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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29. 2024

한 눈으로 보아야 할 것들

'나는 지금 외눈박이입니다' : 이은희

나는 지금 외눈박이입니다.

                               이은희


숨이 막힙니다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들어가는 시간들


‘시인이란 슬픈 천명’*임을 문득 깨달은 날,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그대도 그런 시간을 보내셨겠지요

아무것도 들이지 못하는 아슬아슬하고 깊고 얇기까지 한

그 속을 안간힘으로 붙듭니다


너무 가까워서 볼 수 없는 슬픔

어느 만큼의 거리에서라야만 보이는 것들

나는 지금 외눈박이입니다

맨 처음부터 두 개의 눈이 아니었기를 차라리 바라는 시간


사랑할 수 없는 편을 택하고 싶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詩 「쉽게 씌어진 시」 中 차용


Me, One-eyed Now

           Lee, Eun-hee


Out of breath,

Time is withering with short breathing.


The day I suddenly found

‘A Poet is endowed with the sad appointment of heaven,'*

Tears came into my eyes.

You too might have spent that time.

I hold fast to that inside,

Too risky, too deep and even thin to let anything in.


Sorrow, too near to see,

Things only visible at a certain distance,

Me, one-eyed now.

The time I wish not to have had two eyes from the beginning,


I would rather choose ‘Not to be able to Love.’   

(Translated by Choi)


* The sentence is borrowed from ‘An Easily Written Poem’ by poet Yoon, Dong-joo.


한 눈을 감아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두 눈을 다 뜬들 여전히 보지 못할 것도 있겠지요. 목이 조여 오는 절박감 속에서 시인은 보지 못한 많은 것들에 서러워합니다. 무릇 시인들이라면 공감하겠죠. 그 공허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아예 눈 감을 수 없던 시인은 외눈이라도 치켜 떠야 했습니다. ‘눈먼 자들의 땅에서는 외눈박이가 왕’(에라스뮈스)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조금 떨어져서 한 눈을 감고 보아야 할 깊은 곳의 실체를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코 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시인은 지금 외눈박이입니다. 비록 사랑을 잃게 된다고 해도 말입니다.


(영문의 행, 대소문자, 구두점은 번역 상의 편의에 따라 변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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