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을 베끼는 것은 영혼을 도둑질하는 것이지
음악도 미술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글은 언어인데, 언어는 원래 모방 아닌가?
그러니까 말은 비슷해도 생각은 달라야 하지
하지만 어차피 사람의 생각은 거기서 거기일 뿐인데
음악도 도에서 시까지 높낮이만 다르지 음은 일곱 개,
어차피 비슷한 악보에 비슷한 악기, 목소리이지 않은가.
그림 또한 일곱 빛깔 무지개 색을 이리저리 섞어놓는 것인데,
달라봐야 뭐 그리 다르겠는가
초상화를 보면 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풍경을 봐도 그 산이 그 산, 그 강이 그 강일뿐
하지만 표절은 절대 안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영혼을 도둑질하는 절도범이고
창의성 없는 복제 기술자에 불과한 모양이다
써놓고 보면 죄다 남들이 한 이야기 일 뿐이니
그래도 똥 싼 놈이 성내듯 한 마디 해야겠다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를 제 안의 생각을 앞 뒤 생략하고
선문답처럼 휘갈긴 저 무수한 글들은 누가 읽는단 말인가
도둑이 제 발 저려 하는 말:
너무 좋은 글들이 많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더워지는 사랑스러운 글들
뭐라도 쓰고 싶은데 도무지 한 자도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탄한다
베끼지 않으니 너무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