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by 최용훈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말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진실을 알면서 말하지 않는 것도 거짓에 포함된다고 한다. 또한 거짓말의 의도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하얀 거짓말’(white lie)은 좋은 의도에서 선의로 하는 거짓말이다. 거짓이 선(善)이 될 수 있다는 이상한 역설이다. 사실 일상에서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 이든 자주 거짓말을 한다. 성서 속의 ‘카인’은 하나님이 자신보다 동생 ‘아벨’을 더 사랑한다는 그릇된 시기심에서 인류 최초의 살인을 저지른다. 동생을 죽인 후 하나님이 “아벨이 어디 있느냐?”라고 묻자 카인은 ‘그걸 제가 어찌 압니까? 제가 아벨을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쏘아붙인다. 최초의 살인은 최초의 거짓말로 이어졌던 것이다.


인간에게 거짓말은 본성일까? 아니면 상황이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야 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지만 거의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최소한 그에게 있어서는 거짓말이 본성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내게 거짓말을 했을 때,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에 대한 불신이 싹트기 마련이다. 그와의 관계를 끝내지 않는 한, 그 불신의 마음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힌다.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는 것은 삶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니체는 이렇게 말했는가 보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당신이 내게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다. 그때부터 내가 당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그것이 절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일까? 수많은 거짓말쟁이들은 완전범죄를 꿈꾼다. 하지만 하나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이 동원된다. 그렇게 거짓의 덩어리가 쌓여간다. 마찬가지로 그의 마음 역시 점점 더 무거워진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고통이 되는 것을 알면서 왜 거짓말을 계속하는 것일까?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책임을 회피하고 잘못을 감추기 위해... 아무튼 거짓말은 갈등을 피하고 곤란함에서 벗어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일종의 사회적 윤활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거짓은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입히기도 하고, 관계를 망칠 뿐 아니라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을 파괴한다. 심지어 그로 인해 생명을 잃기도 한다.


버지니아 대학 심리학 교수인 벨라 드파울로 박사(Dr. Bella DePaulo)에 따르면 우리는 약 10분마다 1/5회씩 거짓말을 하며 한 주에 1대 1로 만나는 사람들의 약 30%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여성은 주로 남의 감정을 헤아려 거짓말을 하고 남자들은 자신과 관련된 부분에서 거짓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직업 소개와 이력서 작성 등을 다루는 웹사이트 제티(Zety)는 2020년 1,000여 명의 미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응답자의 95%가 업무에 빠지기 위해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대표적인 구실들은 질병(84%), 긴급한 가정사(65%), 병원 예약(60%), 친지의 상(喪)(31%) 순이었다.


우리는 모두 습관적인 거짓말쟁이들일까?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 더 편하고 쉬운 일일까? 뇌과학에서는 거짓말을 할 때 자극을 받는 뇌의 핵심 부분은 세 곳이라고 한다. 첫째는 ‘전두엽’(frontal lobe), 이 부분은 진실을 억누를 수 있는데 그것은 지적인 기능을 담당하여, 정직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둘째가 대뇌의 ‘변연계’(limbic system). 이곳은 거짓말을 할 때, 불안감, 죄의식, 스트레스를 느끼는 곳이다. 마지막 한 곳은 ‘측두엽’(temporal lobe)으로 이곳은 기억을 상기시키거나 정신적 이미지를 생성한다. 아무튼 거짓말을 하는 순간 우리의 뇌는 바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억누르고, 불안해하고, 기억을 상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짓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가.


마음이 평화롭고 안정적이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진실을 말해야 전두엽이 억지로 그것을 억누르지 않아도 되고, 변연계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든 글로든 거짓을 말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혹사 당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거짓말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 뇌를 더 이상 괴롭히지는 말아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남의 진실도 결코 말하지 말라.” 우리는 남에게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무수한 거짓을 말한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도, 사는 것도 힘들고 자기 자신마저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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