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으면 다 똑같아지나 보다
모습도 생각도 하는 것도 비슷하다
무엇이든 아쉬워하고
누구든 그리워하고
매 순간 미안해하는,
그래서 표정도 걸음걸이도 옷차림까지
비슷해지나 보다
마주 보면 거울을 보듯
늘어난 주름과 옅어지는 머리카락에
피식 웃어버리나 보다
옛 모습 떠오르는 친구를 보면
어린 시절 기억나 쓸쓸해지나 보다
나이 먹으면 다 옹졸해지나 보다
젊음이 부럽지는 않아도 세월이 야속하다
무엇에나 후회하고
무언가 부끄럽고
아직도 저 깊이에 남아있는
욕심과 미움과 질투와 낡은 열정까지
끊어내지 못하나 보다
철 지난 바다를 보듯
채울 수 없는 썰렁한 가슴 한 구석에
애써 미소 짓나 보다
물 가장자리로 떨어지는 붉은 해를 보면
저렇게 지는구나 생각하나 보다
아 세월이여, 친구여, 즐거웠던 아픔이여
나이 먹으니 모두 다 고맙구나
그립고 그리워 여태 남겨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