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신겨주면 다시 올 수 있을까?
'바람의 맨발' : 한상림
바람의 맨발
한상림
스쳐 간 바람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저녁,
맨발로 집 나간 아이는 아직 소식이 없다
바람도 제 갈 길이 있다고
바람이 가는 길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따라나섰던 아이,
바람은 만지는 것마다 흔들림으로 발자국을 남기며
입김으로 살아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바람의 입김이 거세거나 혹은
창문이 부산스럽게 흔들릴 때
창문을 열고 바람의 길목을 바라본다
아직도 맨발인 바람을 보면 가슴이 마구 뛴다
바람에 신발 한 켤레 신겨주면
길 잃은 아이가 돌아올 수 있을까,
그날 신겨주지 못한 신발은 점점 여위어 가는데
보이는 것들은 여전히 제각기 다른 그림자를 담고 있다
바람에 떨고 싶어 안달하던 사람도
바람에 끌려다니는 사람도
제 몸 여기저기 바람의 발자국을 새기며
길을 찾아가는 날에는
유난히 나와 아이의 거리도 멀게 느껴진다
바람의 입김이 거센 날,
나도 바람을 따라나서고 싶다
새 신발 한 켤레 사서
발목 시린 저 바람에 신겨주고 싶다
출처 : 문학인신문
The Barefooted Wind
Han, Sang-rim
The evening when the past wind never returns,
No hearings from the child who left home barefooted.
In a belief that the wind has its own way to go,
He had the recklessness to follow the wind
Without knowing where it would really make its way.
The wind, with everything it touches shaking and leaving footprints,
Tells us with its breath that it is still alive.
When the wind’s breath is rough enough to rattle the window noisily,
I open the window and look at the way it goes.
I feel my heart pounding madly when I see the wind still barefooted.
If I put shoes on it,
Could I see the lost child return home?
The shoes I couldn’t put on it that day are wearing out
But each thing to be seen has still put on its different shadow.
Those who are mad to tremble in the wind
And are dragged by it
Impress the wind’s tracks all over their bodies.
The day when they go out to find the way,
I feel the distance between me and the child exceptionally too long.
The day when the wind is too strong,
I feel like going outside and following it
And putting a pair of new shoes on
The wind with a cold ankle.
(Translated by Choi)
맨발을 보면 가슴이 아려온다. 기운 양말이 싫어 엄동설한에 맨발로 울고 섰던 아이. 바람 따라 맨발로 길 떠난 아이, 그리고 길 잃고 헤매는 아이.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모습, 우리의 삶일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르고 여전히 바람이 가는 곳을 모르는 나는 창문 밖으로 바람의 길을 더듬고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린다. 바람이 세게 불면 가슴이 요동친다. 귀를 기울인다. 어차피 지나갈 바람이지만 붙들고 쫓아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따지고 싶다. 아! 바람에게 신을 신겨주면 돌아올까? 발목 시려 울고 있던 아이를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