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노란색인 줄 알았는데
옅은 카키색이었다
온라인 쇼핑에서 산 셔츠
다행히 싫지는 않았다
천도 얇고 단추도 마음에 든다
여름에는 흰색 민소매 위에
가을에는 카디건 속에 입으면
좋을 것 같다
스팀다리미로
구겨진 곳을 펴고 옷장 안에 건다
칙칙한 색깔 속에서 홀로
밝은 색이니 찾기는 쉬울 것 같다
내가 가진 저 옷들은
무슨 인연으로 내게 오게 된 걸까
옷만이 아니다
방안을 가득 채운 잡동사니들 모두
무슨 이유로, 언제 어디서 내 눈에
띄게 된 것일까
하지만 그 모든 것들도 언젠가는 내게서
멀어지겠지 낡고 작아져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버려지고, 무시되고 마침내
내 것이라는 소유의 틀 밖으로 던져지겠지
닫힌 옷장 앞에 서서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버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세월에 지고, 사람들에게 잊히고
이젠 쓸모가 다해서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러고 보니 이별은 홀로가 아니고
서로가 하는 것
버리고 버려지는 것
떠나고 남겨지는 것
만나면 이별을 겪는 수많은 것들,
오늘은 카키색 셔츠가 그중 하나인가 보다
그러니 다음번 외출에는 입어봐야겠다
이왕 만났으니 한 번은 서로를 알아야겠지
인연은 참 불편하다 자꾸 신경 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