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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by 최용훈

어머니


어머니는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우산을 들고 있었다.

어린 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식료품 가게에 들어섰다.

미제 맥스웰 커피를 카스텔라로 바꾸어

어머니는 내 손에 그것을 쥐어주었다.

아들의 기쁨을 가슴으로 느끼는

어머니도 나도 환하게 웃었다.


햇살이 밝은 어느 여름날

어머니는 병원 침대에 열흘을 누웠다가

끝내 아무 말 없이 먼 길을 떠났다.

마흔여덟에 남편을 잃었으니

스물넷의 장남이 미덥기는 했을까.

가여운 마음에 그 고왔던 모습을 떠올린다.

자신이 떠날 줄도 모르고 잠들었던

어머니의 얼굴이 아련하다.


철이 들어서는 본 적 없는

어머니의 눈물.

가슴에 담아둔 그 많은 눈물을

어떻게 감추고 살았을까.

아버지 상 치르고 몇 날 며칠

밤마다 어머니와 동생들은 화투를 쳤다.

그리고 못 먹는 술 마시고 온 날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는

아버지 사진 밑에서 울었다.


이제 그 사진 옆에 함께 있는 어머니

꿈속에서도 보지 못하는 어머니

명절날 부엌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 돌려 바라보니 어머니 섰던 자리에

아내가 서있다.

내가 앉았던 거실 바닥에는

어느새 장성한 아이들.


어머니, 그리운 이름. 그 고운 여인의 삶에

의지도 위안도 되지 못한 아들을

그리도 장한 눈으로 바라보셨던

어머니가

오늘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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