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디어드 키플링
'If' by Rudyard Kipling
만약에
러디어드 키플링
주변의 모든 이들이 분별을 잃고
네 탓을 할 때도 동요하지 않을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너를 의심해도 자신을 믿고
그들의 의심에 관대할 수 있다면;
기다릴 수 있고, 기다림에 지치지 않으며
속임을 당해도 속임으로 대하지 않고
미움을 당해도 미움에 굴하지 않으며
너무 착한 척하지 않고, 현명한 척 말하지 않는다면;
꿈을 꾸면서도 꿈을 주인으로 삼지 않을 수 있다면;
생각에 빠져도 그것을 목적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면;
승리와 불행을 만나
그 두 거짓된 모습들을 똑 같이 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순진한 이들을 속이려
악인들에 의해 왜곡되는 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혹은 네 생애를 바친 것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아도
낡은 도구를 들고 허리 굽혀 그것들을 다시 세울 수 있다면;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을
한 번의 내기에 모두 걸어
잃어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서도
잃은 것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도
너의 심장, 신경, 힘줄이 너를 위해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네 안에 남은 것이 없어도, 너의 의지만으로
그것들에게 ‘견뎌내!’라고 말해 버티게 할 수 있다면;
무리와 어울리면서도 너의 미덕을 지키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평범함의 멋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도 사랑하는 친구도 너를 해칠 수 없게 할 수 있다면,
모든 이들이 네게 의지하면서도 너무 과하지 않다면;
네가 가차 없이 흐르는 1분을
최선을 다하는 60초로 채울 수 있다면,
온 세상과 그 안의 모든 것들이 너의 것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너는 어른이 될 것이다. 나의 아들이여!
영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잘 알려진 ‘정글북’의 저자인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1865-1936)의 시입니다. 맨 마지막 줄의 ‘나의 아들이여’를 통해 아들에게 주는 아버지의 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세기 끝 무렵(1895)에 나온 작품이지만 세상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진 오늘의 우리에게도 변함없는 삶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