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으로 보아야 할 것들
'나는 지금 외눈박이입니다' : 이은희
나는 지금 외눈박이입니다.
이은희
숨이 막힙니다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들어가는 시간들
‘시인이란 슬픈 천명’*임을 문득 깨달은 날,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그대도 그런 시간을 보내셨겠지요
아무것도 들이지 못하는 아슬아슬하고 깊고 얇기까지 한
그 속을 안간힘으로 붙듭니다
너무 가까워서 볼 수 없는 슬픔
어느 만큼의 거리에서라야만 보이는 것들
나는 지금 외눈박이입니다
맨 처음부터 두 개의 눈이 아니었기를 차라리 바라는 시간
사랑할 수 없는 편을 택하고 싶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詩 「쉽게 씌어진 시」 中 차용
Me, One-eyed Now
Lee, Eun-hee
Out of breath,
Time is withering with short breathing.
The day I suddenly found
‘A Poet is endowed with the sad appointment of heaven,'*
Tears came into my eyes.
You too might have spent that time.
I hold fast to that inside,
Too risky, too deep and even thin to let anything in.
Sorrow, too near to see,
Things only visible at a certain distance,
Me, one-eyed now.
The time I wish not to have had two eyes from the beginning,
I would rather choose ‘Not to be able to Love.’
(Translated by Choi)
* The sentence is borrowed from ‘An Easily Written Poem’ by poet Yoon, Dong-joo.
한 눈을 감아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두 눈을 다 뜬들 여전히 보지 못할 것도 있겠지요. 목이 조여 오는 절박감 속에서 시인은 보지 못한 많은 것들에 서러워합니다. 무릇 시인들이라면 공감하겠죠. 그 공허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아예 눈 감을 수 없던 시인은 외눈이라도 치켜 떠야 했습니다. ‘눈먼 자들의 땅에서는 외눈박이가 왕’(에라스뮈스)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조금 떨어져서 한 눈을 감고 보아야 할 깊은 곳의 실체를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코 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시인은 지금 외눈박이입니다. 비록 사랑을 잃게 된다고 해도 말입니다.
(영문의 행, 대소문자, 구두점은 번역 상의 편의에 따라 변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