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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Oct 29. 2024

가을이 지나면

詩?

가을이 지나면


가을은

놓아주기에

좋은 계절이어서

손에 쥔 것들을

살며시 놓았더니

가버리는 그것들이

너무도 아쉬워

설핏 가슴에 슬픔이

차오른다.


계절이 만든 빛깔에

눈이 부셔

먼 산을 돌아보니

가을이 저 만치서

손짓한다. 나를 부른다.

저토록 여유로운

숲과 강과 하늘과 바람.

휘돌아 나는 새 한 마리

붉은 나뭇잎 위에서

고개를 치켜든다.


하늘을 흐르는 흰 구름 사이로

한결 밝아진 햇살이 갈라진다.

창문에 부딪히는

작은 잎 새 하나

흔들리는 상념 속에

사르르 소리를 낸다.


가을은

잊기에

좋은 계절이어서

힐끔 기억 속을 더듬어보니

지난날이 남긴 한 마디

모두 놓아주고

모두 잊으라고.


가을이 지나면

호젓한 길에

남겨진 발자국,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만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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