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마음속에 널어놓은
젖은 마당 같아서
한 발짝 내딛으면
어느새 말라버린 텅 빈 공간,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제 자리 한 점,
시간은
흐르지 않고 머무는
강물 같아서
흐르고 흘러도
멈춰서 제 자리인 석상,
소리쳐 불러도
뒤돌아보지 못하는
슬픈 오르페우스,
시간은
저 먼 신기루 같은,
만지지도 밟지도 못하는
형체 없는 모래밭,
끝없이 함몰하는
육체의 추락.
멈출 수 없다면
되돌아 오지도
돌아설 수도 없다면
멈추라 시간이여.
그럴 수 없다면
내 그대 발치에
멈춰 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