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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통해 얻은 새로운 발견

by 최용훈

“나는 나 이전의 사람들이 멈추고 남겨 놓은 것에서 출발한다.” (토머스 에디슨)


에디슨의 이 말은 종종 그의 수많은 발명품이 그의 독자적 창의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력의 결과물을 이용했을 뿐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인용되곤 한다. 하지만 창의성이라는 것은 결코 완전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신에 의한 우주나 인간의 창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발명은 이전에 없었기에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하늘을 나는 것들은 이전에 이미 존재했었다. 인간은 창공을 나는 새들을 보고 비행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그것이 인간의 창의성이고 그것은 신에 의한 창조와는 다른 것이다.


에디슨은 사람들의 삶에 유익한 무수히 많은 발명품들을 만들어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인류의 숭앙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고 말했을 때, 그가 말한 영감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지능과는 다른 것이었을 것이다. 무수한 실험과 실패, 눈물겹도록 어려웠던 반복되는 시도, 그리고 이러한 노력에 더해 이전에 발견된 모든 지식을 활용한 그만의 창의성, 그것이 영감이었다.


문학도 인간의 상상력을 이용한 창의성, 즉 영감의 산물이다. 오늘날 서양문학의 최고봉으로, 인류의 문화적 자산으로 일컬어지는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37편의 희곡을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은 이전에 써진, 혹은 전해지는 이야기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없었다. 그는 이미 있는 이야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인물, 새로운 구성,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고 그로 인해 인류는 소위 문명이라는 것을 이루어낼 수 있었듯이 무릇 새로운 것의 탄생은 인간의 창의력에 의한 또 다른 발견이었던 것이다.


인류 최초의 획기적 발명품인 바퀴도 둥근돌이 구르는 모습을 보고 착안하였을 것이고, 우연히 발견한 불을 이용해 조명을 얻고, 음식을 조리할 수 있었을 것이며, 인쇄술도 손으로 필사한 책을 더욱 쉽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현대문명을 만든 전기(電氣) 역시 고대로부터 자연 현상의 일부로 인식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Thales, 기원전 624-546년 경)는 호박을 문질러서 작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정전기 현상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원시적인 정전기의 발견이 암흑의 어둠 속에서 낮의 빛을 밝히는 놀라운 삶의 변화를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AI 역시 오래전부터 인류가 꿈꾸던 노역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명제를 실현하는 과정일 뿐이다. 인간의 오랜 필요와 바람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구체화되어 현대의 과학을 이루어낸 것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품어온 지식과 꿈과 상상을 학습과 교육 그리고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후손들에게 전해왔고, 이에는 지식뿐 아니라 그들의 믿음, 가치, 행동들까지 포함되었다. 그러한 것들이 유전적인 진화와는 별도로 인류를 변화시켜 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온 앞선 사람들의 발자취를 소중히 여긴다. 한 세대의 지식과 경험이 오늘의 세상을 만들었을 리는 없다. 과거의 꿈과 희망 속에서 이루어낸 많은 것들에 오늘의 우리가 작은 노력을 더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일 뿐이다. 나보다 앞선 사람들이 멈추고 남겨 놓은 그것에서 새로운 세상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영감이며 창의이며 변화의 원천인 것이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이야 말로 긴 세월에 걸쳐 전해져 온 우리의 지혜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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