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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by 최용훈

나이 먹으면 다 똑같아지나 보다

모습도 생각도 하는 것도 비슷하다

무엇이든 아쉬워하고

누구든 그리워하고

매 순간 미안해하는,

그래서 표정도 걸음걸이도 옷차림까지

비슷해지나 보다

마주 보면 거울을 보듯

늘어난 주름과 옅어지는 머리카락에

피식 웃어버리나 보다

옛 모습 떠오르는 친구를 보면

어린 시절 기억나 쓸쓸해지나 보다


나이 먹으면 다 옹졸해지나 보다

젊음이 부럽지는 않아도 세월이 야속하다

무엇에나 후회하고

무언가 부끄럽고

아직도 저 깊이에 남아있는

욕심과 미움과 질투와 낡은 열정까지

끊어내지 못하나 보다

철 지난 바다를 보듯

채울 수 없는 썰렁한 가슴 한 구석에

애써 미소 짓나 보다

물 가장자리로 떨어지는 붉은 해를 보면

저렇게 지는구나 생각하나 보다


아 세월이여, 친구여, 즐거웠던 아픔이여

나이 먹으니 모두 다 고맙구나

그립고 그리워 여태 남겨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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