해 달리는 외눈박이 말과도 같다. 제임스 조이스의 문제 소설 ‘율리시즈’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몰리의 긴 독백. 그녀의 성적 본능은 독백의 곳곳에 흥건한 정액의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그래요’(yes)라는 말. 그것은 갈망과 허용과 복종과 경멸의 언어인가. 아니면 더욱 요염해진 신음소리와도 같은 것일까?
7. 행복한 가족들은 모두 똑같다; 모든 불행한 가족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Leo Tolstoy, 'Anna Karenina')
행복은 언제나 동일한 속성을 지니고 동일한 환경에서 자라난다. 행복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같은 행복의 이유를 공유한다. 반면 불행한 사람들 역시 모두 나름의 불행한 속성을 공유하게 마련이다. 불행한가?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들과 어떤 다른 속성과 상황에 빠져 있는가? 행복한 이들의 속성과 환경에 스스로를 동화하는 것. 그것이 행복의 첩경이다.
8.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삼사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거대한 벌레로 바뀌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Franz Kafka, 'The Metamorphosis')
어느 날 깨어나 벌레로 변한 자신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꼭 벌레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꿈속에서 이상하게 변화된 자신을 본다. 머리에서 식물이 자라고 두 다리가 무한히 늘어나서 온몸에 힘을 준 채 잠에서 깨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레고르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벌레로 변화한다. 그리고 겪게 되고, 보게 되는 타인들의 시선과 행위. 우리는 자신도 모르고 부끄러운 이름의 벌레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탐욕과 증오와 절망 속에서의 변신(變身). 뻘겋게 충혈된 눈을 번득이며 욕망의 거리를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걷는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벌레가 된 그레고르는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9. 내게 있어 유일한 사람들은 미친 사람들이다. 사느라 미치고 말하느라 미치고 구원받기 위해 미치고 동시에 모든 것을 갈망하는 미친 사람들이다. 그들은 하품을 하거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멋진 노란색 로만 캔들처럼 타오르고 타오르고 타오르다가 별들을 가로지르는 거미들처럼 폭발해 버린다.
(잭 케루악, '길 위에서' Jack Kerouac, 'On The Road')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더럽고 추잡한 욕설을 내뱉는다. 자신은 썩어있는 뇌와 가슴으로 온갖 추잡한 생각과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선을 말하고 도덕을 말하고 정의를 논한다. 아!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사람들 때문에 하늘이 빙빙 돈다. 그 광란의 세상, 광기의 하늘 아래서 나 역시 미쳐간다. 이오네스코의 희곡에서처럼 모두가 코뿔소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나 홀로 인간으로 사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10. 나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오래된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존재한다. (실비아 플래스, '벨 자' Sylvia Plath, 'The Bell Jar')
남편을 위해 자신의 문재(文才)와 열망을 뒤로하고 헌신했던 미국의 여성 작가 실비아 플래스. 그녀는 남편이었던 영국 출신 무명 시인 테드 휴즈(Ted Hughes)가 문단의 인정받을 때까지 스스로를 희생한다. 그러나 남편의 무관심, 다른 여성과의 관계 등에 절망한 그녀는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서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다. 그녀의 짧은 생애, 수년간의 행복하고 불행했던 결혼 생활 내내 그녀는 오늘의 많은 여성들처럼 속으로 외치고 또 외쳤을 것이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