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 아니랍니다
'베아트리체' : 이창훈
베아트리체
이창훈
표절인지 모르고
한 번뿐인 인생을 표절로 사는
사람들은 모르지
환상으로 시작해서
환상으로 사랑을 완성해
황홀하게 미소 짓는
피그말리온들은 모르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우물 속으로 뛰어든 그런
나르키소스들은 모르지
아무리 멋있고 우아하게 살았다 자부해도
그건 서글픈 데자뷔인걸
이 세상 모든 여인보다 아름다운 아름다움이라 해도
그건 심장이 뛰지 않는 갈라테이아
춤추는 마리오네뜨 같은 인형인걸
호숫가 근처 처연하게 맑은
수선화 그 꽃이 피었다 해도
그건 한 번도 남을 사랑해보지 못한 외로움인걸
육체의 어딘가에
사랑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모르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확인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모르지
단테의 사랑을
베아트리체
묻지 않아
사랑은
사랑하느냐고 묻지 않아
그냥
사랑하는 거야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거야
Beatrice
Lee, Chang-hoon
People, unaware of plagiarism,
Living the only life in plagiarism,
Don’t know,
Pygmalions, starting from illusion,
Completing love with delusion,
Smiling in fantasy,
Don’t know,
Narcissus’, seeing themselves in a mirror,
Diving into the well,
Don’t know,
Even though you have proudly lived a gorgeous and elegant life,
That might be a sad deja vu.
Even with the beauty, more beautiful than all the women in this world,
That might be a heartless Galateia,
Just a doll like a dancing Marionette.
Even when that daffodil, so sadly pure,
Is in bloom beside the lake,
That might be the loneliness of never having loved anyone.
People, trying to find love
Somewhere in the body, don’t know,
People, endlessly asking and wanting to prove,
Don’t know
Dante’s love
Beatrice.
It is not asking,
Love is not asking if you love me.
Love is
Just love
With all heart.
(Translated by Choi)
평생 단 두 번 보았던 여인, 스물몇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베키오 다리에서 만났던 여인. 환하게 빛나며 그의 삶 속에 들어온 여인, 천국을 안내한 그 여인 베아트리체 그리고 시인 단테.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그저 신화일 뿐이겠죠.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신들의 이야기. 하지만 거짓된 삶, 환상 속의 사랑, 자신만을 사랑하는 이기적인 자아,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속의 삶에 빠져 누군가,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보지 못한 외로움, 육체적 탐닉과 의심에 쌓인 위선의 사랑, 단테의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었죠. 모든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죠. 사랑은 그저 사랑하는 것이겠죠. 온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