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겨울 품은 봄처럼
그렇게 서늘하게 다가온다.
밤이 낮이 되고 낮이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이 되어
기억 속에 잠들지 못하는 밤,
사랑은 빛을 잃은 어둠처럼
분간 없는 망동(妄動) 속에
길을 잃는다.
사랑은 미움의 적
마음 깊은 곳에 담아 두면
썩어 문드러지는,
역한 냄새로 외면하는
더럽고 추한 미움의 끝.
그래서 사랑은
절멸(絶滅)의 아우성,
애끓는 원망의 절규.
사랑은 그렇게 끝을 향한다.
사랑은 거짓 가면의 밖
벗어도 벗어도 드러나지 않는
욕정의 살갗,
맹목적인 소유(所有)의 상처,
허황한 수사(修辭)로 가득 찬
허위와 위선의 시(詩).
맨살 비비며 질러대는
통곡 같은 비웃음,
그렇게 사랑은 목이 졸린다.
가자, 사랑 없는 고독으로
달려가자, 고통 없는 외로움으로,
소리 없이 스러진 비겁한 그리움으로.
잃고 난 뒤 아쉬워하는
저 천박한 사랑의 거리를 피해
가자, 미련 없는 마음들이여.
분노의 아우성으로 가득 찬
바보들의 이야기,
어리석은 낭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