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 계절이 가면

by 최용훈

이 계절이 가면 돌아올 수 있을까요.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 따스한 숨결이,

나를 살게 했던 햇살 같은 미소가,

쓰린 가슴 어루만지던 그 푸릇한 목소리가.


이 계절이 끝나면 다시 떠오르겠죠.

가슴 깊이 묻어둔 그 긴 이야기,

나를 일으켜 세우던 당신의 고운 향기가,

차디찬 외로움을 달래주던 한 마디 말,


사랑해요, 사랑해요, 언제까지나.

그 연약한 사랑의 맹세가, 그 언약이

이 계절이 지나면 잊힐 수 있을까요.

망각 속에 그 모든 기억을 묻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아니요.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계절은 계절로 이어지고,

지나온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져

한 계절이 끝나도록 지울 수 없던 말,


사랑해요, 사랑해요, 당신만을.

아련한 추억 속에 남겨진 말, 그 표정이

이 계절이 간다 해도 사라질 수는 없겠죠.

가슴을 찢어 다 토해내도 여전히 남아 있는 그리움.


이 계절이 가면 다시 올 수 있을까요.

당신 없는 또 다른 계절이,

당신 잃은 허망한 세월이

아픈 가슴 묻어둘 잔인한 추억들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잃어버린 사랑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