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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14. 2020

영국 현대연극의 성립

사실주의 연극-버나드 쇼

  영국의 현대연극은 사실주의 연극의 성립과 궤를 같이 한다. 피네로(Arthur Wing Pinero, 1855-1934), 존스(Henry Arthur Jones, 1851-1929) 등이 선도한 영국의 사실주의 연극은 기승전결의 구성을 갖춘 ‘잘 만들어진 연극’(well-made play)의 전통과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Henrik Ibsen)의 사회 문제극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었다. 피네로의 ‘제2의 탱커레이 부인’(The Second Mrs. Tanqueray, 1893)은 과거가 있는 여성이 사회와 남성의 편견에 의해 몰락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 존스의 ‘마이클과 그의 잃어버린 천사’(Michael and His Lost Angel, 1896)는 종교적 엄격성과 인간의 본능 사이의 대립을 통해 당시의 사회적, 종교적 편견을 묘사한다. 이 두 작가 외에 소설가로도 명성을 얻었던 갈스워디(John Galsworthy, 1867-1933)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다룬 ‘분쟁’(Strife, 1909) 등의 작품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사실주의 현대극의 문을 연 작가는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였다. 정식 학교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던 그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지식으로 음악잡지에 평론을 게재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후 그는 희곡을 통해 영국 사실주의 연극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그는 사회문제의 실상을 폭로함으로써 당대에 만연된 환각을 깨고자 하였다. 특히 니체의 사상에 입각한 ‘초인(superman) 사상’과 생 철학자 베르그송의 영향을 받은 ‘생명력(life force) 이론’으로 사회를 개혁하려 하였다. 이런 이유로 그의 작품은 ‘사상 희극’(comedy of idea)라고 불린다.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그는 영국 사회주의 운동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쇼의 작품은 크게 2기로 구분되는데, 제1기는 주로 사회-경제적 측면과 남녀관계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이 시기의 대표작인 ‘워렌 부인의 직업’(Mrs Warren's Profession, 1893)은 당대에 만연한 매춘을 다루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런던에는 세 집 건너 하나가 매춘업소였다고 한다. 쇼는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이 매춘에 나선 것은 타락과 방종의 결과가 아니고 심각한 생활고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사회적으로 부당한 처우로 피폐한 여성들의 문제에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제2기는 그의 철학적 사상을 작품 속에 구현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인간과 초인’(Man and Superman, 1903)에서는 이야기 전개와 무관하게 자신의 초인 사상과 생명력 이론을 길게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개량을 통해 인간을 발전시켜 초인을 탄생시킴으로써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표현된 이 작품에서 앤 화이트필드라는 여성은 특별히 유전적으로 뛰어난 유전자를 지닌 것으로 보이는 존 태너라는 남성을 쫓아다닌다. 이런 사상적 담론과 더불어 이 시기 쇼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의 대립을 이야기하는데 주로 이상과 현실의 결합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후기 쇼의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은 한 언어학자가 심한 사투리를 쓰고 촌스러운 꽃 파는 한 소녀를 교양 있는 여성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린 ‘피그말리온’(Pygmalion, 1913)이다. 이 작품은 이후 음악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로 만들어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한편 영국의 현대극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아일랜드의 민족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던 아일랜드의 문예운동이었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시인이자 극작가인 예이츠(W. B. Yeats)가 있었다. 이미 유명한 작가로서 평판을 얻고 있었던 그는 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아일랜드 출신 젊은 작가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이 시기 대표적인 극작가 싱(J. M. Synge)이 작가로의 꿈을 안고 파리로 그를 찾아갔을 때 예이츠는 이 젊은 작가 지망생에게 아일랜드의 섬 아란으로 가라(Go to Aran!)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아일랜드 고유의 언어와 풍습을 바탕으로 하는 독특한 작품들은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일랜드의 한 어촌에서 남편과 아들들 모두를 바다에서 잃은 한 여성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싱의 ‘바다로 간 기사’(The Riders to the Sea)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이래 가장 아름다운 서양의 비극으로 평가되기도 하였다. 역시 아일랜드의 전통과 관습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는 문예운동 시기의 또 다른 대표작가 션 오케이시(Sean O'Casey)의 ‘서구 세계의 플레이보이’(The Playboy of the Western World)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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