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설’, 친구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
‘도시 전설’, 친구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 참으로 말 옮기기 편한 구실이다. 흔히 말하는 ‘카더라 통신’이다. ‘도시 전설’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오래된 민담과 전설은 긴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지만 현대의 전설은 말뿐만 아니라 글로, 전파로, SNS로 급속히 확산된다. 불확실하거나 거짓된 이야기의 디지털화이고, 현대인들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허구의 창작’이다.
‘도시 전설’이라는 용어는 20세기 중반 무렵에 등장했다. 너무 흥미롭지만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 용어는 1981년 미국의 민속학자 브룬밴드(Jan Harold Brunvand)가 출판한 ‘사라진 히치하이커: 미국의 도시 전설과 그 의미’라는 책에서 비롯된다. 이야기는 이랬다. ‘자동차로 여행하던 사람이 한 히치하이커를 만난다. 그리고 그 히치하이커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유령이 되어 나타난다. “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현대문명의 발명품인 ’ 자동차‘가 등장해 도시 전설의 요건을 갖춘다. 그래서 종종 ’ 현대 전설‘이라 불리기도 한다. 전설은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된다. 혹은 더욱 현대적으로 지하철이나 공항을 배경으로 각색되기도 한다.
도시 전설은 죽음, 성, 돈과 같은 전통적인 주제만이 아니라 현대의 정치, 기술, 기업이나 산업, 범죄, 의학과 질병, 유명 인사 등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고대의 민담은 문자 이전의 시대에 주로 시골에서, 노인이 젊은이에게 말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면, 현대의 도시 전설은 연령, 계층, 직업,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널리 공유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등장으로 이메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각종 영상매체 등이 도시 전설을 무한대로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전설들은 현대인들의 상상력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심심찮게 도시 전설이 퍼지고 있다. 민간 차원의 귀신 이야기나 믿을 수 없는 전언(傳言)들은 한 여름의 납량특집으로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심각한 것은 정치권에서 만들어져 퍼지는 전설들은 국민들의 정서에 심각한 혼란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사실이라는 강한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그러잖아도 살기가 힘든 국민들에게 잠시 황당한 이야기로 재미를 주고자 하는 것일까?
‘정치적 언어는 거짓말을 사실처럼 들리게 하도록 꾸며진다.’ 조지 오웰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정치권에서 나오는 도시 전설은 가끔 사실처럼 들리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괴담이다, 사실이다’를 놓고 싸움을 벌이지만 국민들은 누구의 말이 맞는지, 어떤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책임의 대부분은 전설을 만드는 정치인에게 있다. 나머지는 이 대중매체의 시대에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 유불리를 따져 전설의 확산에 일조하는 언론들이다. 그들은 진실의 규명이나 사실의 확인에는 관심이 없는 것일까? 혼란스러운 국민들에게는 등을 돌린 채 그들은 무엇에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일까? 아픈 오늘의 현실이다.
도시 전설, 현대 전설, 괴담, 유언비어. 무엇이라 말해도 좋다. 언젠가는 진실이 찾아오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런 날이 올까? 민주주의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미국에서도 도시 전설이 판을 친다. 우리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다. 유일한 차이! 한국의 정치는 이러한 정치적 선전의 진실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짓으로 밝혀져도 그저 새로운 구실만을 만들어낸다. 하긴 전설이라는 것이 사실로 밝혀질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 전설은 신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질 신화이다. 우리의 정치는 올림퍼스 산에 사는 신들의 잔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