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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절정 : 이육사 

by 최용훈 Mar 02. 2025

절정(絶頂)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그러매 눈감고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Climax

   Lee, Yook-sa 


Whipped by the harsh season, 

Washed away to the north,


I stand on the frost edge of a sword

In the highland where the sky ends, exhausted. 


Where should I kneel down

As there is no place to take a step on?


So I, closing my eyes, think 

That winter seems to be a rainbow of steel. 


삶의 날들은 어찌 그리 혹독하고 매정하던가.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선 채 갈 곳 몰라하는 방랑자의 애환이 깊게 드리운다. 우리 모두는 어차피 방랑자 아니던가. 무릎 꿇어 호소하고 애원할 바 없는 깊은 절망 속에서 인생은 얼어붙은 강철 무지개와도 같다. 그 창백하고 서리에 묻힌 하늘의 빛들은 사라지지 않아 더욱 고통스럽다. 마치 저 먼 갈망의 빛처럼. 삶의 절정은 그렇듯 길 잃은 발걸음처럼 허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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