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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10.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46)

"선생님도 틀릴 수 있어요."

Turtle Came to See Me  

             by Margarita Engle (1951~  )     


The first story I ever write

is a bright crayon picture

of a dancing tree, the branches

tossed by island wind.    


I draw myself standing beside the tree,

with a colorful parrot soaring above me,

and a magical turtle clasped in my hand,

and two yellow wings fluttering

on the proud shoulders of my ruffled

Cuban rumba dancer's

fancy dress.    


In my California kindergarten class,

the teacher scolds me: REAL TREES

DON'T LOOK LIKE THAT.    


It's the moment

when I first

begin to learn

that teachers

can be wrong.    


They have never seen

the dancing plants

of Cuba.    


내가 쓴 첫 이야기는 

밝은 색 크레용으로 그린

섬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는 

춤추는 나무 그림이었다.     


나는 나무 곁에 선 나를 그렸다.

알록달록한 앵무새가 내 위로 솟아오르고

내 손에는 신비로운 거북이 한 마리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입고 있던 주름진 

쿠바의 멋진 룸바춤 복의 어깨에는 자랑스럽게

두 개의 노란색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유치원 수업에서 

선생님은 날 꾸짖었다: 진짜 나무는 

그런 모습이 아니야!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선생님들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선생님들은 

쿠바의 춤추는 나무들을 

본 적이 없었다.         (마가리타 엥글의 ‘거북이가 내게 왔다’)    


  마가리타 엥글은 쿠바 출신 미국 시인입니다. 어린이와 관련된 시를 많이 썼죠. 우연히 읽게 된 위의 시는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어른들은 너무 쉽게 부셔버립니다. 그들의 경험, 시각, 믿음, 느낌은 때 묻은 어른들의 입장에선 새로운 것이 아니라 틀린 것으로 보이는 것이죠. ‘진짜 나무’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세상 모든 것은 누가 어디서 어떤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러 해 전 외국 잡지에 샴쌍둥이에 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두 아이들은 가슴이 붙은 채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엑스레이 찍힌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하죠. 신체의 주요 내장기관들이 모두 하나뿐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안젤라와 스텔라. 두 아이는 몇 년 간을 병원에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주치의는 아이의 부모에게 말합니다. 이제 분리 수술을 해야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더는 살 수 없을 거라고. 그 말은 너무도 가혹하고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그것은 하나를 살리는 순간 다른 한 아이를 죽여야 한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이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제일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법률가들이었어요. 그들은 의사가 그 수술을 하는 순간, 그를 살인죄로 고발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어서 종교계에서도 강력하게 반발했죠. 신이 부여한 생명을 인간이 마음대로 거둘 수는 없다고 말이죠.

  이 실제의 이야기가 문학작품으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요. 소설의 화자가 아이의 엄마라면 이야기는 눈물로 얼룩지게 됐을 겁니다. 그리고 수술을 하게 된 의사의 시점에서 써진다면 그의 내적 갈등이 부각되었을 것이고, 수술을 반대하던 어떤 목사의 입장이었다면 창조주와 생명에 대한 경건함으로 가득 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아이들의 시각이라면 어떨까요? 죽어야 할 아이와 살아남을 아이의 목소리는 모두의 가슴을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저리게 할 것입니다. 같은 상황에 대해 우리는 여러 가지 다른 얘기를 들려주는 것이죠. 그래서 전 한 편의 문학 작품은 한 조각의 진실만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젤라와 스텔라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두 아이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는 않겠죠. 한 몸이었던 두 아이는 함께는 아니더라도 각기 다른 세상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 순수한 영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삶의 지혜는 진실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시간의 흐름은 삶의 본질을 더 잘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누구의 생각이든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고백인 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꾸밈없고, 느낀 그대로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에게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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