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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 레이

by 최용훈

흐르는 것이 강물만은 아니다

땅도 하늘도

계절도 삶도 그저 흐를 뿐이다

흐르고 흘러 끝에라도 닿으면 좋을 것을

흐르고 흘러도 되돌아오면 좋을 것을

모든 것은 멈춤 없이 흐르고,

흐르는 모든 것은 돌아올 줄 모르니

이미 지나쳐 가버린 것뿐임을


흐르는 시간 속에 멈춘 것 같았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사랑한다 믿었다

흐르고 흘러도 여전히 그곳,

발을 딛고 그 땅에 선 줄 알았다

하지만 한 치만 흘러도 지나가버린 것,

잠시만 흘러도 바뀌어버린 것,

매 순간 달라지고, 돌아올 줄 모르니

강처럼 바다처럼 흩어져 제각기 흐를 뿐임을


오, 판타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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