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Oct 12. 2024

마이 웨이

시(詩)?

길을 걷는다. 

아주 멀리 걸어온 그 길을 

아직도 걷는다. 

수없이 지나온 낮과 밤

무수히 보았던 달과 별 

나는 또다시 걷는다. 

뒤돌아보지 않고 걷는다. 


여인의 옷자락처럼 

온몸을 휘감은 

미련 같은 그 길을 걷는다. 

가을벌레의 울음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걷는다. 오늘도. 

추적대는 빗속을 혼자 걷는다. 


슬픔이 그리움 된 길

미움이 용서가 되고

아쉬움이 망각 속에 잊힌 길

흐르는 눈물이 

빗방울에 얽힌 길

누군가 곁에 있다고 느꼈던 길

그 길에 찍힌 발자국을 센다.


어리석고 어리석었다. 

보잘것없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뛸 듯이 걸어온 길

여전히 밤길은 어두운데 

별빛처럼 다가오는 초가의 불빛이 

이유 없이 가슴을 친다.


길을 걷는다. 

돌아갈 수 없는 그 길을 

어쩌지 못하고 걷는다. 

떠오르는 얼굴들을 가슴에 묻고

가고픈 그곳을 지나쳐 

멈추지 못하고 걷는다.

뒤 돌아보지 않고 걷는다.  


스치듯 떠오르는 생각들은 늘 길을 잃습니다. 이리저리 떠돌다가 가장 가슴 저린 그곳에 남아 잠 못 들게 합니다. 음악은 꺼두어야겠습니다. 그것마저 내 작은 공간에 떠돌면 내 쪼그라든 심장마저 소진(燒盡)되고 말 것 같으니까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사랑만 떠올리렵니다. 가슴 뛰고, 미소 짓게 하고, 찬란하기만 한 그 순간을... 가야 할 길, 돌아갈 수 없는 길을 지금은 잊고자 합니다. 일순 사라질 당장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가던 길은 잠시 쉬었다 가도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그 지옥에 햇살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