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이란 무엇일까? 흔히 문학의 4대 장르는 시, 희곡, 소설, 비평이라고 말한다. 수필은 포함되지 않는다. 시의 함축, 희곡의 액션, 소설의 서술, 비평의 분석이 배제된 짧고 주관적인 글이어서 일까? 하지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주류의 문학작품들 보다는 장삼이사들의 고백과도 같은 짧은 수필을 더 많이 마주친다. 넘쳐흐르는 고전들과 새로운 문학작품들의 홍수에 허우적대다가 한 여름 나무그늘처럼 휴식과 위안을 주는, 그러면서도 은은히 문학적 향기가 흐르는 수필을 행복한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엿본다.
수필은 더 이상 작가들만의 소유물은 아니다. 하지만 한 편의 수필을 쓰기는 결코 쉽지 않다. 감성이 묻어있어야 하고 논점이 분명해야 하며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들도 명료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모든 글쓰기가 그렇듯 그것은 적지 않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수필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득하고 알리는 짧은 글이다. 따라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논점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글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짧을수록 더욱 논리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필에 관한 수많은 이론과 지침들에는 수필의 구성에 대한 공통된 지침이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였다.
수필의 구성
수필은 대체로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도입부, 둘째는 본문, 셋째가 결론이다. 일반적으로 한 편의 수필은 다섯 개의 문단으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전달하는데 필요한 최적의 구조이다. 논문이나 다른 설명문들의 경우에 문단이 길어지는 이유는 한 문단에 너무 많은 정보가 포함되는 것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필의 다섯 문단이라는 것은 시적 함축을 담으면서도 소설의 서사를 대신하여야 하는 것이다. 수필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유이다.
도입부(문단 1)
수필의 도입부는 마치 신문의 헤드라인처럼 독자의 관심을 끌고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따라서 주제에 대한 참신한 인용구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시작해 특정한 주제로 옮겨가고, 독자들로 하여금 글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일종의 ‘로드맵‘을 제공한다. 도입부의 끝부분에는 논제에 대한 서술문(thesis statement)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는 글의 목적, 본문에서 제시될 예와 증거들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향상하기 위한 것이다.
본문(문단 2-4)
본문은 작가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사례가 포함된다. 3개의 문단에는 각각 주제문(topic sentence)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이는 도입부에 제시된 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 수필의 주제를 설명하는 본문은 보통 세 가지 순서를 따른다. (1) 서술의 선명성을 위한 시간적 순서(chronological order) (2) 장소의 묘사를 위한 공간적 순서(spatial order) (3) 중요도에 따른 강조의 순서(emphatic order). 한편 본문에는 글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한 전환 문장(transition sentences)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례와 증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예를 통해 입증하고 또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결론(문단 5)
결론에는 간단하게 작가의 주장과 요점이 다시 언급되어야 한다. 특히 무언가를 주장하는 글이라면 무엇보다도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무릇 감동을 주는 모든 글에는 특별한 공식이 없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담은 몇 줄의 글이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서툴지만 솔직한 자기 고백이 다른 이에게 새삼 깨달음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글쓰기에 대한 강좌가 너무나 많다. 시와 소설, 희곡과 드라마 대본, 수필에 이르기까지 글쓰기 강좌가 우후죽순처럼 넘쳐난다. 그것은 자신의 글을 좀 더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써보고 싶은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AI가 작문을 대신하는 이 시대에 어떤 면에서는 감격스럽기까지 한 경향이다. 하지만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끊임없이 습작하는 것만이 가슴에 닿는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나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글과 무관하지 않아 늘 똑같은 느낌으로 서툴게 자판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