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없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오지 않을 아침을
기다리는 저녁처럼, 가지 위의 죽은 새처럼...
기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기타의 흐느낌이
시작된다.
새벽의 술잔들이
부서진다.
기타의 흐느낌이
시작된다.
그 소리를 멈추려는 것은
부질없다.
그 소리를 멈추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조롭게 흐느낀다.
물처럼
바람처럼
눈 덮인 들길 위로.
그 소리를 멈추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멀리 있는 것들을 위해
흐느낀다.
백 동백(白冬柏)을 갈망하는
뜨거운 남쪽의 모래밭.
표적 없는 화살이
아침 없는 저녁이
가지 위에 처음으로 죽은 새가
흐느낀다.
오, 기타!
다섯 개의 칼로
치명상을 입은 심장.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의 詩.
‘기타’가 슬픔 가득한 음악을 연주한다. 술잔을 부수는 날카로운 소리. 물처럼 바람처럼 단조롭고 낮은 소리로 시작해 강렬하고 치열한 음으로 고조되는 흐느낌. 방향 없이 시위를 떠난 활처럼, 오지 않을 아침을 기다리는 저녁처럼, 가지 위의 죽은 새처럼 처연하게 흐느낀다. 남쪽의 뜨거운 모래밭, 그리운 고향, 떠나간 사람을 위해 눈물 흘린다.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그 소리, 내 심장은 갈기갈기 찢긴다.
슬픈 음악은 언제나 눈물짓게 한다.
길 잃은 영혼의 틈새를 파고들어
아직 살아있는 심장을 두드린다.
눈물은 심장의 것.
박동만큼이나 강렬히 슬픔을 뒤흔든다.
우울한 밤에 내리는 달빛, 사랑의 묘약, 사랑의 상처, 천사들의 목소리, 가장 참을 수 있는 소음(騷音), 추억과 그리움의 재생.
말(言)이 멈추는 그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
그 무엇도 음악을 멈출 수 없다.
흐르는 시간 속에 고여 있는 유일한 위로. 누구도 찾지 못하는 나만의 도피처. 내 슬픈 영혼의 출구.
기타가 찢어놓은 심장이 아직도 머금은 소리,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