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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랑을 위하여

by 최용훈

사랑은

겨울 품은 봄처럼

그렇게 서늘하게 다가온다.

밤이 낮이 되고 낮이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이 되어

기억 속에 잠들지 못하는 밤,

사랑은 빛을 잃은 어둠처럼

분간 없는 망동(妄動) 속에

길을 잃는다.


사랑은 미움의 적

마음 깊은 곳에 담아 두면

썩어 문드러지는,

역한 냄새로 외면하는

더럽고 추한 미움의 끝.

그래서 사랑은

절멸(絶滅)의 아우성,

애끓는 원망의 절규.

사랑은 그렇게 끝을 향한다.


사랑은 거짓 가면의 밖

벗어도 벗어도 드러나지 않는

욕정의 살갗,

맹목적인 소유(所有)의 상처,

허황한 수사(修辭)로 가득 찬

허위와 위선의 시(詩).

맨살 비비며 질러대는

통곡 같은 비웃음,

그렇게 사랑은 목이 졸린다.


가자, 사랑 없는 고독으로

달려가자, 고통 없는 외로움으로,

소리 없이 스러진 비겁한 그리움으로.

잃고 난 뒤 아쉬워하는

저 천박한 사랑의 거리를 피해

가자, 미련 없는 마음들이여.

분노의 아우성으로 가득 찬

바보들의 이야기,

어리석은 낭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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