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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04. 2024

‘팝콘 뇌(腦)’를 아시나요?

Popcorn Brain

혹시 ‘팝콘 뇌(腦)’(popcorn brain)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여러분의 뇌(腦)가 튀겨지는 팝콘처럼 여기저기 튀어 오르고 부딪히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팝콘 뇌’(Popcorn Brain)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에는 주로 태블릿이나 컴퓨터가 우리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린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나 밖에서의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었죠. 요즘처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에 몰두하기보다는 그래도 일상의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그들의 일생 가운데 평균 44년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보는데 소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그 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을 것입니다. 지하철을 타보세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사람은 열에 하나를 찾기 힘들 테니까요. 일과 개인적인 생활에서 지나치리만치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결과, 당연히 사람들의 집중도는 약화되고 실제의 일에 대한 흥미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컴퓨터 화면 밖의 활동은 이전만큼 흥미롭지 않게 된 것이죠,


사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듭니다. 우주 공간을 여행하고, 눈으로 볼 수 없던 심해의 비경을 쫓고, 심지어 인체의 내부를 탐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것에 싫증을 느끼는 순간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모든 것을 끝내고 새로 시작합니다. 그 무거운 돌을 짊어지고 스핑크스를 만들고 만리장성을 쌓던 인류의 모든 노력들은 그 환상의 세계에서는 무의미하고 어리석을 뿐인 것이죠.    


이러한 배경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팝콘 뇌’를 갖게 되었습니다. ‘팝콘 뇌‘라는 용어는 2010년대 워싱턴 대학 정보학부에서 삶의 질에 관한 연구를 하던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교수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이후 보스턴에 있는 텁츠 메디컬 센터(Tufts Medical Center)의 신경과 전문의 토머스 로데이트(Thomas Laudate) 박사가 그 용어를 좀 더 세밀하게 정의하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팝콘 뇌’라는 것은 사람들의 집중도와 일상에 대한 흥미의 감퇴를 묘사하는 것으로 이는 사람들의 뇌가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의 속도, 흥미, 반응에 지나치게 익숙해짐으로써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컴퓨터의 신속한 처리 속도를 경험하는 것이 마치 팝콘을 튀길 때 튀어 오르는 알갱이들을 쫓는 것과 유사하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용어인 것이죠.


팝콘 뇌에 대한 이론적 배경은 우리의 뇌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기계 속을 끊임없이 항해함으로써 촉발되는 속도감 그리고 즐거움에 익숙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속도감이나 성취감이 떨어지는 일상의 삶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단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당도 높은 음식에 빠지게 되는 것과 흡사합니다. 사탕과 같은 단 것에 빠진 사람들은 점차 사과를 먹는 것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사과가 사탕만큼 달지 않고 따라서 만족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문자나 카톡 같은 매체는 속도감도 빠를 뿐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을 요구하죠. 그것이 그러한 매체의 특성이고 우린 그것을 즐기게 되는 겁니다. 다만 우리가 즐기는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문제는 그것이 너무 지나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로데이트 박사는 팝콘 뇌의 몇 가지 조짐이나 증상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 가장 큰 신호는 이전에 비해 현실의 삶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높은 우울증과 불안감을 느낄 때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나 실생활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되고, 불안감을 느끼거나 활기를 잃고, 쉽게 짜증을 내며, 수면장애나 근육통, 혹은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우라의 뇌는 점차 팝콘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로데이트 박사는 팝콘 뇌의 조짐이 보인다면 무조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화면을 보지 않는 시간을 따로 떼어놓으라고 합니다. 직업 상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적어도 한 시간에 몇 분 동안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컴퓨터 화면에서 멀어지도록 하라는 것이죠.


팝콘 뇌나 스트레스들은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고 우울하게 함으로써 실제의 삶을 파괴합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스마트폰을 잠깐씩이라도 손에서 내려놓는 결심을 하는 것입니다. 환상 속에서 실제의 삶이 무너져 내린다면 그것들은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파괴의 무기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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