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Oct 09. 2024

윤동주를 부르다

소낙비, 황혼이 바다가 되어, 무서운 시간

소낙비


번개, 뇌성, 왁자지끈 뚜다려

머-ㄴ 도회지(都會地)에 낙뢰(落雷)가 있어만 싶다.


벼룻장 엎어논 하늘로

살 같은 비가 살처럼 쏟아진다.


손바닥만한 나의 정원(庭園)이

마음같이 흐린 호수(湖水) 되기 일쑤다.


바람이 팽이처럼 돈다.

나무가 머리를 이루 잡지 못한다.


내 경건(敬虔)한 마음을 모셔들여

노아 때 하늘을 한 모금 마시다.


The Shower


Lightning and thunder pounding noisily,

Far-away cities are supposed to have thunderbolts.


From the sky resembling a bottom-up ink stone

Rains are falling like arrows.


The wind is spinning like a top.

Trees can never hold their hairs.


My tiny garden

Often turns into a lake, gloomy like my mind.  


With my pious heart,

I drink a drop of the sky at the time of Noah.  



황혼(黃昏)이 바다가 되어


하루도 검푸른 물결에

흐느적 잠기고……잠기고……


저― 웬 검은 고기떼가

물든 바다를 날아 횡단(橫斷)할고.


낙엽(落葉)이 된 해초(海草)

해초(海草)마다 슬프기도 하오.


서창(西窓)에 걸린 해말간 풍경화(風景畵).

옷고름 너어는 고아(孤兒)의 설움.


이제 첫 항해(航海)하는 마음을 먹고

방바닥에 나뒹구오……뒹구오……


황혼(黃昏)이 바다가 되어

오늘도 수(數)많은 배가

나와 함께 이 물결에 잠겼을게오.


Dusk Turning into The Sea


Into the dark blue waves the day

Sinks...sinks waveringly.


There...a certain school of fishes

Fly and fleet across the dark blue seas.


How sad each of those seaweeds

Which have already been fallen leaves.


A clean landscape hanging over the window.

Washing his coat, the orphan is in sorrow.  


Preparing for the first voyage, the sailor

Rolls...rolls over the floor.  


Dusk turning into the sea,

So many ships today

Might have sunk in the waves with me.  



무서운 시간(時間)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Terrible Time


Who on earth calls me?

In the shade of the fallen leaves coming out blue,

I am still in breath here.  


Never raising hands once,

Having no sky to point to,


I see my body finding the sky nowhere,

So, why call me?  


In the morning when things are done and I die,

Leaves are bound to fall, never sad...


Don’t call me.



억수 같이 소나기가 쏟아져 마음마저 시끄럽다. 내 작은 정원이 물에 잠기고 세찬 바람에 나무마저 견디지 못한다. 황혼 녘이 되자 물은 어디고 뭍은 어딘지. 하루도 바다에 잠기고 고기떼 지나는 바다를 바라보니 고아가 된 듯 외로움 한가득. 할 일 없어 텅 빈 마음으로 낙엽처럼 번진 해초를 뚫고 항해에 나선다. 나도 배도 가라앉는다. 그러고 보니 두려운 시간. 누군가 나를 부른다. 죽음처럼 살아있는 나, 하늘조차 버거운 나를 하늘로 부른다. 원하노니 서러워하는 이 없는 동안은 나를 부르지 마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