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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08.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45)

사랑은 눈으로 온다

 A Drinking Song

             by William Butler Yeats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sigh.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온다. 

나이 들어 죽기 전에

알 수 있는 진실은 이것뿐.

입가로 잔을 들어 올리고

그대를 보며 한숨짓는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술의 노래)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입니다. 그는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비밀 결사단체에서 활동했던 모드 곤이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됩니다. 예이츠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삶의 고뇌가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의 숨겨둔 마음은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청혼으로 이어지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이츠의 사랑은 거절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4년 뒤 그녀는 독립투쟁의 동지였던 한 남성과 결혼해 예이츠를 절망에 빠지게 합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그의 시 속에 살아났다면 시인의 절망은 예술이 되기도 하는 거죠. 이후 모드 곤의 남편은 전쟁에서 영국군의 포로가 되어 사형을 당합니다. 그녀에 대한 예이츠의 사랑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가 미망인이 된 모드 곤에게 다시 청혼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양녀 이졸트 곤이었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청혼마저 거절당하자 자존심을 크게 상한 예이츠는 몇 주 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한 여성을 만나 결혼합니다. 그런데 결혼 후 그의 삶은 안정을 찾습니다. 53세의 나이였으나 아들과 딸을 얻고, 심지어 노벨상까지 수상하게 됩니다. 도대체 모드 곤에 대한 그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랑이 마음이 아닌 눈으로 들어와서 그런 건가요? 그렇게 사랑은 허무한 건지도 모르죠. 예이츠는 이런 말을 했어요. “인생이란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는 것이다.” 그에겐 사랑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술잔을 들어 올립니다. 눈으로 들어온 사랑의 환상에 한숨짓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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