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같은 자리에 서서

詩?

by 최용훈

그 자리


같은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없다.

수많은 별들 가운데

나만을 비추는 별은 없다.

다시 떠오르는

저 태양은 어제의 것인가.

별들은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


나의 생애에

두 번의 삶은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당신이 있었다.

하지만

숱한 날들을 보내고

나는 여전히 그 날의 삶을 사는 것인가.

당신은 아직도 내 곁에 있는 것일까?


흐르는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듯이

지나간 시간에 내 삶을 담아 놓을 수 없다.


셀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이 흐르고

또 다른 이야기들이 기다려도

당신은 언제나

내 마음속 그 자리에.

흐린 비가 내리면

밝은 빛을 기다리듯이

외로움이 깃들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얼굴,

그립다 못해 아파오는 기억.

내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을 그릴 수 없다.

빨갛게 빛나는 저 별을 보며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서있다.


생각만 해도 차오르는 눈물은

슬픔이 아니다.

숨만 쉬어도 저려오는 가슴은

아픔이 아니다.

함께 있어도 가시지 않는

그리움이다.

나의 모자란 사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잃어버린 나의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